배달의민족, 4.8조원에 독일 DH로 매각... DH, 국내배달앱 1·2·3위 모두 소유해 사실상 점유율 100%
[민주신문=이민성 기자] 국내 배달앱 맞수 배달의민족과 요기요가 한 가족이 됐다.
업계 1위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요기요ㆍ배달통 운영사인 독일 기업 딜리버리히어로(DH)에 약 5조원 규모로 매각됐기 때문이다. 이른바 ‘빅딜’이 체결되면서 20조에 달하는 국내 배달시장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13일 우아한형제들은 DH가 우아한형제들의 국내외 투자자 지분 87%를 인수하는 내용의 협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DH는 우아한형제들의 전체 기업가치를 40억달러(약 4조7500억원)로 평가하고 힐하우스캐피탈, 알토스벤처스, 골드만삭스, 세쿼이아캐피탈차이나, 싱가포르투자청(GIC) 등 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을 인수키로 했다.
이밖에 김봉진 대표 등 우아한형제들 경영진이 보유한 지분 13%는 추후 DH 본사 지분으로 전환될 예정이다. 김봉진 대표는 DH 경영진 가운데 개인으로서 최대주주이자, DH 본사에 구성된 3인 글로벌 자문위원회 멤버가 된다.
양사는 싱가포르에 50대 50 지분으로 합작사 '우아DH아시아'를 설립하는 내용의 글로벌 진출 파트너십도 맺었다.
김봉진 대표는 우아DH아시아의 회장을 맡아, 딜리버리히어로가 진출한 아시아 11개국에서 본격적으로 시장에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DH와 우아한형제들은 기업결합 심사 신고 기한인 2주 내로 공정거래위원회에 관련 서류를 제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는 국내 배달앱시장을 사실상 양분하고 있다. 닐슨코리아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배달앱 시장점유율은 배달의민족(55.7%), 요기요(33.5%), 배달통(10.8%) 순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소식에 외식업계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독과점으로 인한 배달료 및 수수료 인상 등의 부담이 커질 수 있고, 소비자에 대한 프로모션 등 혜택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DH는 기존 배민, 요기요, 배달통 플랫폼을 그대로 두고 독립적 운영을 이어간다고 밝혔다. 하지만 모기업이 같은 상황에서 기존과 같은 치열한 경쟁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둘의 운명은 공정위 손에 달렸다. M&A(인수·합병)시 자산·매출 기준으로 신고 회사는 3000억원, 상대 회사는 300억원 이상일 경우 공정위의 심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통상 수개월이 걸리며 심사는 승인과 조건부 승인, 합병 불가 세 가지로 결정되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 합병이 무산될 수 있다.
앞서 2016년 SK텔레콤도 CJ헬로비전과의 M&A 때 시장지배력 확대 등 이유로 공정위가 지분 인수를 불허해 합병이 무산됐다. 당시 공정위는 양사 합병 시 마땅한 경쟁자가 없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한편 16일 전국가맹점주협의회는 "1개 기업으로 배달 앱 시장이 통일되는 것은 자영업 시장에 고통을 더하게 될 것"이라며 "650만 자영업자들은 배달 앱 시장의 독점 장악을 강력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정위가 이번 인수합병 심사뿐만 아니라 자영업 시장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배달앱 시장의 수수료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해 가는 방향을 마련하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