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새 원내대표에 부의장출신 심재철
황·심, 공천권과 총선 진두지휘 권한 양분

자유한국당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된 심재철 의원이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황교안 대표, 나경원 원내대표와 함께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나경원 전 원내대표, 심재철 신임 원내대표, 황교안 대표, 김재원 신임 정책위의장, 정용기 전 정책위의장. 사진=뉴시스
[민주신문=김현철 기자] 20대 국회가 막판 진통을 겪고 있는 가운데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4+1협의체는 지난 11일 내년도 예산안을 전격 통과시켰다. 이제 남은 건 패스트트랙 안건(공수처, 검경수사권, 선거법)이다. 여야4+1협의체는 또 한번 공조의 힘을 보여줄 것이고 한국당은 임전무퇴의 정신으로 결사항전을 준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당 새 원내사령탑은 선출된지 하루 만에 민주당에 패하면서 체면을 구겼다. 새 지도부는 다급하다.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 총선을 4개월 앞두고 공천권을 비롯한 선거 전략을 진두지휘할 권한을 갖기 위해서는 능력이 있음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 이번 한국당 원대선거는... ‘황심 견제’
지난 9일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비박의 심재철 의원을 원내대표로 친박의 김재원 의원을 정책위의장으로 최종 선출했다. 
이를 두고 당 안팎에선 친황(親黃) 대 비황(非黃) 간 계파 대결에서 '비황'이 압승을 거둔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날 원내대표 경선에는 4명의 후보(심재철·강석호·김선동·유기준)가 출마했다. 이들은 친박계는 비박계를, 비박계는 친박계를 정책위의장으로 선택하는 등 치밀한 당선 전략을 구사했다. 친박계 윤상현, 홍철호 의원이 경선 출마를 포기하는 등 막판까지 혼전도 거듭했다.  
 
심 의원은 탄핵 정국 때 친박계 의원들과 함께 당에 남은 '잔류파'에 속한다. 하지만 중립 성향이 강해 굳이 계파를 나누자면 친박계보다는 비박계에 더 가깝다. 비박계 출신 강석호 의원도 비황계로 분류되며 김선동 의원과 유기준 의원은 친황계로 분류할 수 있다. 
 
심 의원은 이런 상황을 알고 있었다. 그는 정견발표에서 “이번 경선 과정에서 이른바 황심이 언급됐다. 하지만 저는 황심은 없을 것이며, 황심은 절대 중립이라고 확신한다”며 “황심을 거론하며 표를 구하는 것은 당을 분열시키고 망치는 행동이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전략은 유효했다. 1차 투표 결과 친황계는 38표(유기준 10표·김선동 28표)인 반면, 비황계는 67표(심재철 39표·강석호 28표)를 얻었다. 결선에서는 친황계인 김선동 의원이 27표인데 비해 비황계인 심재철 의원과 강석호 후보는 각각 52표·27표로 둘이 합쳐 79표에 달했다. 한국당 의원 10명 중 7명 정도는 비황계를 택한 것과 같았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심재철 원내대표 등 자유한국당의원들이 국회 본회의가 예정된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입구 로텐더홀에서 더불어민주당을 규탄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를 놓고 한국당의 계파 지형이 친박 대 비박의 옛 구도에서 친황 대 비황의 신(新) 구도로 재편되고 있다는 시각이 나왔다. 비황계쪽 의원들이 황교안 당대표를 중심으로 한 '절대황정'(絶對黃政) 체제에 대한 거부감을 이번 원내대표 선거에서 집단 표출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심 의원과 강 의원은 둘 다 비황계로 결선에서 계파색이 겹치는 만큼 표가 분산될 확률이 큰 반면, 친황계 유일 후보인 김 의원은 어부지리로 득을 볼 수 있는 대결구도였다. 그럼에도 김 의원이 결선에서 표를 더 긁어모으지 못한 것 자체가 '황심' 역효과를 반증한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초·재선들의 표심도 경선의 최대 변수였으나 결과는 미비했다. 한국당의 현역 의원 108명 중 초재선 비율은 67.6%(73명)로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초·재선 의원들 사이에서 경선 막판 '재선 추대론'이 대두됐던 만큼 김선동 의원이 유력한 차기 원내대표로 점쳐졌으나 1차 투표와 결선 투표에서 각각 30표 미만을 얻는데 불과했다. 결국 초·재선 중 절반 이상은 김 의원에게 표를 주지 않고 다선 의원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
 
재선 의원들도 예상보다 적은 득표율에 당혹스러워 했다. 한 재선 의원은 "생각보다 김선동 의원의 표가 얼마 나오지 않아 당혹스러웠다“며 말을 아끼는 뉘앙스를 풍겼다.  
 
일부에선 유기준 의원에게 투표했던 일부 친박계 의원들이 결선에 오르지 못한 유 의원 대신 친박계 핵심인사인 김재원 의원에게 표를 몰아준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김 의원은 박근혜 정부 때 청와대 정무수석·대통령정무특별보좌관 등을 역임한 친박계 핵심인사로 여야협상을 유리하게 이끌 것이라는 판단도 작용했을 것이다. 김 의원은 황 대표와 나 전 원내대표에게도 물밑에서 각종 전략을 조언하는 등 당 내에서 책사로 불릴 만큼 전략통이다. 심 의원이 계파색이 옅고 김 의원이 친박 색채가 뚜렷한 만큼 친박계 의원들의 거부감이 덜했을 수도 있다.
 
◇ 또 다른 관전 포인트... 나경원과 중진 물갈이론
지난 3일 황교안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나경원 전 원내대표의 임기 연장을 불허했다. 황 대표는 “원칙대로 임기 끝나고 했으니까... 경선하겠다는 사람이 나오지 않느냐. 원칙대로 하는 게 맞다”고 말한바 있다.  
 
나 전 원내대표 사퇴에 이어 당직자 35명이 일괄 사퇴하면서 원내대표까지 황 대표 측근으로 미는 것에 의원들의 반발이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나 전 원내대표는 황 대표를 견제할 인물로 심 의원을 택했다. 김재원 의원을 러닝메이트로 끌어들인 것도 나 전 원대의 입김이 작용한 걸로 알려진다. 이때문인지 심 의원이 원내대표로 선출되자 나 전 원내대표가 환하게 웃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자유한국당 심재철 신임 원내대표, 김재원 신임 정책위의장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선거가 끝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특히 황 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국민들에게 평가받지 못한다면 책임지고 물러나겠다”며 “당 쇄신은 국민적 요구다. 현역 의원 절반 이상을 물갈이 하겠다”고 말해왔다. 이런 황 대표 독주 체제에 대한 의원들의 불안감이 작용했다는 평가도 있다. 
 
심 의원은 이런 의원들의 불안 심리를 파고들었다. 
 
심 의원은 “선거를 앞두고 인적쇄신이라는 말이 등장한다. 그러나 쇄신도 결국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것이지 쇄신 그 자체가 목표가 돼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에 공천 물갈이 대상으로 지목된 다선 의원들의 표가 쏠렸을 것이란 분석이다. 수도권 5선에 국회부의장 출신인 심 의원이 황 대표를 제일 잘 견제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게다가 심 의원은 황 대표와 한 살 차이다. 심 의원이 58년 생(61세)으로 황 대표보다 한 살 어리다. 국회의원 경험이 없는 황 대표에게 5선의 부의장 출신 원내대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심 의원은 당선 소감에서 “여러분들과 함께 모두 내년 총선 필승. 필승의 승리를 만들어내겠다”고 했다. 
 
새 원내대표 임기는 제20대 국회 회기가 종료되는 내년 5월29일까지로 6개월이 채 안 된다. 하지만 원내 사령탑으로서 내년 총선 때 전면에 나서 선거를 진두지휘하게 된다. 공천 과정에서도 원내를 대표하는 지도부로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 전망이다. 이들은 짧지만 가장 중요한 시기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는 것이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민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