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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복 박사의 구취와 질환] 조조가 제갈량에게 한 말, “너 입냄새 나!”
  • 홍의석 기자
  • 승인 2019.11.22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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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복 한의학 박사

“너, 입냄새 난다!” 이 같은 소리를 들으면 어떤 기분일까. 특히 전쟁 중에 적장으로부터 듣는다면 여러 생각이 교차할 것이다. 중국의 삼국시대에는 조조의 위나라, 손권의 오나라, 유비의 촉나라가 대립했다. 제갈공명으로도 불리는 제갈량은 촉나라의 재상으로 유비의 유능한 책사다. 유비를 도와 손권, 조조와 중원의 패권을 다툰 그의 삶은 전장의 한복판에 있었다. 때로는 전선에서, 때로는 후방에서 군사 전략을 수립해야 했다. 평생 스트레스를 달고 산 그는 구취로 고생했다.

제갈량은 입냄새로 인해 적의 수장인 조조로부터 조롱을 당했다. 제갈공명의 문집인 ‘제갈량집’에 흥미로운 내용이 나온다. 제갈량이 조조로부터 한 통의 편지와 5근의 약재를 선물 받았다는 것이다. 편지는 상대국 재상에 대해 예의를 갖춘 내용이다. 그런데 약재에는 복선이 있었다. 약재는 계설향(鷄舌香)이었다. 한방에서 정향(丁香)으로 표현되는 계설향은 살균 작용과 함께 강한 향이 특징이다. 또 속을 덥게 하고, 기운을 아래로 내려준다. 그렇기에 설사, 구역질, 배앓이에 효용이 있다.

그런데 구강 위생이 열악했던 당시에는 입냄새를 없애기 위해서도 사용했다. 일부 군주는 아끼는 신하의 구취를 걱정해 계설향을 내려주기도 했다. 입냄새가 나는 신하는 임금 앞에서 악취를 막으려고 계설향을 물었다.

조조의 계설향 선물은 군주와 신하, 문명과 비문명의 이분법으로 제갈량을 조롱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먼저, 조조는 적국 신하에게도 선물을 보낸다는 넓은 마음의 홍보를 그린 듯하다. 다음, 제갈량에 대한 조롱이다. 일국의 재상으로서 입냄새를 풍기며 산다는 것을 비웃는 의도가 엿보인다. 이와 함께 제갈량이 속한 촉나라는 사람들에게서 입냄새가 나는 비문명권이라는 폄하까지 염두에 뒀을 수 있다.

실제로 제갈량의 촉나라 군사는 구취에 취약했을 개연성이 있다. 당시 병사들은 전투를 하고, 훈련을 하는 게 일상이었다. 오랜 행군과 전투로 인해 땀을 많이 흘리면 탈수가 올 수 있다. 현기증이나 무기력증이 발생하면 전투력이 급감한다. 이때 염분을 공급하면 신체리듬을 되찾을 수 있다.

또 소금은 구강 건강을 개선 한다. 염분이 결핍되면 소화액 분비가 준다. 소화액 감소는 위의 열이 쌓이는 원인이 된다. 위장 질환 또는 불완전한 소화로 인한 화(火)가 상승해 호흡기에서 냄새가 날 수가 있다. 소화액 분비가 적어지면 식욕감퇴, 침의 감소가 연쇄적으로 일어난다. 구강 환경이 나빠져 구취 유발 요인이 된다. 이 경우 소금으로 치약을 대신해 일정부분 여건을 개선시킬 수 있다.

이를 아는 제갈량은 소금 확보에 심혈을 기울였다. 내륙에 위치한 촉나라는 바다가 없다. 적국인 손권의 오나라에서 소금을 수입해야 하는 처지였다. 이에 제갈량은 소금 우물을 얻기 위해 나라 곳곳에 구멍을 뚫었다. 노력의 결과 사천성의 성도 등에서 암염이 지하수에 녹은 소금 우물을 개발했다. 소금을 자급하게 된 촉나라의 군사력은 증강됐고, 백성의 구강 건강도 한 단계 증진됐다. 구취 개선에 도움 되는 소금은 입 냄새를 제거하는 익지인 등을 달일 때도 활용된다.

입냄새는 생리적 입냄새와 질환적 입냄새로 구분된다. 오랜 기간 구취로 고생한 제갈량은 질환적 입냄새로 유추된다. 생리적 입냄새는 환경이 바뀌거나 시간이 지나면 해소된다. 그러나 질환적 입냄새는 원인 제거를 해야 치료가 된다. 의학이 발달한 요즘에는 입냄새가 간단히 치료된다. 구취를 유발하는 원인을 밝혀서 치료하면 1~3개월이면 악취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

홍의석 기자  news@iminj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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