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검찰개혁보다 부동산·최저임금 등 민생 우선
與, “믿음직한 지도자 모습” vs 野, “팬 미팅 같은 쇼”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서울 MBC 미디어센터에서 열린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에 참석해 국민패널들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주신문=김현철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9일 '국민과의 대화' 시간을 가졌다. 300명의 국민패널을 초대해 사전 각본 없이 질문을 받고 답하는 형태였다. 문 대통령이 생방송으로 정국 현안에 대한 질의응답을 주고받는 것은 지난 5월 9일 KBS 특집 대담 '대통령에게 묻는다' 이후 6개월 만이다. 
 
전체 질문자는 총 20명이었으며, 치킨집 사장님부터 워킹맘, 외국인, 군 입대를 걱정하는 고등학생, 탈북 이주민에 이르기까지 돌발 질문들이 쏟아져 나왔다. 실제 검찰개혁, 남북 관계, 한일 관계와 같은 굵직한 이슈들보다 민생과 직결된 문제들이 더 비중있게 다뤄졌다.
 
◇ 文, ‘민식이법’ 국회 계류 아쉬워... 최저임금, 임기 내 가장 큰 이슈
첫 질문자는 스쿨존에서 일어난 교통사고로 아들을 잃은 '민식이 엄마' 박초희씨였다. 박씨는 “오늘 이 자리에는 아이를 잃고 대한민국에 자라나는 아이들을 지켜달라고 외치는 부모님들이 와 있다. 저희 유족들은 국민 청원을 통해 다시는 이런 슬픔이 없게 막아달라 외쳤지만 단하나의 법도 통과되지 못한채 국회에 계류 중이다”며 울먹였다. 
 
이어 “대통령님이 공약하셨다. 어린이가 안전한 나라. 2019년에는 꼭 이뤄지기를 약속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하루 지난 20일 "스쿨존 내 교통 사망사고 가중처벌과 단속카메라 설치 등을 의무화하는 '민식이법'이 조속히 국회에서 통과되길 바란다"며 "법제화까지 시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해 스쿨존의 과속방지턱을 길고 높게 만드는 등 누구나 스쿨존을 쉽게 식별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라"고 말했다고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전했다.
 
소상공인을 위한 대책이 있느냐는 질문에 문 대통령은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낮출 수 있는 여러 조치들이 함께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은 임기 절반 동안 가장 큰 이슈였다“며 ”우리 사회가 지나치게 양극화 되어있고 경제적 불평등이 굉장히 심각하기 때문에 이대로 갈 수는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년 간 최저임금 인상이 조금 급격했다고 보고 있기 때문에 내년 최저임금 인상은 4% 이내로 속도 조절을 한 상태"라면서 "사실은 소상공인들에게 인건비보다 더 크게 차지하는 것은 임대료다. 임대료 인상을 억제하거나 계약 갱신 청구를 할 수 있게 한다거나 카드수수료를 대폭 낮추는 등의 조치를 병행하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노동시간 단축과 관련해선 "우리가 가야할 길이다. 이미 300인 이상 기업들은 주 52시간 노동제가 시작이 됐고 비교적 잘 안착됐다"면서 "우리사회의 긍정적인 변화를 주고 있고 이른바 '저녁이 있는 삶'을 노동자들에게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내년 1월1일부터는 299인부터 50인까지 규모의 중소기업들에게도 시행되게 되는데 50인에 가까운 기업일수록 힘들다"면서 "탄력근로제, 유연근로제를 조금 더 확장해주는 것이 해결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19일 저녁 서울 을지로 일대 한 음식점에 문재인 대통령의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 생방송이 틀어져 있다. 사진=뉴시스
◇ 부동산 반드시 잡겠다!... 검찰개혁, 윤석열 신뢰해
이 날 이슈를 삼킨 건 “부동산 반드시 잡겠다”는 대통령의 의지 표명이었다. 대담 다음 날 주요 일간지의 헤드라인은 ‘문재인 정부 이번엔 반드시 부동산 잡는다’였다. 그만큼 문 대통령의 의지가 강하게 비춰졌고 집값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도 높았다는 반증이다.  
 
문 대통령은 부동산 질문과 관련해 "현재 서울의 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다시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데, 현재 방법으로 부동산 가격을 잡지 못하면 더욱 강력한 여러 방안을 강구해서라도 반드시 잡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부동산 문제는 자신 있다. 전국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안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 이후에도 부동산 시장이 진정되지 않을 경우 추가 규제 대책을 시행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또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집값을 잡지 못하면 민심 이반을 막을 수 없다는 참여정부의 실패 경험으로 집값 불안 심리를 잠재우기 위한 선언적인 의미라는 해석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고 집값이 얼마나 올랐는지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지난 20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부터 올해 9월까지 서울 아파트값은 11.08% 올랐다. 
 
서울 강남에서는 3.3m²당 매매가가 1억원이 넘는 아파트도 나왔다. 청약 경쟁률도 치솟고, 강남 등 인기 청약지역에는 청약 가점 고점자가 대거 몰리는 청약 과열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세제와 청약, 대출 규제 등 실수요 보호와 투기수요 억제를 위한 8·2부동산대책부터 분양가를 직접 통제하는 분양가 상한제까지 온갖 규제 정책을 쏟아냈지만, 서울 집값은 상승세다. 
 
‘부동산 반드시 잡겠다’는 문재인 정부가 향후 내놓을 대책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공수처 도입에 대해서 문 대통령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권력형 비리를 막을 수 있는 특별사정기구가 필요하다"며 "공수처 적용 대상이 판·검사로까지 넓혀졌기 때문에 검찰을 제어할 수 있는, 검찰의 비리를 충언할 수 있는 면에서 효과적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검찰개혁과 공수처 설치 문제는 진영 간 문제가 아니라는 점도 명확히 했다. 문 대통령은 "검찰 개혁이나 공수처 문제가 보수-진보의 문제가 아니다"며 "일종의 민주주의를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발전 시켜 나가는 일인데 보수진영, 이념간 문제처럼 다뤄지면서 각각 거리에서 다른 집회들을 하는 것을 보면 정말 참 답답하면서도 마음이 아프다"고 토로했다.
 
검찰 개혁과 관련해 문 대통령은 "법·제도적인 개혁은 법무부가 하는 것이지만, 검찰의 조직문화를 바꾸고 수사 관행을 바꾸는 것은 검찰이 스스로 하는 것"이라며 "그 부분에서 윤석열 총장을 신뢰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열린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가 끝난 뒤 참석한 다문화가정 국민 패널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與·野 엇갈린 평가... 진솔되다 vs 팬미팅 자리
이날 약 120분 동안 진행된 '국민과의 대화'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 각본 없이 진행됐던 행사였던 만큼, 어수선했다는 혹평과 함께 일각에서는 '팬 미팅 같았다'라는 말도 나왔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대부분의 현안에 대해 꿰뚫고 있는 대통령의 모습은 국민들에게 믿을 수 있는 지도자의 모습으로 비춰졌으리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은 비판에 대해선 겸허하게 받아들였으며, 미처 우리 정부가 챙기지 못한 문제에 대해서는 기억하고 해결할 것을 약속했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를 잘 경청하고 국정 운영에 반영해줄 것이라 기대한다"고 했다.
 
야권에서는 '국민과의 대화'에 대해 날선 반응을 보였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청와대가 준비한 내용만 일방적으로 전달한 쇼"라고 비꼬았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도 "질의는 산만했고 대답은 제대로 없었다. 정말 실망스러웠다"고 혹평했다.
 
김현아 원내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대통령 팬 미팅 같은 '국민과의 대화'는 문 정부의 소통능력을 그대로 보여준 실망스러운 시간이었다"며 "일방통행식 주장만 있었을 뿐 국민과의 진정한 대화와 소통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정진석 의원은 "한가하고 어수선한 TV쇼를 할 때 아니다"라며 "어제 문 대통령이 부동산 문제는 자신있다고 호언장담했다. 부동산 양극화 현실 인식이 너무 잘못됐다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쇼 그만 하시고 엄중한 국정현실을 제대로 챙겨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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