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조 통 큰 베팅으로 애경 제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모빌리티 그룹 비전 제시
건설ㆍ호텔ㆍ레저ㆍ면세업 이어 항공업 진출…‘플라잉카’로 포니정 ‘꿈’ 푼다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지난 12일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본사 대회의실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주신문=허홍국 기자] 건설업에 전념하면서 잇따라 신사업에 진출했던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업계 2위 아시아나항공을 움켜쥐었다.

정 회장은 이번 항공업 진출을 계기로 ‘모빌리티 그룹으로 도약’이라는 비전을 제시하며 못다 이룬 선친의 꿈을 풀 수 있게 됐다. 항공업계도 재편을 예고한 상태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 2조5000억원의 통 큰 베팅으로 아시아나항공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다. 제시된 인수가는 시장 예상치를 최대 1조원 가량을 높게 써낸 것으로 평가 받는다. 인수 대상은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 31%와 유상증자로 발행될 8000억원 규모의 신주로, 시장 인수 예상가는 약 1조2000억~1조5000억원 가량이었다.

아사아나항공 인수전은 전망됐던대로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애경그룹-스톤브릿지캐피탈, KCGI-뱅커스트릿PE 등 3곳만이 뛰어들었고, 사실상 HDC현대산업개발과 애경그룹의 2파전이었다. 애경그룹은 1조7000억대의 인수가와 제주항공 등 항공업 운영 경험 등을 제시하며 어필했지만 우선협상대상자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금호산업은 HDC현대산업개발 측이 최종 제출한 입찰제안서가 아시아나항공 경영 정상화 달성 및 중장기 경쟁력 확보에 있어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항공업계 2위 항공사 아시아나항공은 1988년 출범 이후 31년 만에 금호그룹을 떠나 새 주인을 맞게 됐다.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도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통해 모빌리티 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정 회장은 지난 12일 본사에서 열린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기자회견에서 “항공 산업뿐만 아니라 나아가 모빌리티 그룹으로 한 걸음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해 꼭 좋은 회사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항공업계 재편되나

아시아나항공이 새 주인을 맞이하면서 항공업계도 재편 가능성이 커졌다. 대형항공사(FSC) 간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면서 관련업계 순위도 바뀔 수 있다는 관측 때문이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서비스 분야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하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 좋은 이미지와 30년간 경영 노하우는 수준급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660% 이르는 부채 등 허약한 재무구조가 그간 성장의 발목을 잡아왔다.

관련업계는 한진과 HDC현산으로 대형항공사의 구도가 양강 체제로 재편된 만큼 아시아나항공의 재도약을 점치고 있다. 항공업계 1위 대한항공을 위협하는 다크호스로 떠오를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인수가 마무리되면 자금력을 동원해 항공기 도입과 노선 확대 등 시장 점유율을 강화시킬 방침이다. 이 때문에 업계 1위 대한항공과 진검승부도 예상된다.

한진도 추격하는 아시아나항공을 따돌리기 위해 경쟁력을 높일 가능성이 크다. 관건은 공급과잉 상태에 놓인 저비용항공사(LCC) M&A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매각설이 나돈 이스타항공 등 LCC를 인수해 추격하는 아시아나항공과 격차를 확보할 수 있다는 플랜이다.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천문학적인 부채로 인해 ‘승자의 저주’가 나온다.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2분기 기준으로 부채비율이 660%에 달한다. 자본은 1조4555억원 규모고, 부채는 9조5989억원에 이른다. 이번 인수 예상 자금이 전부 자본으로 아시아나항공에 수혈돼도 부채 비율은 약 243%에 불과하다. 수조원에 이르는 부채는 부담일 수밖에 없다.

K4 에어로노틱스 버터플라이 이미지 사진=한화시스템

포니정 꿈 현실화

재계에서는 정 회장이 강조한 ‘모빌리티 그룹’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번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정 회장의 선친인 고(故) 정세영 HDC그룹 명예회장의 ‘모빌리티(이동수단)’사업에 대한 꿈을 실현시키기 위한 행보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정 명예회장은 최초 국산차인 포니(PONY)를 개발했고, 현대차에서 32년 간 몸담으며 자동차에 대한 애정이 깊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판단으로 장자인 정몽구 회장에게 현대차 경영권을 넘겨주고, 1996년 아들 정몽규 회장과 함께 HDC현대산업개발을 맡았다. 이 당시 창업주 셋째 동생인 정 명예회장은 매우 아쉬워했다는 후문이다.

정 회장은 이를 알고 2005년 선친이 타계한 이듬해 선친의 별칭을 딴 ‘포니정 재단’을 만들어 운영 중이다. 이런 까닭에 이번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두고 대상이 자동차에서 항공으로 바뀌었지만, 모빌리티 신사업에 대한 선친 의지를 계승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표적인 게 하늘을 나는 개인형 이동수단 플라잉카(Flying car)다. 현재 플라잉카는 오는 2040년 시장 규모가 약 18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모빌리티, 항공, 완성차 기업 중심으로 개발 경쟁이 치열한 상태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건설사 중심의 그룹에서 종합그룹으로 탈바꿈 할 전망이다. 주력 건설에 이어 호텔, 레저, 면세점 사업을 진출했고 항공업까지 거머쥐며 명실상부 종합그룹으로 체격을 갖췄다는 평가다. 여기에 사업 다각화라는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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