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개월 준비 수억원 공들인 입찰제안서 휴지 조각, 재공고시 원점서 또 비용지출 해야
공단 측 “문제 제기되면 실비 등 관련 사항 법률적인 검토할 것”…입찰업체는 ‘속앓이’

사진=허홍국 기자

[민주신문=허홍국 기자] 국민체육진흥공단(이사장 조재기)이 발행해 수탁 운영되는 체육진흥투표권(스포츠토토)의 차기 수탁사업자 입찰 선정이 취소되면서 에이스침대와 제주반도체, 케이토토 등 입찰 참여 업체가 수억원을 날릴 처지에 놓였다.

조달청이 이달 초 지급대행 사업자 평가 방식에 공정성 논란이 일자 수요기관인 국민체육진흥공단과 합의를 통해 본 입찰을 취소했기 때문이다.

스포츠토토 차기 수탁사업자는 재공고를 내고 선정하기로 가닥을 잡았지만, 입찰 참여 업체들은 본 입찰 공고 취소에 따른 최소 수억원대 비용 지출로 속앓이를 하는 상태다.

반면 공단 측은 차기 수탁사업자 선정 공고 공정성 논란에 따른 사과는커녕 입찰 참여업체의 피해에 대해 고려하지 않은 분위기다.

다만, 추후 스포츠토토 차기 수탁사업자가 선정된 뒤 입찰에서 떨어진 업체들이 문제를 제기하면 법률 검토를 거쳐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마감된 스포츠토토 차기사업자 입찰에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한 에이스침대와 제주반도체, 케이토토 등 업체의 수십억원대 피해가 불가피해졌다.

본 입찰이 지난 1일 ‘참가자격에 공정성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취소되면서 스포츠토토 수탁사업자 선정 입찰 준비 과정에 소요된 비용이 매몰됐기 때문이다.

조달청은 본 입찰 취소를 공고하면서 이미 몇 달간 외부용역과 함께 준비한 입찰제안서 등을 입찰 참여업체에게 회수하라고 통보했고, 현재 입찰 참여업체는 다시 가져간 상태다.

사진=나라장터

휴지 조각 ‘속앓이’

입찰 참여업체들은 스포츠토토 차기 수탁사업자 선정 재공고를 앞두고 속앓이를 하고 있다.

기 입찰 때 공들여 준비한 입찰제안서는 휴지조각이 됐고, 재공고시 원점서 또 다시 최소 수억원대 비용을 투입해 입찰제안서를 만들어야 하는 등 처음부터 판을 다시 짜야하기 때문이다.

이미 최소 수억원대에서 최대 수십억원대 가량 투입된 상황에서 재 입찰시 억대의 비용을 들여야 하고, 이마저도 수탁사업자에 선정된 업체 한 곳을 제외하면 피해는 고스란히 입찰업체가 떠안아야 한다.

논란의 소지를 갖은 스포츠토토 차기 수탁사업자 선정 공고로 입찰업체만 애꿎은 피해를 봐야하는 것이다.

피해 규모는 최소 수억원대 이상이다. 스포츠토토 입찰제안서 인쇄비만 수천만원의 비용이 들고, 이번 컨소시엄에 참여한 몇 개 회사가 토토 입찰을 위해 내 비용만 총 5억원 안팎으로 파악됐다.

A사 관계자는 민주신문과 전화통화에서 “저희 컨소시엄 이외도 몇 개 컨소시엄이 입찰을 준비하고 참여한 상황을 감안하면 전체 피해액은 수십억 원에 달할 거다”고 말했다. 이는 재입찰로 인한 손실이 적지 않다는 의미다.

그 밖의 업체 관계자들 역시 한 목소리로 이번 스포츠토토 수탁사업자 입찰 준비를 위해 거액의 비용을 들였다고 밝혔다.

사진=허홍국 기자

원인제공자 ‘공단

이번 스포츠토토 수탁사업자 선정 취소는 국민체육진흥공단의 부적절한 입찰 설계에 있다. 세부평가 항목 중 이번에 도입된 유일한 정량평가 항목인 지급대행사업자 평가가 문제가 됐다.

은행 점포수를 기준 삼아 최대 4점 차이를 둬 지급대행사업자 참여 제약은 물론 입찰 참여 기업의 컨소시엄 구성도 사실상 자유롭지 못하게 한 점이 컸다.

공단 측은 4점 차이가 선정을 좌우할 수 없는 격차라고 설명하지만 입찰을 참여한 기업 입장에선 점포수가 많은 은행을 잡지 못하면 가격 평가부문에서 제살을 깎는 전략을 세울 수밖에 없다.

쉽게 말해 향후 5년간 스포츠토토 수탁사업자 사업 예산이 4087억6400만원으로 책정됐지만 여기서 가격을 후려치는 이른바 ‘출혈 경쟁’을 해야 사업자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이미 기울어진 입찰 판에서 내세울 수 있는 건 마진을 최대한 줄이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진=허홍국 기자

재입찰도 뒷말 ‘솔솔’

이런 가운데 곧 있을 재입찰도 뒷말이 ‘솔솔’ 나오고 있다. 입찰 취소 이후 국민체육진흥공단 측에서 공청회 등을 열어 전문가와 업계 의견을 물어 합리적인 입찰 재공고를 낼 것으로 예상했지만 빗나간 것.

관련업계에서는 이번에 불거진 문제 등 현안을 청취하고 재입찰 공고를 낼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공단 측은 조달청을 통해 별다른 절차 없이 ‘2주 이내 재입찰’하겠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현재로선 차기 스포츠토토 수탁사업자 입찰 재공고가 공정성 논란에서 자유로울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로또복권 사업자 선정 때처럼 컨소시엄으로 구성된 주 사업자를 선정한 뒤 낙찰 받은 사업자가 은행과 손잡아 관련 사업을 진행하는 게 논란의 소지를 없애는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공단 “문제 제기시 법률 검토”

국민체육진흥공단 측은 문제가 제기되면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민체육진흥공단 관계자는 민주신문과 전화통화에서 “향후 스포츠토토 수탁사업자가 선정된 뒤 입찰 취소 보상 문제가 제기되면 실비 등 보상 방안 등을 법률적으로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스포츠토토 재입찰 공고는 현재 협의 중으로 곧 나올 예정이며, 정량평가 항목 유무는 민감한 사항이라 밝히기 어렵다는 게 공단 측 설명이다.

이번에 재공고되는 스포츠토토 사업자 선정은 오는 2020년 7월 1일부터 2025년 6월30일까지 5년간 스포츠토토 수탁사업자를 정하는 것으로, 총 25조원 규모의 체육진흥투표권의 운영을 맡는다. 스포츠토토 지난해 매출은 4조8000억원 가량이다.

현재 스포츠토토는 기업은행과 손잡은 케이토토가 수탁사업자로 체육진흥투표권발행사업을 영위 중이며, 내년 6월말 종료를 앞두고 있다. 앞서 해당 사업은 지난 9월 11일부터 10월 24일까지 입찰을 진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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