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총리... 짧지만 강렬한 만남

지난해 이후 13개월여 만에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 직전 환담
文, 고위급회담 검토하자... 아베, 가능한 모든 방법으로 해결하자

[민주신문=김현철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태국 방콕에서 환담을 가졌다. 태국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 직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11분가량 별도 환담을 갖고, “양국 관계 현안을 대화를 통해 해결하자”는 의견을 나눴다.

 

한-일 두 나라 정상이 만난 건 지난해 9월 유엔총회를 계기로 한 미국 뉴욕에서의 만남 이후 13개월 만이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아세안+3 정상회의에 앞서 문 대통령은 인도네시아,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정상들과 환담을 했고, 이후 도착한 아베 총리를 옆자리로 인도해 11분간 단독 환담했다”고 밝혔다.

 

고 대변인은 양 정상이 환담에서 대화를 통한 양국 관계 현안 해결 원칙을 재확인했다며 “두 정상은 최근 양국 외교부의 공식 채널로 진행되고 있는 협의를 통해 실질적인 관계 진전 방안이 도출되기를 희망했다”고 말했다. 또한 “문 대통령은 필요하다면 보다 고위급 협의를 하는 방안도 검토해 보자고 제의했고, 아베 총리는 모든 가능한 방법을 통해 해결 방안을 모색하도록 노력하자고 답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문 대통령은 아세안+3 회의가 열리는 방콕 노보텔에 마련된 정상들의 대기 장소에서 만난 아베 총리에게 ‘잠시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자’고 먼저 권했고, 이에 아베 총리가 응하면서 환담이 성사됐다.
 

이는 이달 23일로 예정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앞두고 미국이 지소미아 연장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하는 등 여러 측면에서 양국 갈등 국면을 조기에 해소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북·미 정상 간 신뢰는 여전하고 대화를 이어가고자 하는 의지도 변함이 없다”면서 “북·미 간 실무협상과 3차 북·미 정상회담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위한 전체 과정에서 가장 중대한 고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외무성은 이날 환담과 관련해 "아베 총리가 문 대통령에게 우리의 원칙적 입장을 확실히 전달했다"고 밝혔다. 일본 'NHK 방송'은 아베 총리가 최근 모친상을 당한 문 대통령에게 위로의 말을 건넸다고 전했다.

 

이처럼 양 정상이 13개월여 만에 직접 소통에 나서면서 악화일로인 양국 관계가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