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까지 고개 너머 또 고개


 

▲ 이명박 서울시장은 현재 가장 유력한 차기 대권 후보지만 검증을 거쳐야 할 사안들이 아직 많이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명박 서울시장은 정치권을 통틀어 현재 가장 유력한 차기 대권후보로 주목받고 있다.

올 들어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단연 1위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고건 전국무총리와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에 밀려 지지도 2·3위를 기록했지만, ‘청계천 효과’ 이후의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이 시장은 청계천 복원과 서울시민광장, 버스전용차로제 도입 등의 성과를 통해 "일하는 지도자" 이미지를 확보하면서 ‘이명박 대세론’을 만들어가고 있다. 하지만 낙관하기엔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

여권의 집중 견제가 심상찮다. 아직 드러나지 않은 이 시장의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이 슬슬 등장할 것이란 관측이 여권 핵심부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최근 정부가 서울시에 대해 합동감사를 벌이겠다고 나선 점도 이 시장에 대한 견제와 무관치 않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이 시장이 견뎌내야 할 아킬레스건은 과연 어떤 것들일까? 5가지를 정리했다.

1. 재산 의혹

이 시장이 지난해 밝힌 공식 재산은 186억6,680만원. 논현동 자택과 서초동 빌딩 및 상가, 양재동의 빌딩 등 그의 재산은 대부분 부동산이다. CEO자리에서 물러날 때 현대 측으로부터 받은 것들이다.

이외에 12억원 가량의 은행예금과 현대중공업과 현대산업개발, 현대엘리베이트 등의 주식을 소량 보유하고 있다.

그의 재산 문제는 선거에 나설 때마다 귀찮게 따라다녔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크다. 실제 이 시장의 재산 규모는 신고액을 훨씬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의 공시지가와 실거래가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 시장의 부동산 재산은 300억원에 육박할 수도 있다.

재산 신고와 관련해서도 뒷말이 많다. 재산공개가 처음 도입됐던 지난 93년, 그는 1차 신고에서 자신의 재산을 62억3,000만원이라고 했다. 하지만 2차 마감 전에 신고액을 바꿨다. 1차 신고액의 4배를 훨씬 상회하는 278억원이었다.

이 금액은 2차 재산 신고를 앞두고 부랴부랴 서초동 470평의 땅을 시세 가격의 절반 수준으로 팔고 난 후의 금액이어서 실제 재산 가치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

2. 병역면제

이 시장은 군복무 경력이 없다. 지난 2002년 서울 시장 선거에서 이 시장의 병역 문제가 거론됐지만 경쟁자였던 민주당의 김민석 후보 역시 병역 해당 사항이 없었던 터라 운 좋게 큰 문제가 되지 않고 넘어갔다.

하지만 향후 대선에서도 이 같은 ‘행운’이 찾아올 것이란 보장이 없다. 이 시장의 병무청 병역 기록에 따르면, 이 시장은 1961년 ‘갑종’ 결정을 받고, 63년 입영했지만 질병을 이유로 귀가 조치됐다.

64년에는 징병검사를 기피한 것으로 나와 있고, 재신검 대상이 됐다. 하지만 65년 신검 후 제2국민역으로 병역면제를 받았다.

이유는 활동성폐결핵과 기관지확장증 때문. 이 시장 측은 불가피한 면제판정이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군대에 다녀오지 않았다는 점은 그 자체로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다.

3. 독단·독선 불도저 이미지

남의 말을 잘 듣지 않는 독단적 스타일이란 이미지도 이 시장에겐 걸림돌이다. 이 시장은 2004년 경실련 여론조사에서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는가’라는 질문에 부정적인 응답이 66%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아래 사람들의 직언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인상이 강하다는 것이다. 그의 독선 이미지는 ‘불도저’란 별칭과 어울려 개발시대 이미지를 강하게 부각시킨다.

이 시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불도저란 소리가 그리 듣기 좋지 않다”고 말한 적이 있다.
독선적인 이미지가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불도저 이미지로 새로운 디지털 시대엔 좀처럼 어울리지 않는 분위기다.

4. 선거법위반 악연

이 시장은 유독 선거법 위반과 인연이 깊다. 지난 96년 15대 총선 때 이 시장은 막강한 경쟁자였던 이종찬 전의원과 경합을 벌인 끝에 이겼다. 하지만 법정선거비용을 초과 지출한 것이 들통 나서 재판을 받았고 400만원의 벌금을 물었고 의원직을 상실했다.

이 때문에 그는 98년 서울시장 출마 권리를 박탈당했다. 이 일로 인해 이 시장은 추후 방송에서 ‘많이 뉘우친다’고 여러 번 공개 사과한 바 있다. 하지만 ‘선거법 위반’과의 악연은 계속됐다.

불법전화홍보 사무실을 운영하다 언론에 적발돼 고발조치 된 적도 있었다. 이 역시 15대 선거 때다.

당시 경쟁 상대였던 민주당에서는 ‘이 후보가 당선된다 하더라도 선거법위반으로 당선무효 될 것이 뻔하다’면서 이 시장의 선거법위반 혐의를 집중 부각시켰다.

이 시장은 2002년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선거법 위반 논란으로 곤욕을 치렀다. 그는 당시 선거를 앞두고 자서전의 출판기념회를 열고 홍보 유인물을 9만1,000여부나 돌렸다. 한나라당과 중앙당 및 지구당에는 자서전 5,000여권을 배포했다.

이 일이 두고두고 말썽이 됐다. 선거법 위반 혐의로 또 법원 재판을 받았다. 이 시장은 무죄판결을 받았지만 선거법 위반 이미지가 누적됐다.

5. 충청권 포섭 난제

이 시장의 결정적인 아킬레스건 가운데 하나는 바로 호남·충청에서의 지지기반이 약하다는 점이다.

특히 충청도로부터 건질 수 있는 표나 있을지 의문스럽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이 시장이 행정수도이전에 대해 쌍심지를 켜고 반대했기 때문이다. ‘충청권을 얻지 못하고선 대권은 없다’는 불문율의 공식이 유효하다면 이 시장은 ‘필패’ 당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충청도민에게 이명박은 원수가 되어버렸다”는 극단적인 당내 비판이 제기될 정도로 이 시장은 충청도민과 등을 졌다. 충청권 공략은 이 시장이 넘어야 할 큰 산이다.

<또 다른 ‘핵폭탄’도 꿈틀>

정가에서는 이명박 시장의 새로운 ‘아킬레스건’이 회자되고 있다. 이는 재산·병역·선거법 등 현재까지 등장했던 문제와는 전혀 다른 것으로, 경우에 따라선 이 시장에게 치명적일 수도 있는 사안들이다. 사생활·주가조작 연루설·스캔들 등이 주 내용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총선 이후 우리당 ○○○ 의원(초선)을 중심으로 팀이 만들어져서 이명박에 대한 X파일을 샅샅이 뒤졌고, (대선에서) 충분히 활용할만한 것들을 상당수 확보했다”고 했다.

이어 “당시 조사팀은 현대건설 출신 사람들에게도 접근해 이명박의 공개되지 않은 과거 사생활까지 꽤 꼼꼼하게 확보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여권 일각에선 이 시장이 2000년 당시 한 코스닥 기업의 주가조작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됐다는 ‘검증되지 않은 설’까지 제기되고 있다.

정가 소식통들이 전하는 이 ‘설’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 시장은 지난 2000년 2월 투자금융회사 LKE(이명박·K씨·E씨(한국명 성은 K씨)를 설립하는 데 동참했고, 실제로 20억원을 투자했다. 회사 운영은 오누이인 K씨(오빠)와 E씨(여동생)가 맡았고, 이들은 코스닥 기업인 S사에 80억원을 투자했지만 이 회사는 부도가 났다.

이에 대해 당시 이 시장 측은 명의만 빌려준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이명박’을 보고 투자를 했기 때문에 일종의 ‘사기’라고 주장했다.

투자금액은 100억원 가량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론 1,000억원에 이른다는 주장도 있다. 투자자들은 2001년 이명박과 K씨를 고소했다.”

이런 가운데 K씨가 지난해 10월 미국 LA에서 붙잡힌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시장의 주가조작 사건 연루설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다.

K씨는 공금횡령·주가조작·유령회사 투자·외화도피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시 K씨는 국내로 송환될 계획이었지만, K씨의 미국 변호사가 항소를 제기했고, 이에 따라 현재 미국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와 관련 한 여권 인사는 “경찰은 사기 혐의로 K씨를 소환 신청한 상태고, 그가 소환되면 E씨와 이 시장의 관계가 드러나기 시작할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이 시장과 E씨의 특별한 관계도 국민적인 관심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형 스캔들이 등장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여당이 이 시장의 뒤를 캐온 각종 사생활 정보와 주가조작 연루설 등의 내용이 최근 정가를 중심으로 빠르게 회자되면서 여권에선 ‘차기 대선이 정동영 대 이명박 싸움으로만 간다면 충분히 승리할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자신감은 이 시장의 약점을 잘 들춰내는 것만으로도 승리가 가능하다는 관측에 바탕을 둔 것으로 보인다.

이 시장은 그 동안 자타가 공인하는 유력 대권주자였지만 정치권 전면으로 나서지 않았던 점 때문에 정치 공세에서 한 발 비켜서 있었다. 이 시장이 여권으로부터 제대로 공격을 받지 않았던 측면이 있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에서도 걱정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시장에겐 ‘아킬레스건이 너무 많다’는 게 주 요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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