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와주진 못할망정 ‘고춧가루 뿌리냐’ 발끈

[민주신문=강인범 기자] 정부가 만 0∼5세 영유아에 대한 전면 무상보육을 사실상 폐기키로 한데 대해 새누리당이 거세게 반발하면서 당정 관계에 파열음이 나고 있다.

새누리당 정책위는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내고 “정부는 시행 7개월 만에 현재 운영되는 전 계층 보육료 지원 정책을 무책임하게 폐기하려 해 학부모들에게 혼란만 일으키고 있다”며 “오락가락 추진으로 국민 신뢰를 잃고, 효과도 기대할 수 없도록 정책실패를 자초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무상보육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지난 총선 당시 공약으로 내세웠던 부분으로 대선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정부가 여당에 고춧가루를 뿌린 것이나 다름없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정부가 예산상의 이유로 전면 무상보육은 어렵다는 입장인 반면 박근혜 후보는 국회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자신이 제시한 공약이 불과 1년도 되지 않아 폐기된다면

 박 후보는 9월 25일 강원 양구군 육군전사자 유해발굴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새누리당이 총선에서 약속한대로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새누리당은 이 문제(전면 무상보육)를 두고 정부와 오랫동안 논의하며 관철시키고자 노력해 왔지만 전체가 반영되지는 못했다”며 “상위 30%에 해당하는 분들도 다들 빠듯하게 살아가는 젊은 부부들로서 꼭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집권 여당의 대선 후보가 정부의 무상보육 정책 폐기 방침에 공개적으로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정치권의 논란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대선을 앞두고 당정 갈등을 넘어 자칫 당청 갈등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전면 무상보육은 새누리당의 지난 4·11 총선 핵심공약 중 하나였다. 현재 만 0~2세까지만 소득에 관계없이 실시되고 있는 무상보육을 만 0~5세로 확대하고 양육수당도 전 계층에 지원하겠다는게 새누리당과 박 후보의 계획이었다.

이미 새누리당 김현숙 의원 대표발의로 만 5세까지의 영유아 보육료 전계층 지원근거 마련과 표준보육비용을 법제화한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이 보건 복지위를 통과한 상태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보육지원체계 개편안’을 통해 만 0~2세 유아에 대한 전면 무상보육 정책을 7개월만에 사실상 폐기키로 했다.  양육수당을 시설이용 여부와 관계없이 지원하는 대신 소득하위 70%까지만 지원함으로써 소득 상위 30%를 보육료 전액대상에서 제외하고 전업주부는 어린이집 비용도 절반만 지원키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전면 무상보육을 만 0∼5세까지 확대하겠다는 새누리당의 구상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관련법을 발의한 김 의원을 비롯한 새누리당 복지위 소속 의원들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명박 대통령은 신년국정연설에서 만 0∼2세 무상보육을 천명하며 대국민 약속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새누리당과 아무런 협의없이 무상보육을 폐기했다”며 반발했다.

이들은 “실제 1세 자녀를 둔 직장인의 경우 대도시에 거주하는 맞벌이 부부들은 거의 다 상위 30%에 포함 될텐데 개선안대로라면 맞벌이 부부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며 “정부는 재원마련 노력도 없이 무상보육이 정치권의 포퓰리즘인양 몰아가며 현 정책을 퇴보시키는 방안을 발표했다”고 비판했다.

앞서 박 후보는 지난 2일 이명박 대통령과의 오찬회동에서 “보육문제 때문에 우리나라 여성들의 역량이 사장돼서는 안된다. 0~5세 영유아 양육수당 확대에 대해 정부가 적극 나서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그는 “정부가 보육료 지원이 불필요하다고 지목한 상위 30% 가구도 대부분 우리 주변의 평범한 맞벌이 가구다. 국가적 과제인 저출산 해결을 위해 보육은 국가가 책임 지는게 맞다”고 강조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여성들이 자기역량을 잘 발휘토록 도움이 절실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다소 애매한 답변을 내놨다.

당시 새누리당은 이 대통령이 박 후보의 요청에 공감을 표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놨지만 결국은 헛다리만 짚은 모양새가 됐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복지부의 발표가 당정간 관계에 줄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박 후보까지 공개적으로 정부 방침에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이 대통령과의 회동이 한달도 채 안된 시점에 당정 관계가 냉각기에 접어드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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