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열은 필패' 이정희 딜레마를 어찌할꼬

 9월 25일 대선출마를 전격 선언한 이정희 전 대표
[민주신문=강인범 기자]통합진보당이 신·구당권파로 각자 갈라선 가운데 구당권파 핵심 인사로 불리는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가 대선출마를 선언해 그 파급력이 예의주시되고 있다. 당장 민주통합당은 “힘을 한곳에 모아도 어려운 판에…”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9월 17∼21일 실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 이 전 대표는 3.6%의 지지율을 얻었다. 당장 야권연대의 캐스팅보트로 지분협상에 나설수 있는 수치다. 반면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이 전 대표의 출마는 호재나 다름없다. 이 전 대표가 대선에서 완주할 경우 표분산은 자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4.11 총선 당시 220만표 저력…‘내칠수도 안고가기도’ 딜레마

연대시 새누리에 ‘이념 공세’ 빌미 제공, “득보다 실 많다” 비판론 

통합진보당 이정희 전 공동대표가 9월 25일 대선출마를 전격 선언했다. 당장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이 전 대표를 맹비난하고 있지만 속내를 짚어보면 민주당의 당혹감이 더 클 수 밖에 없다.
한때 야권연대의 한축으로 동반자적 관계에 놓여 있던 통합진보당은 현재 두갈래로 쪼개진 것은 물론 분당의 책임론을 두고도 ‘네탓 공방’이 여전하다. 통합진보당은 현재 신당권파(국민참여당, 진보신당 탈당파, 평등파 계열)과 구당권파(민주노동당 계열, 자주파 계열)로 분열된 상태다.
민주통합당 입장에서는 안철수·문재인 후보가 단일화를 이룬 후 통합진보당을 끌어안기도 방치하기도 애매한 상황이 되버렸다. 이정희 전 대표를 끌어안자니 이들과 갈등관계에 놓여 있는 유시민ㆍ심상정ㆍ노회찬의 ‘새진보정당추진회의’와의 관계 설정도 애매해진다.
더불어 이석기 김재연 의원의 종북논란으로 정치권이 한바탕 소용돌이에 휩싸였던 상황에서 이들과 연대할 경우 새누리당의 이념공세에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렇다고 각개각진으로 나간다면 충성도 높은 진보성향 유권자들의 표심의 분열이 우려된다.

4·11 총선 야권 단일화 과정에서 여론조사 조작에 관여한 의혹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은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가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검찰청을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진보진영 표분산 우려

통합진보당은 지난 4.11 총선에서 정당투표 220만 명에 가까운 유권자가 지지했다. 지난 17대 대선을 제외하고 과거 대선판도가 51대 49의 박빙구도를 연출했던 점, 15대 대선 당시 DJ(김대중) VS 이회창 전 대표의 경우 30만표(격차 1.5%) 차이로도 당락이 결정된 사례가 있었던 만큼 무시할 수 없는 표다. 진보진영을 빼 놓고 표 확장력을 꾀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9월 25일 출마 선언을 한 이정희 전 대표에 대한 여야 정치권의 반응은 싸늘했다. 새누리당은 이를 두고 “후안무치의 극치”라고 맹비난했다. 이상일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한 이 전 공동대표의 사전에는 수치심이나 염치라는 단어가 없지 않나 싶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4·11 총선 때 서울 관악을 지역에서 총선후보 단일화를 위한 여론조사를 조작한 혐의로 총선 후보직을 불명예스럽게 사퇴한 그가 무슨 염치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지는 자리에 도전하겠다고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전 공동대표가 이끌었던 통합진보당은 총선 후 구당권파와 신당권파의 패권 다툼으로 수차례나 꼴불견을 연출했다”며 “그런 통합진보당을 국민은 외면했는데도 그 당의 간판으로 대선에 나오겠다고 하니 후안무치도 이만저만 심한게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이 대변인은 이 전 대표의 이번 대선 출마의 배경을 국고보조금을 챙기려는 꼼수가 아닌지 의구심을 나타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 선거대책위원회 공보단장인 우상호 최고위원 역시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내놨다. 우 최고위원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과의 통화에서 “자기네 내부 문제도 해결하지 못한 상태에서 대선 출마를 통해 당 문제를 돕는다는 것은 정치 도의적으로 조금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이정희 의원 개인은 상당히 훌륭하고 대통령 후보 자격이 있다고 판단하지만 지금은 국민들이 통합진보당의 분열과 내부문제에 의혹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의 의혹에 성의 있게 답변하고 국민들에게 대선에 나가도 되겠느냐 물어봐야하는데 이런 문제를 덮기 위해 대선에 나온다는 것은 진보 정치 세력이 보여 줄 모습은 아니다”며 부정적인 의견을 내놨다. 통합진보당을 탈당한 무소속 심상정 의원은 한 라디오에 출연 “한을 풀기 위한 출마가 되어선 곤란하지 않겠느냐”고 꼬집었다.

진보 진영의 대표적 평론가인 진중권 동양대 교수 역시 이정희 전 대표의 대선출마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진 교수는 9월 24일 자신의 트위터에 “이정희, 대선출마. 법적으로 아무 문제 없죠. 다만, 윤리적 문제는 있죠. 총체적인 부정, 부실선거를 치르고 반성조차 거부한 정당에서 대선 후보를 낸다는 것은 대단히 비윤리적”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이어 “어차피 대선은 승부가 박빙일 테니까, 자기가 가진 1∼2%의 표로 캐스팅 보트를 행사하며 정치적 중요성을 과시하겠다는 얘기”라며 정치공학적 접근을 비판하면서도 “어차피 변수가 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주통합당 이해찬 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새진보정당추진회의 노회찬, 조준호 공동대표와 면담을 나누기 전 악수를 하고 있다.
이정희, 야권 연대 복원 협상 여지 남겨

지난 9월 14일 민주통합당 확대간부회의에서 강기정 최고위원은 “야권연대의 한 축이었던 통진당이 자기혁신을 이루지 못하고 끝내 분당과 탈당으로 끝을 맺어 안타깝다”라며 “통진당과의 야권연대는 사실상 끝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통합진보당의 대주주였던 민노총이 지지철회를 선언한데 이어 통합진보당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도 곱지 않은 것이 주된 요인이 됐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통진당 신당권파가 탈당해 신당 창당에 돌입한 만큼 이들과의 새로운 야권연대를 모색해 지지표 이탈을 차단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반면 이정희 전 대표는 야권연대 복원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는 상태다. 그는 9월 2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출마기자회견 직후 질의응답에서 야권연대 가능성에 관한 질문에 “야권연대를 몸을 던져 만든 사람으로서 상호 협력과 연대의 원칙이 무너졌다고 본다”고 답했다.
이어 “비례경선 사태를 거치며 민주당은 새누리당과 야합하며 우리 당을 제물로 삼았다”며 “연대는 원점으로 돌아간 상태”라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이후에 언제 어떤 것이든 가능하지만 상호 인정과 존중, 정책에 대한 합의와 공동행동을 향한 결의가 갖춰져야 한다”고 야권연대 성사를 위한 조건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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