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복 한의학 박사

“이혼에 찬성한다. 남편의 입냄새를 참고 살라는 것이 여인에게는 저주다.” 2천 년 전에 쓰인 탈무드의 한 구절이다. 탈무드는 유대인 율법학자들이 쓴 도덕 교과서라고 할 수 있다. 유대인들의 전통과 습관, 율법이 망라된 책에서 구취는 이혼 사유로 명시됐다. 그렇다면 지금도 입냄새는 이혼 사유가 될까. 현대는 입냄새로 인한 이혼이 허락되지 않는다. 전통시대의 구취는 치료가 극히 어려웠지만 지금은 쉽게 치료되기 때문이다.

마땅한 입냄새 치료제가 없었던 2천 년 전의 중동에서는 감송(甘松)으로 악취를 중화시켰다. 감송의 사용은 예수님에게서 찾을 수 있다. 예수님이 태어나고 활동한 팔레스타인의 갈릴리 등 중동 지역은 따가운 태양과 황량한 사막, 오아시스 등이 있는 열악한 환경이다.

사랑의 말씀을 전하기 위해 이곳저곳을 다니는 예수님의 여정은 고단했다. 오래 걸은 예수님의 발은 수시로 부르텄다. 이때 독실한 신자는 예수님의 성스런 발을 씻겨 드리기도 한다.

예수님이 베다니아에 사는 라자로의 집을 방문했을 때다. 라자로의 여동생 마리아는 나르드 향유 한 근을 예수님의 발에 붓고, 자신의 머리카락으로 예수님의 발을 닦아 드렸다. 그 순간 온 집안에 향기가 가득하게 퍼졌다. 나르드 향유 1근의 가격은 당시 근로자 1년 연봉과 비슷했다.

이처럼 비싼 나르드 향유는 신부가 결혼할 때 가져가는 혼수품이다. 그것도 부잣집 딸이나 가능했다. 라자로와 마리아 남매는 예수님을 위해 1년 연봉을 아낌없이 쏟아 부은 셈이다. 이는 종교적 믿음이 뒷받침된 행동이다.

그런데 위생면에서 본 나르드 향유의 1차 기능은 역겨운 냄새 제거다. 많은 사람이 좁은 공간에 모이면 갖가지 체취가 진동한다. 퀴퀴한 냄새가 난다. 이를 염려한 마리아가 성스런 분위기 고조를 위해 향기로운 냄새를 지핀 것이다.

나르드는 히말라야 산맥과 중국 남부의 고지대에서 자라는 관엽감송(寬葉甘松)의 뿌리에서 얻는다. 한 뿌리를 증류해야 고작 한두 방울 얻는 귀한 향유다. 한의학에서는 감송(甘松), 시엽감송(匙葉甘松)의 뿌리를 말려서 약재로 사용한다. 약명이 감송향(甘松香)으로 구취를 유발하는 질환 치료에 도움이 된다.

감송향은 비위(脾胃)가 약하거나 위통(胃痛)이 있을 때 처방한다. 또 명치와 하복부의 불편할 때도 사용된다. 충치로 인한 치통, 두통, 우울증 등에도 효과가 있다. 기의 순환을 촉진하고 통증을 멎게 하는 감송향은 전반적으로 입냄새 유발 요인 억제 효과가 있다.

동의보감에서는 감송향을 통증억제, 비기(脾氣)의 무력감을 다스리는 성비(醒脾), 막혀서 답답함을 풀어주는 개울(開鬱), 위의 기능을 강화하는 개위(開胃), 차갑고 삿된 기운을 정화하는 산한(散寒), 몸의 나쁜 기운을 몰아내는 벽악(辟惡) 등의 용도로 활용했다. 큰 틀에서 입냄새와 직간접으로 연결되는 증상들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옛 사람들은 감송으로 구취나 체취를 완화와 함께 소화기 질환을 치유를 꾀한 것이다. 실제로 감송향은 위장 질환에서 기인한 입냄새 제거에 많은 도움이 된다.

그러나 현대의 입냄새 치료는 세분화 되어 있다. 입냄새는 비염이나 축농증 등 이비인후과적 원인에 비롯하여 내과 소화기, 구강, 전신질환 등 다양하다. 구취는 하나의 질환이 단독으로 오기 보다는 여러 질환이 복합 양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원인을 정확히 진단하는 게 치료의 관건이다. 원인을 제대로 진단하고, 체질과 증상에 맞는 적합한 처방을 하면 치료가 잘된다. 치료 기간은 보통 1~3개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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