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야권 후보 ‘권좌’ 놓고 무한 경쟁

 
[민주신문=강인범 기자] 대권주자로 선출되면서 민주통합당의 전권을 쥔 문재인 후보와 전격적으로 18대 대선 출마를 선언한 무소속 안철수 후보간 야권 단일후보 '권좌'를 놓고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승부가 예고되고 있다.
대선을 3개월 앞두고 과거와는 다른 정치 흐름에 따라 성사된 이들의 대결구도는 유권자들 입장에서는 흥미진진하지만 당사자 입장에서는 초조할 수 밖에 없는 형국이다. 일단 원내 제 1 야당이 대선 후보를 내지 못할 경우 당 존립기반이 흔들리는 것은 물론 파생되는 후폭풍도 막대할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후보 입장에서도 "완주할 생각이 없었다면 출마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배수의 진을 치고 있다.

일단 정당이라는 지지기반과 조직을 갖고 있는 문재인 후보가 우세할 수도 있지만 '과거와 다른 정치'를 표방, 이를 지지율의 배경으로 삼고 있는 안철수 후보의 파급력도 무시할 수 없다.

문재인·안철수 두 인사 모두 정치권의 이력으로 보면 '초짜'나 다름없지만 지지율만 놓고 봤을땐 박근혜 대항마로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춘 상태다. 범야권 단일후보로 선출될 경우 기세는 한단계 더 레벨업 될 가능성도 높다.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된 문재인 VS 안철수 후보의 대결구도를 조명해봤다.

문재인 "박근혜 안철수 모두 꺾을 수 있다" 자신감     
안철수, 민주당 쇄신 압박…교수직 재산환원 '배수의 진'
지지율 반비례 관계 속 측근그룹 통해 세대결 양상 본격화  

안철수 서울대 융합기술대학원장이 제18대 대통령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서울대 교수직은 물론 안랩 이사직 사임, 당선될 경우 남은 지분 모두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한다. 사실상 모든걸 다 던지고 대선에 임하는 것으로 과거 서울시장 재보선과 달리 이번 대선에서 '배수의 진'을 치고 전력을 다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박빙의 차이로 지지율 1, 2위를 다투는 등 범야권의 유력 대선 주자로 꼽혀왔다. 출마를 선언하기 전부터 야권의 적극적인 '단일화' 구애를 받은 이유다. 안 후보의 가장 큰 장점은 '기성 정치권과의 거리'에 있다. 안 원장 스스로 밝혀왔듯 그가 누리고 있는 높은 지지율에는 기성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실망이 깊게 깔려 있다. 정치권이 좌충우돌 실망스런 모습을 보일수록 그의 인기는 더욱 올라 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여권이 맞춤형 선거전략을 마련하기에 한계가 있는 것도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18일 경북 성주군 태풍피해현장을 찾아 봉사하고 있다.
이에 질세라 1차 관문인 범야권 단일후보 경쟁을 벌이는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바람'도 안 후보에 못지 않다. 정치 관록이 짧다는 핸디캡에도 불구 손학규, 김두관, 정세균 쟁쟁한 경쟁자들의 견제를 물리치고 지역 경선에서 무려 13연승이라는 성적표를 거머쥐며 당당히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판이 짜여진 상황에서 양측의 자신감도 충만하다. 문재인 후보가 20일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를 모두 꺾을 수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문 후보는 이날 오전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 "박근혜 후보는 진작 대세론이 깨졌고 한계가 보인다. 안철수 후보와도 현실정치 속에서 경쟁하게 됐다"며 "이전까지는 우리당 후보가 여러 명으로 나뉘고 지지도가 분산된 상황이었지만 이제는 제가 당 후보로 결정된 상황에서 일대일로 경쟁하게 됐다. 질 수가 없는 경쟁"이라고 현 상황을 분석했다.

안 원장측은 출마 선언 당시부터 단일화의 선결조건으로 민주당의 쇄신과 변화를 압박하고 있다. 안 원장측이 굽히고 들어갈 이유가 없다는 자신감의 발로로 풀이된다.
안 후보 측 경희대 김민전 교수는 20일 오전 YTN라디오 '김갑수의 출발 새아침'과 통화에서 "4·11 총선을 통해 민주당도 신 패권주의에 빠졌다는 얘기를 제가 했듯이 민주당이 정치개혁과 관련해 과거와 다른 정치개혁의 모델들을 가지고 나온다면 단일화 문제가 훨씬 더 쉽게 풀리지 않겠느냐"며 "말 그대로 이제 공은 민주당으로 넘어간 것"이라고 말했다.
안 후보 측 금태섭 변호사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통화에서 "국민들이 정당에 속하지 않은 안철수 원장에 대해서 지지와 성원을 보내는 것은 기존 정당에 들어가 무슨 경선을 통해 후보가 되라는 것이 아니다"고 일단 단일화 논의에 선을 긋는 분위기다.

독자출마 가능성 희박…최후의 승자는

현재로선 정치적 카운터 파트(맞상대)지만 시너지 효과를 위해 단일화는 반드시 이뤄질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권 재창출이라는 과제의 '무거움' 때문에 양측 모두의 독자 출마할 경우 필패는 자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늦어도 후보등록 기간(11월 25∼26일) 까지는 단일화를 이뤄내야 하는 상황속에 일차적으로 추석 민심과, 10월 한달간에 '쟁투'가 운명의 가늠좌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정치권 전문가들조차 누구 한명의 우위를 예상하기 힘들 만큼 판세는 예측불허다.  안 후보와 민주당 소속의 문 후보의 지지층은 대부분 겹친다. 이 때문에 양측은 독자 출마 시 표 분산을 막기 위해서라도 단일화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막상 단일화 협상 과정에 돌입할 경우 그 방식을 놓고 양측간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문 후보 측에서는 안 후보의 '민주당 입당'을 전제해야 하고 단일화 과정 역시 '민주당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문 후보 측에서 가장 바라는 방식은 일단 각자 경쟁력을 최대한 끌어 올린뒤 막판 '후보간 담판 협상'을 통해 안 후보가 후보직을 양보하는 것이다. 이는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에서 안 후보가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와 단일화를 이룬 방식이다.
하지만 대권에 대한 의지가 확고하다고 알려진 안 후보가 후보 단일화를 쉽게 양보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안 후보가 지난해 박 시장에게 서울시장직을 내줄 때부터 정치권에는 대권을 염두에 둔 전략적 판단이라는 분석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이와 함께 거론되고 있는 단일화 방식은 '여론조사' 방식이다. 이 방식은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후보가 채택한 것이다. 두 후보가 여론조사 상 접전을 벌일 때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
이 방식은 현재까지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앞선 안 후보에게 유리해 문 후보가 받아들이기 힘든 측면이 있다. 하지만 최근의 여론조사에서 문 후보가 양자대결 시에도 안 후보를 앞지르기 시작해, 여론조사 결과 추이에 따라 입장이 달라질 수 있다.
아울러 선거인단을 모집해 실시하는 '국민 참여경선' 방식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민주당이 조직을 동원할 가능성이 있어 안 후보가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여론조사 방식과 국민 참여경선의 중재안으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의 '박원순 시장-박영선 의원간 단일화 방식'을 꼽을 수 있다. 이는 배심원단 평가, 여론조사, 국민 참여경선 등을 결합한 방식이다.
현재 상황은 2002년과 비슷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가장 큰 공통점을 꼽자면 양당·패권 정치에 실망한 유권자들이 대안 세력으로 압도적인 지지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3자 구도라는 점 역시 비슷하다. 현재 새누리당에서는 당내 경선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얻은 박근혜 후보가 대세론을 주창하며 미리 링에 올라와있는 상태다. 민주당에서는 경선 흥행부진 여파 속에 문 후보가 선출됐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안 원장 역시 이날 출마를 공식선언을 했다.
이는 2002년 대세론을 앞세웠던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민주당 후보로 선출된 노무현 후보, 그리고 장외에서 여론의 강력한 지지를 얻고 있던 정몽준 의원 등 3자 구도와 비슷하다.
단일화 시기도 비슷하다. 2002년에는 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대선을 한달여 앞둔 시점에서 정 의원과 단일화를 이뤘고 대선에서 승리했다. 올해 민주당 문재인 후보 역시 10월께 안 원장과의 단일화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2002년 당시에는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 방식이 선택됐다. 당시 정 의원은 지지율 측면에서 노 후보에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지만 실제 단일화 여론조사에서는 고배를 마셨고 결국 노 후보가 대권을 손에 쥐었다.

▲ 대선 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후보가 20일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 학도의용군의 묘에 참배하기 위해 걸어가고 있다.

세대결 양상 첨예

현재 문재인·안철수 후보의 지지율도 팽팽한 접전을 보이고 있다. 일단 이들은 결국 안고 가야 할 사람들이란 점에서 직접적인 충돌은 가급적 피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우선 측근들을 통해 기싸움이 펼쳐지고 있다.

초반 기선은 안 후보측이 잡은 모양세다. 전략·기획통으로 알려진 박선숙 전 민주통합당 의원이 20일 탈당계를 내고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대선 캠프에 합류하면서 민주당은 당혹감에 휩싸였다. 어찌됐건 민주당 후보보다 안 후보에게 더 대권 후보로서 매력을 느꼈다는 반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전 의원은 고 김근태 상임고문이 주축이 된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소속으로 당내 대표적인 GT(김근태)계로 꼽힌다. 지난 4·11총선에 앞서 야권연대 협상 실무단 대표를 맡아 야권단일화를 주도했고, 총선 직전에는 사무총장에 임명될 정도로 당내에서는 무게감이 있던 인물이다. 당 일각에서는 박 전 의원의 '안철수 캠프행'이 연쇄 탈당의 신호탄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문재인 후보 측은 겉으로는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지만 내심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문 후보 경선 캠프 관계자는 "박 전 의원이 안 후보를 돕는다는 것은 출마선언 전에도 정치권에서 많이 회자됐던 얘기가 아니냐"면서 "새로울 게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결과에 따라서는 제2의 김민석이 될 수도 있다"면서 "안 후보가 앞으로도 계속 이런 식으로 당내 인사들을 빼 간다면 정치 도의가 아니라고 본다"고 불쾌감을 나타냈다.

민주당도 안 후보에 대한 견제을 본격화 하고 있다. 이해찬 대표는 지난 9월 21일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소속 인사들을 과대평가할 필요는 없다면서 문재인 후보의 선전을 예상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영등포 중앙당사에서 열린 교육연수위원회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해 "여론조사를 보면 안철수 교수가 출마선언한 후 많이 상승해 안 교수가 지금 문 후보보다 약간 높은 것으로 나오지만 그 추세가 유지될 것 같지는 않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이어 "그쪽에 참여하는 사람들 맨파워가 그렇게 크지 않고 동력이 없기 때문에 (지지율을)유지할 것 같지는 않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안 교수 표와 우리 표가 맞물려 있어서 우리가 올라가면 그쪽이 빠지게 돼있고 그쪽이 올라가면 우리가 빠지게 돼 있는 그런 구도를 가지고 있다"며 "이번 2주일 동안 최선을 다해 우리 후보 지지도를 끌어올리도록 전념을 해야 한다"고 판세를 분석했다.
문 후보와 안 후보 간 단일화에 관해서는 "단일화 과정 자체도 굉장히 치열한 과정을 거치리라고 본다"며 "언론에서 경선으로 하느니, 담판으로 하느니, 여러 이야기가 나오지만 궁극적으로는 여론상 우위에 서 있어야만 우리가 단일화를 주도할 수 있는 국면을 끌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민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