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집걱정 덜기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측근 비리 악재 속수무책…'차떼기 망령' 되살아날까 전전긍긍
문재인에 지지율 역전 허용, 과거사 논란 등 '출구전략' 모색     

지난 5년간 대세론의 한복판에 서 있던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대선을 코앞에 두고 당안팎의 악재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형국에 놓였다. 보수와 중도를 넘어 진보까지 포용하려는 '국민대통합' 행보는 유신옹호 발언과 인혁당 사건 등 과거사 문제로 빛이 바랜 것은 물론 잇따른 측근들의 비리 의혹은 '정치 쇄신'이라는 모토에도 심각한 생채기를 내고 있다. 파생적으로 민생행보도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당 밖으로는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 확장력이 예사롭지 않다. 급기야는 10%넘게 격차를 보이던 지지율도 일부 여론조사 결과 추월당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정치 불신'의 벽을 타고 대선주자로 까지 발돋음한 안철수 원장과의 대결 구도도 전략 마련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당 안팎에선 이대로 가다간 과거 대선 문턱에서 무너진 '이회창 대세론'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근혜 경선캠프의 공동선대위원장이었던 홍사덕 전 의원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지난 4ㆍ11 총선 직전 수천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선관위로부터 고발당한 것과 관련해 가진 기자회견을 마친 뒤 승강기에 탑승하기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잇따른 측근 비리 의혹 속수무책

박근혜 후보의 최측근으로 불리는 인사의 잇따른 추문도 대권 가도에 발목을 잡고 있다. 박근혜 후보가 사실상 통제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말까지 나온다. 대부분이 '돈'과 관련 것으로 '차떼기 정당'이라는 오명이 재차 부각되는 점도 부담이다. 시기적으로도 민심에 상당한 영향이 불가피한 추석연휴를 앞두고 불거진 점도 악재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안철수가 부상하고 있는 것도 정당정치에 대한 불신 때문인데 부패와 단절하지 못한 새누리당의 모습은 그 어떤 것보다 2030 세대의 표심을 이끌어 내는데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부패'라는 프레임이 한번 고착화 되면 단시일내에 되돌리기 힘들다는 점도 90여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 최대 복병으로 여겨지는 이유다.
박 후보는 지난 8월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현영희 의원의 공천헌금 파문으로 이미 한차례 수세에 몰린 바 있다. 총선 당시 공천심사위원이었던 친박계 현기환 전 의원이 연루됐다는 의혹을 연결고리로 야당은 물론 당내 비박계 대선주자들로부터 후보사퇴 압박까지 받았다.
검찰이 공천헌금의 최종 종착지로 지목받았던 현 전 의원에 대해 무혐의라는 잠정 결론을 내리면서 새누리당은 한숨 돌렸지만 지난 17일 홍사덕 전 의원의 검찰고발이라는 악재를 만났다.
6선의 이력으로 정치권 원로격인 홍 전 의원은 친박계 핵심 중에서도 핵심으로 손꼽히는 인사로 진위여부를 떠나 불법정치자금이라는 구설수에 오른 것 만으로도 박 후보에게는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그러자 홍 전 의원은 "큰 일을 앞둔 당과 후보에게 조금이나마 부담을 덜어드리겠다"며 하루만에 자진탈당했다.
하지만 검찰 수사가 진행중인 상황에서 이 문제가 어떻게 매듭지어질지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20일 검찰은 홍 전 의원 지역구 사무실과 자택, 홍 전 의원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건넨 인물로 지목된 진모(57·회장)씨가 운영하는 H공업 등 4∼5곳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하지만 추문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19일에는 친박계인 송영선 전 의원이 대선 떄 표를 모으기 위한 방편으로 금품을 요구한 녹취록이 공개됐다. 측근비리 의혹이 하나씩 수습국면에 접어들 때마다 또 다른 의혹이 고개를 내미는 형국인 것. 박 후보의 역사인식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잇따른 측근비리 의혹까지 악재만 더해지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도 측근비리 의혹이 더 추가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공개된 녹취록에서 송 전 의원은 "(박 후보의 핵심 측근인) A 의원에게 2억∼3억원만 갖다줬어도 (대구에서) 공천을 받았을 텐데 돈을 안 줘서 남양주갑 공천을 받았다"고 말해 공천 대가로 금품을 주고 받는 관행이 있음을 시사했다.
A 의원은 친박 핵심으로 불리는 현직의원으로 지난 4·11 총선에서도 공천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만약 이 소문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박 후보는 치유불가한 상처를 입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번 논란과 관련 안대희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홍사덕, 송영선 전 의원의 혐의가 입증될 경우 박 후보가 사과할 수 있느냐"란 질문에 "후보가 판단할 문제지만, 사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안 위원장은 특히 친박 측근이 줄줄이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데 대해 "저희들이 여러 가지 제도와 대책도 마련하면서 깨끗한 정치, 깨끗한 정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혹시 국민께서 쇄신 노력에 의구심을 표시할까 걱정이 많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앞에서 인혁당 사건 피해 유족들이 영정을 들고 박 후보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과거사 논란 돌파구 모색    

유신옹호 발언과 인혁당 사건에 대한 발언 등 과거사 문제도 여전히 박 후보에게는 부담이다. 새누리당 내부에선 오직 박근혜 후보 자신만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야당의 파상공세에 지속적인 빌미를 제공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선 승리를 위해선 더 이상 '실기'해선 안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새누리당 심재철 최고위원은 20일 박근혜 후보에 대해 “박정희 전 대통령의 국가발전 시기에 있었던 불행한 일들을 진솔하고 통크게 인정, 사과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심 최고위원은 이날 충북 청원군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5.16과 유신, 인혁당 문제에 대한 박 후보의 견해에 반론이 커지고 있다"며 "그런데도 역사의 평가에 맡기자며 뭉뚱그리는 것은 중도층을 잡는 데 미흡하다. 중도층을 잡느라 우리 당의 정책이 좌클릭하고 있다"고 말했다.

첫 대선행보로 현충원을 찾은 안철수 후보가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권력 사유화를 강도 높게 비판해 새누리당과 대립전선도 확대기로에 놓여있다. 안철수 후보는 국립현충원에서 전직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뒤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박정희 정권과 관련해 "법과 절차를 넘어선 권력의 사유화는 어떤 이유로든 정당화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박정희 시대에 우리 산업의 근간이 마련됐지만 이를 위해 노동자, 농민 등 너무 많은 이들의 희생이 요구됐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박근혜 후보의 역사인식을 겨냥한 것으로 정책 검증은 물론 역사인식 논란은 대선 화두로 지속적으로 이슈화 될 전망이다.
안 후보의 발언에 대해 새누리당의 반격도 시작되고 있다. 이한구 원내대표는 21일 "안 후보가 민주당 후보에게 손님을 끌어다 몰아주기를 하는 호객꾼 역할을 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받고 있다"며 "이것은 결과적으로 정당정치를 우롱하는 것으로, 이것이야말로 안 후보가 비판했던 대표적인 구태 정치"라고 공격했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국회에서 열린 국감대책 상임위원회 간사단 회의에서 "지난 서울시장 선거 때도 안 후보의 역할은 완전히 정치판의 호객꾼"이라며 "손님을 끌어다 놓고 박원순 당시 후보에게 슬쩍 넘기는 역할을 했는데 이번에도 결국 민주당에 손님을 넘기는 역할을 하려는 게 아닌지 의심이 간다"고 지적했다.

콘트리트 지지율 '흔들' 문재인 역전 허용

문재인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 상승세도 예사롭지 않다. JTBC가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18∼19일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다자구도 여론조사에서 안 후보는 26.5%로 전일대비 4%포인트 상승해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24.3%)를 제치고 2위로 올라섰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35.7%로 1위를 지켰지만 전날에 비해 2.9%포인트 떨어졌다. 안 후보는 박 후보와의 양자구도에서도 하루만에 3.8% 오른 48.3%의 지지율로 박 후보(42.5%)와의 격차를 5.8%포인트로 벌렸다. 야권 단일후보 선호도 조사에서도 안 후보는 6.5% 오른 38.8%를 기록했다. 문 후보가 39.0%로 근소하게 앞섰지만 전일대비로는 5.9%포인트 떨어졌다. 전날 12.6%포인트나 벌어졌던 양자간 지지율 격차가 0.2%포인트로 줄면서 박빙의 양상을 나타냈다.
문 후보와 박 후보 간 양자대결에서는 문 후보가 전일대비 1.0%포인트 오른 48.1%로 42.3%의 박 후보를 5.8%포인트 차로 제쳤다. 한편 이번 조사는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2.5%포인트다.
하지만 새누리당 내에서는 이를 두고 안철수 후보의 출마 선언 이후 '컨벤션 효과'에 기인한 일시적 현상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정우택 최고위원은 21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문재인 후보는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가 돼서 일시적으로 지지율이 상승했다고 본다"며 "안철수 후보도 출마 선언에 대한 일시적인 지지율 상승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지지율의 지속성"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박근혜 후보는 장기간 안정적 지지율을 계속 유지해왔다"며 "이제 검증이 시작되면 이런 컨벤션 효과나 막연한 이미지에 의해 형성된 지지율의 거품은 빠지지 않을까 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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