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적 대중정당'의 꿈 좌초…'각자도생'의 길로

▲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통합진보당 탈당 기자회견을 마친 신당권파 의원들이 착잡한 표정을 짓고 있다. 왼쪽부터 서기호, 정진후, 김제남, 노회찬, 강동원, 심상정, 박원석 의원.
[민주신문=이희정 기자]비례대표 부정선거 의혹으로 촉발된 통합진보당 사태가 신당권파 소속 현역의원 및 최고위원들이 13일 전원 탈당함에 따라  분당이 현실화 됐다. 이로써 지난해 12월 문을 연 통합진보당은 창당 10개월 만에 두 쪽이 났다. 신당권파는 '진보정치 혁신모임'이라는 틀 안에서 본격적인 창당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며, 진보당에 남은 구당권파는 이정희 전 공동대표를 중심으로 당 재건에 나선다. 하지만 도덕성에 타격을 입은 진보정치가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원칙과 청렴성에 심각한 타격, 자생력 확보 시간 걸릴듯 
/야권연대 한축 기능 상실, 민주 "통진당과 연대 끝났다" 

'진보적 대중정당' 이라는 기치로 출범한 통합진보당이 결국 두 갈래로 쪼개졌다. 지난 9월 10일 통합진보당 강기갑 대표가 당대표직 사퇴 및 탈당 입장을 밝힌 데 이어 이어 유시민·조준호 전 공동대표와 심상정·노회찬·강동원 의원, 옛 민주노동당 의원들과 지방의원들은 13일 탈당을 선언한 것. 무소속 신분으로 전환된 이들은 신당 창당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할 방침이다.
유 전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혁신모임 회의에서 "좋은 진보정당을 만들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 점, 국민 여러분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일하는 사람들의 권리를 존중하고 보통사람의 단란한 삶을 지켜주는 진보정치를 꽃을 피우겠다는 꿈을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그 꿈이 남아 있기에 당을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구 의원인 심상정·노회찬·강동원 의원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구당권파의 결별 소회를 밝혔다.
심 의원은 "오늘 통합진보당을 떠난다. 그동안 통합진보당을 성원해주신 국민여러분께 감사드리고 통합진보당을 좋은 당으로 만들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을 등진 죽은 진보를 떠나 국민이 원하는 진보, 국민과 함께 가는 정치의 길로 가겠다"며 "진보라는 이름으로 횡행했던 낡은 것, 관성, 편협함을 과감하게 혁신하고 유능하고 실력 있는 진보정치, 성공하는 진보적 대중정당의 전형을 이루겠다"고 구당권파를 우회적으로 비난했다.
옛 민노당 의원 및 최고위원들도 국회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열어 노동 중심의 대중적 진보정당을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통합진보당으로는 고통받는 노동자와 민중의 요구를 대변할 수 없고, 진보적 정권교체에도 기여할 수 없다. 노동 중심적 진보정당으로의 발전도 어렵게 됐다"며 "시대의 요청인 노동있는 민주주의, 노동 중심의 대중적 진보대통합의 길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이밖에 지방의원 29명도 단체 탈당 성명서를 통해 "진보정치혁신모임과 함께 새로운 진보정당으로 나가겠다"며 창당 의지를 밝혔다.

민주 "통합진보당과 야권 연대 끝났다"

야권 연대의 한축을 자리매김 했던 통합진보당이 정치적 생명력을 잃음에 따라 차기 대선에서 원내 제 1야당과 통합진보당의 연대가능성도 희박해졌다. 민주통합당 강기정 최고위원은 14일 "통합진보당과의 야권연대는 끝난 것"이라고 밝힌 것. 강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야권연대로 정권교체의 희망을 봤는데 통합진보당이 자기혁신을 이루지 못하고 분당·탈당으로 사태를 끝맺었다. 안타까운 일"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새로운 연대의 방향을 세워야 할 때가 온 것"이라며 "더 크고 더 넓은 연대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민주당은 쇄신·소통하고, 새누리당의 집권연장에 반대하는 새력은 새 연대를 모색하는 것으로 모두의 힘을 합쳐야 할 때가 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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