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불신 내가 청산"…인지도 떨어지지만 전력투구

 좌로부터 강지원 변호사, 이정희 통합진보당 전 대표, 정운찬 전 국무총리
<민주신문=강인범 기자>지난 17대 대선 당시 출마 후보자는 모두 12명이었다. 당시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와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이명박 후보의 양강구도 속에서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가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민주당 이인제, 국민중심당 심대평, 창조한국당 문국현, 이어 참주인연합 정근모, 경제공화당 허경영 후보, 새시대 참사람연합 전관, 한국사회당 금민, 국민연대 이수성 후보가 대권에 도전했다. 이들은 미약한 지지율을 보이며 유권자들의 관심을 이끌어 내는데는 실패했지만 대선의 또 다른 관전포인트로 주목받았다. 당시 기호 8번 허경영 후보는 자칭 아이큐 430이라고 주장하며 독특한 공약으로 인터넷에서 허 본좌라는 별명을 얻는 등 대선 이후 각종 예능프로그램 출연, 음반 발매 등 대중적 인기를 얻는데는 성공했다.
이번 18대 대선에서도 현재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통합당 후보, 장외의 안철수 원장의 3파전 구도속에 야권이 단일화 카드를 추진함에 따라 양강구도가 예상된다. 하지만 이 틈바구니 속에서도 대권에 과감히 도전하는 인사들이 적지 않아 주목된다.

강지원 출사표, 정운찬·이정희·등 출마 저울질  
제 3세력 규합시 '캐스팅 보트'

18대 대선이 10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번 대선에서도 제3의 후보들이 연이어 등장하며 대선 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제3지대 후보 중 가장 먼저 출마를 공식 선언한 후보는 '청소년지킴이'로 익히 알려진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상임대표 강지원 변호사다.
강 변호사는 지난 9월 4일 "정책중심 선거를 통해 이 나라가 가장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정책과 실현 가능한 약속들을 확실하게 제시해 당선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다"며 출마를 선언했다.
강 변호사는 행정고시(12회) 합격 후 약 5년간 재무부와 관세청에서 근무했고, 이후 사법시험(18회)에 수석 합격한 뒤 검사로 재직했다. '수석 프리미엄'으로 법조계에서 탄탄대로 행보가 점쳐졌지만 1989년 서울보호관찰소장을 맡은 것을 계기로 청소년 선도에 앞장서 왔다.
강 변호사는 1997년부터 2000년까지 청소년보호위원장을 지냈고, 2002년 검찰을 떠난 뒤에는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상임대표·자살예방대책추진위원장·대통령직속 사회통합위원회 지역분과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배우자인 김영란 국민권익위원장은 대법관을 지낸 여성 법조계의 상징적 인물로 불리며 남편의 대선 출마로 권익위원장직을 사퇴하며 여야 정치권으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강 변호사는 12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정치 경험이 부족하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이번 대선에서 유력주자로 거론되는 사람들 중 여의도 국회에서 (일한) 사람은 한 사람 뿐"이라며 "우리나라는 제왕적 대통령 때문에 모든 병이 생기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문제를 포함해) 정치 개혁 운동에 관심을 가졌던 사람들이 나서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지금 대선 주자들의 정책을 구경조차 할 수 없다며 욕설이나 싸움박질이 아니고 정책 경쟁을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운찬 이정희 등 출마 저울질

여권의 대권후보로 거론됐던 정운찬 전 국무총리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의 대립각을 세우며 대권 출마를 타진하고 있다. 그는 12일 KBS 라디오 와의 인터뷰에서 "객관적으로 잘 모르겠습니다마는 제 주관으로 봐서는 박근혜 후보는 대통령이 안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정 전 총리는 이어 "(박 후보는) 양극화를 해소하고 서민경제를 살릴 수 없다고 생각한다. 박 후보는 경제민주화를 잘 모르는 것 같다"고 평가절하했다.
정 전 총리는 실제 출마를 선언하지 않았지만 지난 7일 '전태일 다리'를 찾아 전태일 동상에 헌화하는 등 그간 행보로 미뤄봤을 때 대권 도전이 임박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전태일 다리는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인 이소선 여사의 장례와 김근태 민주통합당 고문의 노제가 열렸던 곳으로 야권 인사들이 출마선언을 할 때마다 찾는 장소이기도 하다.
정 전 총리는 이에 앞서 지난달 31일 충남 천안시에서 열린 '동반성장 충청연대' 워크숍에서도 "우리나라의 동반성장이라면 대선 주자 또는 누구와의 연대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뒀다"고 밝혀 출마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통합진보당 사퇴로 잠시 정치 일선에서 물어나 있던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공동대표 역시 출마를 저울질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공동대표는 지난 3일 당의 폭력사태에 대한 대국민사과 기자회견을 마친 뒤 대선 출마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통합진보당 대선 후보는 고통의 자리다. 쉬운 자리였으면 고민조차 안 했을 것"이라고 답해 출마 여부를 놓고 고민 중임을 털어놨다.
이와 함께 홍세화 진보신당 창당준비위원회 대표도 지난 2일 당 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 참석해 "저 자신도, 당에서도 대선후보를 내지 않겠다고 했지만 필요하다면 사회연대후보 경선에 몸을 내던지는 것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제3의 후보들은 아직 대권후보 선호도 조사에도 나타나지 않을 정도로 미약한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어떤 방식으로 대선 가도를 걸을지, 또 누구를 지지할 것인가가 제18대 대통령 선거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
정가에서는 이들이 연대 형식으로 특정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게 되면 이들의 행보가 곧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제18대 대선에서는 지난 17대 대선 당시 500만표 처럼 1위와 2위의 표 차이가 크게 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이에 새누리당과 민주당 양쪽 모두가 제3의 후보들에게 분산되는 표를 끌어안기 위해 힘든 싸움을 벌여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들이 독자 노선을 걷게 될 경우에는 대선 판도에 미치는 영향력은 과거 대선처럼 크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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