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드 본드, 예대율 상승폭 줄인다? 표현 '애매해'..대·중소기업간 대출 '연관성' 없다, 필요시 대출

국내 한 시중은행 점포. 사진=뉴시스

[민주신문=정현민 기자] 은행권이 내년1월 신예대율 규제 도입을 앞두고 비상이 걸렸다. 정부의 은행권 가계대출 규제 강화 시행으로 은행의 예금잔액 대비 대출금을 100% 이하로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맞추지 못하면 금융당국의 제재조치를 받게된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예대율은 가계대출 가중치를 15% 상향하고 기업대출은 15% 낮춰 대출 비중을 조정한다. 올해 예대율을 산정해보면 시중은행들은 신예대율 100%를 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시중은행(신한·KB국민·KEB하나·우리은행)의 올해 2분기 예대율에 신 예대율 산정방식을 적용하면 국민은행은 103.2%로 가장 높았고 우리·하나은행이 101.2%, 신한은행이 100.5%로 모두 100%를 상회했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은행들의 원화예대율은 97.2%로 신 예대율이 도입될 경우 3.7%p 상승한 100.8%로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는 기업대출 비중이 높은 대구, 부산, 경남, 광주은행을 제외한 은행들의 예대율이 오를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KB금융의 예대율은 97.7%에서 103.2%로 5.4%p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5대은행(신한·KB국민·KEB하나·우리·농협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을 보면 지난해 말 413조4254억원에서 올해 8월 기준 4.99% 늘어난 434조510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대기업 대출은 같은 기간 75조1300억원에서 73조7500억원으로 1.84% 감소했다. 상반기 중 대기업들의 회사채 발행 규모는 25조7712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4.8% 급증했다. 회사채 발행을 통해 조달 규모를 확대한 것이다.

이 같은 수치는 은행들이 내년 도입되는 신예대율을 앞두고 기업대출을 늘려야 하지만 대기업들이 은행에서 돈을 빌리지 않고 중소기업 영업에 치중을 뒀다는 분석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기업에서 현금을 확보해 놓고 대출이 필요없다고 해서 중소기업의 대출을 늘려야 한다는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역설했다. 이어 "대기업들은 필요에 따라 대출을 실행해 사업확장 등 영업비용으로 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은행권은 그 대안으로 하반기 예대율 관리에 '커버드본드'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를 발행해서 예대율 상승 폭을 축소하고 부담을 낮추겠다는 생각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얼마 전에 KB국민은행에서 커보드본드를 발행한 걸로 안다"며 "이를 통해 신 예대율이 '좋아진다', '나빠진다' 라고 말하긴 애매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커버드본드(Covered bond)란 금융기관이 중장기자금 조달을 위해 주택담보대출, 공공기관대출채권 등 우량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5년 이상 장기 담보부채권을 말한다.

앞서 KB국민은행은 업계 최초로 지난 5월 1조4500억원의 커버드본드를 발행했다. SC제일은행은 6월 5000억원 규모의 5년 만기 커버드본드를 발행했다. 국민은행과 제일은행은 필요시 커버드본드를 추가 발행한다는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1조원 규모의 커버드본드를 검토 중이며, KEB하나은행과 우리은행도 커버드본드 발행에 고심하고 있는 모양새다.

은행들은 일제히 예대율 산정방식과 관련, 정책자금대출을 제외하고 신규대출에만 적용하는 등 수정사항을 금융당국에 요구했으나, 당국은 이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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