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업 종사하지만, 마음은 콩밭

# 대부분이 법원에 의한 당선 무효, 여야 의원 ‘조승수 살리기’나서기도
# 대학교수 혹은 기업 경영, 아직 휴식을 취하고 있는 전 의원들도 있어

17대 국회가 중반기에 다다르고 있다. 어느 때 보다 초선의원이 많은 17대 국회는 2년여에 가까워지면서 의원들의 변동사항도 많다. 선거법 위반 등으로 당선이 무효 되거나 혹은 개인적인 사정에 의해 사퇴를 한 의원 등 17대 국회는 현재까지 15명의 의원 변동이 있었다.
자의나 타의에 의해 금배지를 뗀 17대 전 의원들은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이들의 근황을 취재했다.

17대 국회의원의 임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전 의원’이 된 사람은 14명이다. 17대 의원의 변동은 15명이지만 유승민 의원은 비례대표에서 지역구로 자리를 옮겨 그대로 의원직을 유지하고 있다.

이상락 전 의원은 17대 의원 중 첫 번째로 의원직을 상실했다. 이 전 의원은 총선당시 학력을 허위기재해 법원으로부터 징역 1년형을 선고받고 지난 2004년 12월 10일 의원직을 잃었다.

그는 지난해 12월 9일이 출소 만기였지만 모범수로 뽑혀 10월 초에 석방됐다. 현재 이 전 의원은 지리산 모처에서 휴양중이다. 이 전 의원은 봄이 되면 지역구였던 성남으로 돌아와 봉사활동에 주력할 예정이다.

지난 해 1월 개각당시 입각한 박홍수 농림부 장관은 열린우리당 비례대표 의원이었다. 비례대표 의원이 입각하면 의원직을 내놓는 관행에 따라 박 장관은 입각 발표가 난지 얼마 되지 않은 지난 해 1월 10일 의원직을 사퇴했다. 현재 그는 농림부의 수장으로서 FTA(자유무역협정) 등과 관련, 농민들의 권익보호에 힘쓰고 있다.

총선당시 사조직을 운영, 선거법 위반혐의로 지난 해 1월 27일 의원직이 박탈된 오시덕 전 의원은 서울과 공주를 오가며 생활하고 있다. 현재 오 전 의원은 건설·인테리어를 주력업종으로 하는 ‘ITM그룹’의 회장을 맡고 있으며 한 대학의 교수로도 출강하고 있다. 그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국회의원 시절만큼이나 바쁘게 지낸다”며 “대학 겸임교수와 회사 운영 외에도 재경 공주고 동문회 일 등을 하며 지역구였던 공주·연기의 발전에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덕모 전 의원은 한나라당 의원으로서는 첫 번째로 의원직을 잃었다.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던 이 전 의원은 법원으로부터 벌금 1,500만원을 선고받고 지난 해 2월 18일 의원직을 박탈당했다.

법조인 출신인 이 전 의원은 현재 인천의 모처에서 변호사 사무실을 운영하며 법조계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사전선거운동을 벌인 혐의로 기소됐던 복기왕 전 의원은 법원으로부터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고 의원직이 박탈됐다.

지난 해 3월 10일 의원직을 상실한 그는 현재 특별한 활동 없이 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복 전 의원의 한 측근은 “앞으로 당분간은 정치활동 등을 하지 않을 것이다”며 “요즘은 지인들을 만나며 쉬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 노동당 가입 의혹을 받았던 이철우 전 의원. 그는 선거유세 때 상대후보를 비방하는 내용의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돼 벌금 250만원을 선고받고 지난 해 3월 25일 의원직을 잃었다.

자신의 지역구였던 경기 연천·포천 등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그는 홈페이지와 블로그를 그대로 유지하며 네티즌과의 교류에 힘쓰고 있다. 이 전 의원은 사회연구단체인 ‘북부비전21’의 대표를 맡고 있으며 최근 회원들과 함께 등산을 다녀오기도 했다.

김맹곤 전 의원은 이 전 의원과 같은 날 금배지를 뗐다. 김 전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의 고향인 경남 김해에서 열린우리당으로 당선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총선을 앞두고 선관위 직원을 협박한 혐의로 기소돼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고 의원직을 잃었다.

김 전 의원은 국회를 나온 후 서울에서 생활하고 있다. 명진철강 대표이사와 경남개발공사 사장 등을 역임한 그는 전 보좌관 등 지인들을 만나며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의원은 아직 기업으로 복귀하지 않고 진로를 고민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한나라당 비례대표 의원이었던 박세일 전 의원은 행정도시특별법 국회 통과에 반대하며 지난 해 3월 25일 탈당을 해 의원직이 자동 상실됐다. 스스로 의원직을 내놓은 것이다.

당시 여론은 그의 소신을 높이 평가했다. 또 그의 소신에 높은 평가를 내리지 않았던 사람들도 자신이 공언한 것을 이행한 것에 대해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행정도시특별법이 헌법재판소에서 위·합헌심사가 진행될 당시 김문수 한나라당 의원은 “행정도시특별법이 헌재에서 위헌판결이 나올 경우 박세일 전 의원을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국회 입성 전 서울대 교수였던 박 전 의원은 의원직을 내놓은 후 다시 대학 강의실로 돌아갔다. 현재 그는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로 근무하며, 한반도 문제를 연구하고 있다.
김기석 전 의원은 선거를 앞두고 사조직을 운영한 혐의로 기소돼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지난 해 8월 19일 의원직을 상실한 김 전 의원은 현재 정동영 열린우리당 고문과 함께 일하고 있다. 김 전 의원은 정 고문이 당의장을 할 당시 정무특보를 지냈다.

아파트 건축 인허가와 관련, 건설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지난 해 1월 7일 구속 수감된 박혁규 전 의원. 그는 같은 해 9월 9일 의원직이 박탈됐으며 현재 ‘영어의 몸’이 돼 있다.

박창달 전 의원은 대법원으로부터 징역1년 집행유예 2년의 원심을 확정 받고 지난 해 9월 15일 의원직을 잃었다. 그는 아직 특별한 활동을 하지 않은 채 서울과 대구를 오가며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의원은 선거를 앞두고 선거구민들에게 선심성 관광을 시켜준 혐의를 받았다.

조승수 전 의원은 총선을 앞두고 사전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기소돼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고 지난 해 9월 29일 의원직을 상실했다. 조 전 의원의 재판이 진행될 당시 한나라당 김용갑 의원을 비롯한 여야 의원 114명은 대법원에 “조승수 의원에 대해 선처를 바란다”며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17대 의원 중 가장 성실한 의원으로 평가받았던 조 전 의원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을 당시 정치권 안팎에서는 “무리한 법률해석”, “가혹한 판결” 등이라며 대법원 비난 여론이 대체적이었다.
“의원직은 박탈됐지만 자랑스러운 민노당 당원직은 박탈되지 않았다”고 말했던 그는 얼마전 당대표 경선에 출마, 결선투표에서 문성현 대표에게 근소한 표차이로 석패했다.

유승민 의원은 비례대표에서 지역구로 자리를 옮겼다. 유 의원은 지난 해 10월 12일 비례대표직을 사퇴하고 대구 동구 을지역 재보선에 출마해 당선됐다.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맹형규 전 의원은 지난 달 말 서울시장 후보 등록을 하면서 의원직을 사퇴했다. 맹 전 의원은 현재 서울 여의도에 개인 사무실을 차리고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을 준비하고 있다.

신계륜 전 의원은 대부업체 ‘굿머니’로부터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었다. 지난 10일 신 전 의원은 대법원으로부터 징역8월 집행유예 2년 추징금 5천5백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 받고 의원직을 상실했다. 가장 최근에 의원직을 잃은 신 전 의원은 현재 진로를 고민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욱 기자 ottawa19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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