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딸 의학논문 의혹...의아하다,그러나 당시 적법했던 것”
“가족 사모펀드 투자 의혹...블라인드 펀드고 구성·운영 관여 안해”
“웅동학원 소송 비리...빚처리 하기 위해 동생 사무국장 자리 앉혀”


[민주신문=김현철 기자] 어제 하루 국회는 사실상의 조국 청문회가 열렸다해도 지나치지 않았다. 예정됐던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가 무산되자 조 후보자는“청문회가 열리길 기다렸는데 무산돼서 아쉽다.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 앞에서 그간의 의혹에 대해 설명드리겠다”며 이해찬 당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에게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민주당 지도부가 수락하면서 2일 오후 3시 예정에 없던 조국 후보자의 기자간담회는 전격적으로 열리게 됐다.

조 후보자는 모두발언에서 “과분한 기대를 받았음에도 큰 실망을 안겨드려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 개혁과 진보를 주창했지만 많이 불철저해 젊은 세대와 국민들에게 실망과 상처를 주었다. 법적 논란과 별개로 학생들과 국민들께 죄송하다”며 운을 뗐다. 
조 후보자는 “그러나 사회개혁에 참여해온 학자로서, 민정수석 임무를 통해 권력기관 개혁의 책임을 다해온 공직자로서, 새로운 시대의 법무부 장관의 역할을 해달라는 당부의 말에서 좌초해서는 안 될 누군가는 그 서슬퍼런 칼날을 감당해야 하는 이유가 있었다. 그것은 어떤 정권이 들어와도 되돌릴 수 없는 개혁을 하겠다는 다짐이었다.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제가 여기 서있어야 하는 존재 이유라며 그 기회를 달라”고 말했다. 

이어진 기자간담회는 주제와 시간에 제한이 없는 무제한 형식으로 진행됐다. 기자회견은 이날 오후 3시 반에 시작해 3일 오전 2시13분까지 약 11시간 동안 진행됐다. 조 후보자는 각종 의혹에 대해서 조목조목 해명을 했다. 크게 세 가지 의혹이 반복되었다.   

■ 딸의 단국대 의대 논문 제1저자 의혹
조 후보자 딸이 의대 논문 제1저자 등재를 통해 대학 입시에 혜택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딸이 고등학생이었을 때 정부에서 입학사정관제도 등을 통해 인턴십을 많이 권장했고, 당시 고등학교에서 담당 선생님이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딸이 거기에 참여를 한 것"이라며 “나는 무관심한 아빠였고, 제1저자 등재 논란은 당시에 과정을 알지 못했다. 그 교수님 재량으로 그렇게 한 거 같다. 문과를 전공해서 이과에서는 제1 저자가 어떻게 되는지는 잘 모르지만, 책임연구자였던 교수가 인터뷰한 것을 보면, 딸이 열심히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허용되지 않지만, 당시 시점에서 제1 저자에 대한 판단 기준이 느슨하거나 책임저자 재량이 많이 있었던 것 같다. 황우석 교수 사태를 계기로 논문 작성이 점점 엄격해졌지만, 지금의 눈으로 보면 이상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인턴십에 참여하고, 다른 학생들보다 더 많은 혜택을 받은 것에 대해서는 혜택을 받지 못한 청년들에게 미안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언론이나 검찰이 합리적 의심이 있다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맞다고 본다. 의심 관련 보도하기 전에 하나하나 확인을 해주길 바란다. 정확한 사실은 검찰 수사 등을 통해 확인될 것"이라고 했다.

■ 가족의 사모펀드 투자 논란
펀드의 운용 현황을 보고받고 어디에 투자했는지 알았을 것이라는 의혹에 대해 조 후보자는 “경제에 대해 무지해서 애초에 사모펀드가 뭔지 몰랐다. 물론 처도 사모펀드 구성이든 운영이든 그 과정을 알 수가 없었고 따라서 관여도 않았다”고 말했다. 투자처를 알 수 없는 ‘블라인드 펀드’임을 내세우며 조 후보자는 "이른바 `블라인드 펀드`로 어디에 투자되는 것인지 투자자에게 알려주지 않게 설계돼 있다"면서 "그게 알려지면 불법이라 따라서 모를 수밖에 없다"고 항변했다.
5촌 조카가 이 사모펀드의 실소유주라는 의혹에 대해서도 “처남이 제 처의 돈을 빌려서 0.99%의 지분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이번에 알게 됐다”며 “5촌 조카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저도 모른다. 해외에 나가 있다고 하니 지금이라도 하루빨리 귀국해 검찰 수사에 협조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 자산 불리기 위한 웅동학원 소송 의혹
웅동학원은 조 후보자의 아버지가 1985년 인수해 가족들이 운영해온 사학재단이다. 그러나  조 후보자 동생의 건설사와 이후 소송을 겪게 된다. 이에 대해 조 후보자는 “동생 회사가 1996년 웅동학원과 공사계약을 맺은 뒤 공사 대금 16억원을 받지 못했다. 양측이 높은 연체이율을 계약한 상태에서 웅동학원이 조 후보자 동생 회사에 갚아야 할 공사대금 채권이 100억원대로 불어나며 소송이 발생했다"고 했다.

조 후보자는 “당시 웅동학원의 재산이 언론보도에 따르면 수익용 기본재산이 130억~200억원, 교육용 기본재산은 60~80억원이다”며 "교육용 기본재산을 팔면 동생의 채권과 기술보증기금 채권 등 채권자들 빚을 다 정리하고 자산이 남는다는 게 확인됐다. 그런데 선친이 IMF 때 충격 받아 몸이 불편해서 빚 처리를 위해 동생에게 그 직위를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후보자는 “웅동학원은 비오면 흙탕물이 되는 등 학교 사정이 안 좋아 마을 분들이 저희 선친에게 부탁해서 선친이 이사장을 맡게됐다. 선친은 웅동학원에서 돈을 받아온 적이 없고, 각종 법정부담금 몇 천 만원씩을 자신의 돈으로 낸 것이 확인된다”고 했다. “선친은 모든 하도급 업체에 비용을 다 지급했지만 유일하게 제 동생이 하도급했던 회사에는 돈을 못 줬다. 그래서 동생은 신용불량자가 됐다”고 했다. 그는 이어 “동생이 공사비용 돈은 못받고 연대보증은 해서 유일하게 남은 채권을 확보하려고 소송한 것이다. 동생은 채권을 확인하기 위해 소송을 한 것일뿐”이라고 말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사진=뉴시스

한편 갑작스런 조 후보자의 기자간담회로 여야 갈등이 폭발하면서 정치권은 설전이 오갔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인사청문회를 끝내 회피한 조 후보자가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 기습 침범했다"며 "주권자에 대한 명백한 테러다. 위법과 위선, 위헌의 장관 후보자의 거대한 미디어 사기극에 국회가 모욕당했다"며 "자질검증과 진실규명 책무를 망각하고 후보자 개인 홍보기획사인 양 행동하는 더불어민주당은 정말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조 후보자의 기자간담회와 관련해 "도저히 받아들이기가 어려운 일이 발생했다.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원칙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일이고, 국회 권위와 존엄을 무너뜨렸다. 관련 법률들을 검토해서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한 관계자 전원을 권한남용 등의 혐의로 고발조치 하겠다"고 비판했다. 

반면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치공세에만 몰두해 인사청문회를 무산시킨 한국당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 일련의 법적 절차에 따른 임명 과정이 불가피하다. 애초 한국당은 인사청문회는 안중에도 없고 그저 후보자를 인격모독하고 끌어내리며 문재인 정부 흠집내기에만 의도가 있었다"고 비판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도“시간을 충분히 갖고 진실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며 기자간담회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힘을 보탰다.

예정에 없던 갑작스러운 조국 후보자의 기자간담회로 국회가 합의한 정기국회 의사일정이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여야는 오는 17일부터 19일에는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23일부터 26일은 대정부질문을, 국정감사는 이달 30일부터 10월 19일까지 하기로 합의를 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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