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반 능선' 탈환, 저지 놓고 '사생결단'

9월 6일 오후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염주체육관에서 열린 민주통합당 제18대 대통령 후보자 선출대회 '오픈프라이머리 광주, 전남 경선'에 문재인 후보와 손학규 후보가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다.
<민주신문=강인범 기자>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경선 후보가 6일 ‘민주당의 심장부’로 불리는 광주·전남 순회경선에서도 1위를 차지하며 대세론을 굳혔다.
당초 광주·전남 지역은 민주당 경선의 ‘최대 승부처’로 꼽혔다. 전통적으로 민주당의 지지세가 강한 데다 선거인단 규모도 전체의 13%인 14만명(광주 7만4339명, 전남 6만4937명)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대선 정국만 되면 ‘될 만한 후보’에 몰표를 밀어주는 '전략적 투표'가 행해지면서 호남이 선택한 후보라는 상징성도 얻을 수 있다.  
문 후보가 파죽의 8연승으로 대세론을 굳힘에 따라 2∼4위 후보들은 나머지 일정에 결선투표의 마지막 희망을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체 경선 결과 1위의 누적득표수가 과반을 넘지 못하면 1·2위 간 결선투표를 치르게 돼 있다.
이제 남아있는 5차례의 지역 경선 가운데 과반에 육박하는 경기(15일)와 서울(16일) 지역은 수도권에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하는 손학규 후보가 꺼져 가는 결선 투표의 불씨를 지피기 위한 마지막 승부처로 보고 있는 곳이다. 대세론을 구가하고 있는 문재인 후보와 현재 누적집계 2위인 손학규 후보간 운명이 걸린 ‘수도권 대첩’의 이면을 짚어봤다.

경기·서울 지역 전체 선거인단 53%에 달하는 규모  
호남 민심 확인한 문재인 1위 확정 목표로 막판 세몰이
수도권 지지기반 손학규 결선 투표 불씨 지피기 사활
 
민주통합당의 텃밭으로 불리며 경선 초미의 관심사로 대두됐던 광주·전남 지역 경선에서도 문재인 후보가 1위를 차지하며 당의 대표 후보라는 명분을 얻은 것은 물론 대세론에도 한층 탄력이 붙은 모양새다. 8곳의 경선에서 상대 후보에게 단 한 차례도 1위를 내주지 않은 괄목한 만한 성적이다. 반면 2∼4위 후보군의 위기감은 더욱 팽배해지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문 후보는 광주·전남지역 경선에서 유효 투표 6만 9972표 가운데 3만 3909표를 얻어, 득표율 48.46%를 기록했다. 이어 손학규 후보가 2만 2610표를 획득해 32.3%로 2위를 차지했고, 김두관 후보는 1만 1018표(15.7%)와 정세균 후보 2435표(3.5%) 순으로 집계됐다.
문 후보는 개표 결과가 발표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정말 기쁘다. 광주·전남에서 1위는 제게 아주 특별한 의미가 있다”면서 “광주·전남 시민들이 제게 섭섭한 점이 있었을 텐데 다 털어내고 민주당 후보로서 정통성을 부여했다. 제게 날개를 달아줬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남은 경선에서도 분위기를 잘 살려내 좋은 성적을 거두고 민주당 중심의 정권교체를 이뤄 기대에 부응하겠다”고 덧붙였다.

문 후보의 누적 득표율은 46.8%로, 결선 투표 실시 여부를 가리는 기준인 50%에는 못 미쳐 앞으로 결선투표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히 남게 됐다. 하지만 역대 경선에서 광주·전남지역은 본선에 오른 후보에게 몰표가 나오는 곳으로써 이번 결과에 따라 향후 경선에서도 문 후보에 대한 대세론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민주통합당 경선 일정은 문재인 후보의 강세지역으로 꼽히는 부산(8일)을 시작으로 세종·충청(9일)→대구·경북(12일)→경기(15일)→서울(16일) 순이다. 수도권 대첩 이전까지 선거인단은 8일 부산(4만3773명), 9일 대전·충남·세종(4만6887명), 12일 대구·경북(3만1315명)이다.
누적집계 순위 2위인 손학규 후보가 문재인 후보의 누적 득표율을 떨어뜨리기 위해선 경기·서울지역에서 승부를 봐야 하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손 후보측 김유정 대변인은 “손 후보가 1위를 하면 좋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문 후보의 과반 저지 전략으로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학규, 수도권 출신 유일한 후보 강조  

경기·서울 지역은 전체 선거인단의 53%에 달하는 57만명 규모로 앞선 11곳의 선거인단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다. 민주당은 15일 경기, 16일 서울에서 순회경선을 열고 두 지역의 투표 결과는 서울에서 한꺼번에 공개한다.
수도권은 지역색이 엷고 중산층과 이른바 ‘2040’ 세대로 대표되는 표심으로 수도권을 잡는 후보가 대권을 거머질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지난 4.11 총선 결과에서도 나타났듯이 새누리당의 취약지역으로 박근혜 후보가 외연 확장의 공을 들이는 곳이기도 하다.
경기도 지사 출신으로 새누리당의 아성으로 불리는 분당지역 재보선에서 승리할 만큼 손 후보는 수도권에서 나름 경쟁력이 있는 후보로 불린다. 영남 후보로는 이번 대선에서 힘들다는 점과 여야 통틀어 수도권 출신의 유일한 대권후보라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손학규 후보가 수도권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이지만 수도권 첫 경선지로 불렸던 지난 인천 경선에서 문 후보가 50.1%의 득표율을 올렸다는 점에서 만만치 않은 싸움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문재인 캠프측 윤관석 대변인은 7일 오전 불교방송 라디오 ‘고성국의 아침저널’에 출연, “현재까지 누적득표율이 과반에는 못 미치지만 부산에서 이기고 대전충남과 대구경북지역 경선에서 선전한다면 수도권으로 올라올 때 과반누적득표율을 회복할 수 있지 않을 까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결선투표가 있어야 국민적 관심을 끌 수 있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당내 경선이 드라마틱하게 진행되는 것도 좋지만 현재 1,2위 후보 간 격차가 두배 가량 된다”며 “과연 결선투표 때 국민들이 흥행에 기대를 가질까 의문이다”고 말했다.

 6일 오후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염주체육관에서 열린 민주통합당 제18대 대통령 후보자 선출대회 '오픈프라이머리 광주, 전남 경선'에 민주당 대선주자들이 꽃다발을 들고 인사를 하고 있다. 왼쪽에서부터 정세균, 김두관, 손학규, 문재인 후보.
모바일 투표 불공정 논란 내홍 심화

이런 가운데 모바일투표 과정에서 불거진 ‘부정경선’ 논란으로 당의 이미지는 점차 실추되고 있다. 특히 손학규·김두관 후보 측에서 제주·울산 지역 모바일 투표 검증 결과 각각 2876명과 777명이 5번의 전화를 수신하지 못했다며 문제를 제기, 후보 간 갈등은 극에 달했다. 이들은 당 지도부의 사과와 임채정 중앙당 선거관리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배수진을 쳤다.
손 후보는 “민주당의 뿌리인 광주·전남의 민심, 당심은 어디가고 특정세력의 정체 모를 모발심만이 민주당을 처참하게 짓밟고 있다”며 모바일투표의 불공정성을 지적했다.

광주·전남 대의원 득표수에서는 손 후보(375표)와 김 후보(215표)가 문 후보(179표)를 앞섰다. ‘당심과 모발심의 괴리’라는 비판은 더욱 거세지고 있는 이유다.
정세균 후보는 “당의 분란이 위험수위를 넘었다”며 “지금 당의 분란은 당심과 민심의 균형이 깨졌기 때문이며, 노무현 대통령을 만들어냈던 당심 민심 5대5의 정신이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김두관 후보도 “이제 패권과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 국민이 외면하는 정당의 패권을 쥐고 앉아 도대체 무엇에 쓰겠다는 말이냐”며 4명의 후보와 이해찬 당 대표가 긴급히 만날 것을 제안했다.
이에 문 후보는 “2007년 대선후보 경선 때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는 경선 혁명이라며 모바일 투표 비율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던 분들이 지금은 반대로 말한다”면서 “이길 수 없으니 음모다 조작이다 하며 판을 흔든다”고 비문 후보들을 비난했다.
민주당 경선이 혼란을 거듭하면서 유권자들의 관심은 장외 주자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게로 쏠리고 있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안 원장이 1·2위를 다투면서 대선구도는 점차 두 사람의 ‘양자 대결’ 양상으로 굳혀지는 분위기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러다가 안 원장에게 당을 갖다 바치는 게 아니냐”는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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