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협약 교섭 촉구 파업 60일 넘겼지만 본 교섭, 실무 교섭도 답보 상태
“매년 영업이익 10% 넘는데 5년간 생산직 근로자 임금인상 동결, 비상식적”

김기환 일진다이아몬드지부 부지회장이 지난 27일 서울 마포구 일진그룹 본사 앞에서 인터뷰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허홍국 기자

[민주신문=허홍국 기자] 일진그룹(회장 허진규)효자 계열사 중 하나인 일진다이아몬드의 노사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금속노조 일진다이아몬드지회가 근로환경 개선과 임금을 올려달라며 단체협약 교섭 촉구 파업에 돌입한지 60여일을 넘어섰다.

사측은 노조의 장기간 파업을 이유로 지난 12일 일진다이아몬드 음성공장 직장 폐쇄를 단행하는 강수를 뒀다. 음성공장 사업장 전 시설에 지회 조합원과 제3자의 출입을 금지시켰다.

일진다이아몬드 노사는 교섭을 진행 중이지만, 답보 상태다. 노조 측은 결정 권한을 갖고 있는 허정석 일진홀딩스 대표와 교섭을 원하고, 사측은 음성 공장장인 신광섭 상무를 대표로 내세우고 있다. 양측 교섭 대상이 맞지 않는다.

민주신문은 지난 27일 서울 마포구 일진그룹 본사 앞에서 성실교섭을 요구하며 천막농성을 벌이는 김기환 금속노조 일진다이아몬드지부 부지회장을 만나 그 동안 제기됐던 의혹들을 들어봤다.

- 사측 노조원 탈퇴 요구는 사실인가.

“음성공장 소속 팀장들이 조합원들에게 식사제공을 하면서 노조원 탈퇴를 권유했다. 권유 받았던 분들이 노조 측에 제보해 알게 됐다.”

- 기본급이 시급으로 따지면 8360원이 맞나.

“맞다. 올해 최저임금이 8350원인데 이보다 10원 많다. 10년 근속 근로자도 시급으로 따지면 다르지 않다”

- 사측이 홍재준 지회장에게 노조활동 내역을 보고하라고 했나.

“사측 교섭위원 단체협약에 그런 내용을 담았다. 특히 금속노조 조합원으로 한정해 노조활동 내역을 보고하라고 요구했다.”

- 오늘 기준으로 파업 63일차다. 단체협약 교섭 진행 상황은.

“오늘(27일)26차 교섭 중이다. 단체협약에 대한 이견이 크다. 사측 근로계약서와 노조 측 근로계약서를 서로 수정 중이다. 본 교섭 대화가 안 되면서 실무 교섭도 진척되지 않고 있다”

일진그룹 본사 사옥 주변에 내걸린 현수막. 사진=허홍국 기자

- 임금인상 요구와 함께 근로환경 개선 요구가 눈에 띈다. 근로자 작업 환경은 어떤가.

“기본적인 보호 장구만 지급받고 있다. 사실상 위험 물질에 노출돼 있다. 최근 고용부 충주지청에서 현장조사를 나왔는데 각 공정별로 12곳이 작업정지 명령을 받았다.

1차 현장조사에서 12곳이 지적 받아 개선됐지만, 3곳을 제외하고 재차 개선명령을 받아 작업중지 상태다. 현재 음성공장 근로자 작업 환경이 일하는데 적합하지 않다는 얘기다.

작업중지 명령은 암모니아가스, 황산, 질산, 염산, 과산화수소, 불산, 핵산, 니켈 등 위험물질을 다루는데 마스크 등 기본 보호 장구 지급 이외에 근로자 보호를 위한 조치가 없다는 점과 극소배기장치가 기준치에 미달되는 등 점에서 이뤄진 것으로 안다.

극소배기장치는 작업 공간 내 위 공기만 배출해 황산, 질산 등 기체는 무거워 아래로 가라앉는데 이를 밖으로 내보내지 못했다. 사실상 근로자들이 위험 물질에 노출된 경우다”

일진그룹 본사 사옥 주변에 내걸린 현수막. 사진=허홍국 기자

- 사측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일진다이아몬드 음성 공장은 사무직 근로자와 생산직(현장) 근로자가 있는데, 생산직 근로자에게만 차별을 두는지 이해가 안 간다. 직원 대우에서 차별을 왜 하는지 묻고 싶다.

일례로 사무직 근로자들은 매해 임금인상률이 3~6%씩 올랐지만, 생산직 근로자는 최근 5년간 동결됐고, 200%였던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넣어 없앴다.

매년 회사 영업이익은 10% 이상씩 났는데, 그 동안 생산직 근로자만 임금인상이 없었다는 점은 상식적이지 못하다”

김 부지회장을 인터뷰한 지난 27일은 날씨가 무더웠고, 서울로 상경해 파업을 이어온 노조원들은 일진그룹 본사 앞 천막에 들어가 무더위를 식히고 있었다.

노조 측은 허정석 일진홀딩스 대표이사 부회장과 임단협 교섭을 요구하고 있다. 그는 일진그룹 허진규 회장의 장남이자 일진홀딩스 1대 주주로 일진다이아몬드 주식의 55%를 갖고 있다.

이번 파업은 허 대표가 교섭에 나와야 마무리 될 수 있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지회에 따르면 변정출 일진다이아몬드 대표는 노조와 교섭 전권을 신광섭 공장장에게 넘겼고, 신광섭 공장장은 평가받는 사람이라며 발을 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는 단체협약 체결 권한을 가진 일진그룹이 책임 있게 교섭을 풀 것을 촉구하는 입장이다.

일진그룹 본사 전경. 사진=허홍국 기자

일진다이아몬드는 일진그룹 주력 계열사 중 한 곳으로, 그룹 내 캐시카우 역할을 맡고 있다. 올해 상반기 일진그룹 지주회사인 일진홀딩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2.7배 이상 뛰었다. 이를 주도한 주력 계열사는 일진전기와 일진다이아몬드다.

일진다이아몬드 올 2분기 실적은 매출 435억원, 영업이익 76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분기 대비 178.4%,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77% 증가했다.

그룹 내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계열사는 일진머티리얼즈와 일진디스플레이, 노동쟁의 중인 일진다이아몬드와 일진전기 등이 꼽힌다. 일진그룹 상반기 영업이익은 229억원을 기록했다.

일진다이아몬드는 공업용 다이아몬드를 제조하는 회사로 공업용 다이아몬드는 기계, 금속, 자동차, 건축, 토목, 광산, 전자산업, 태양광, LED 등 모든 산업에 핵심 소재로 사용되고 있다.

본사와 주력 공장은 충북 음성에 위치하며 생산직 250명, 사무직 150명 안팎 근무하고 있다. 제2의 공장은 안산에 지어졌고 생산직 12명, 사무직 5명이 종사 중이다.

한편, 이와 관련 일진다이아몬드 측에 사실관계 확인 및 입장을 듣고자 수차례 접촉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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