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탄핵의 주역 부활 조순형 의원
# 성북을 재보선 당선으로 탄핵주역 중 가장 먼저 재기 성공
# 정계개편 핵으로 급부상, 민주당 내에서 쓴소리 쏟아낼 듯

탄핵의 주역인 조순형 전 민주당 대표가 7·26 재보선을 통해 부활했다. 지난 2004년 3월 조 전 대표는 최병렬 전 한나라당 대표, 홍사덕 전 한나라당 의원, 정균환 전 민주당 의원 등과 함께 사상초유의 대통령 탄핵을 이끌었다. 탄핵의 주역 중 가장 먼저 재기에 성공한 조 전 대표는 그 동안 야인으로 머물며 관심대상에서 멀어지는 듯 했다. 그러나 이번 재보선을 통해 건재함을 과시한 그를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탄핵의 면죄부’가 주어졌다고 평가하고 있다.

지난 7월 26일 전국 4곳에서 치러진 국회의원 보궐선거. 이날은 조순형 전 민주당 대표에게 있어서는 특별한 날이 아닐 수 없다. 5선의 관록을 자랑하는 그가 단순히 6선이라는 고지에 오른 의미를 넘는 부활의 의미가 더 크기 때문이다.

지난 2004년 3월 우리나라의 헌정사상 처음으로 이뤄진 대통령 탄핵의 주역들 중에서도 조 전 대표는 핵심인물이다. 그가 맨 처음 대통령 탄핵안 발의를 제의(?)했고 탄핵과 관련한 모든 방안을 강구했기 때문이다.

지난 2004년 1월 초 민주당의 수장이었던 조 전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이 다가오는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을 지지해줄 것을 호소하자, 이는 대통령의 선거중립 의무를 위반한 탄핵사유에 해당한다며 사전 경고를 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열린우리당 지지 호소 및 민주당 비하 발언을 계속해나갔고 조 전 대표는 “탄핵소추안 발의도 불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당시 한나라당을 이끌던 최병렬 전 대표는 “민주당이 탄핵안을 발의한다면 함께 돕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결국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공조하에 3월 12일 대통령 탄핵안은 가결됐다.

탄핵안이 가결되고 노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된 상태에서 치러진 17대 총선에서 조 전 대표를 비롯한 탄핵의 주역들은 줄줄이 낙마해 야인의 생활을 시작했다.
17대 총선 이후 치러진 재보선때마다 탄핵 주역들의 이름은 거론됐었다. 그리고 홍사덕 전 의원 등 일부 탄핵 주역들은 재기의 몸부림을 쳤지만 민심은 아직 그들을 수용하지 않았다.

이번에 치러진 7.26 보궐선거에서 조 전 대표가 출사표를 던졌을 때 정치권 관계자들은 그의 당선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 전 대표에게 공천을 준 민주당 조차도 내심 불안해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서울 성북 을에서 당당히 재기에 성공했다. 조 전 대표의 당선으로 민주당은 축제분위기에 젖었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탄핵의 면죄부를 받았다고 평가했다.

7.26 보궐선거는 형식적으로 불과 4명의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였지만 그 결과는 향후 정계개편의 흐름에 방향타를 제공할 만큼 매우 컸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시각이다.
정계개편의 방향은 일단 조 전 대표의 승리로 확인된 ‘반노무현 비한나라당’ 세력의 부상으로 가시화될 전망이다.

‘비노 반한’ 진영이 세를 이루는데 성공한다면 민주당은 향후 정계개편 과정에서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잔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번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은 원내의석을 1석 늘리는데 성공한 것뿐이지만 그 1석이 노 대통령 탄핵을 주도했던 조 전 대표이기에 정치적 의미는 매우 크다는 게 중론이다.

민주당은 호남당 이미지를 털고 수도권 교두보 확보에 성공하는데 그치지 않고 향후 전개될 ‘정계개편 논의’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정계개편의 주도권을 확보했다는 자신감을 얻은 민주당은 노 대통령에 반대하고 한나라당에 비판적인 정치세력들을 규합하는 정치권 새판짜기 작업을 적극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 전 대표의 당선에 힘을 얻은 한화갑 대표는 보궐선거 다음 날 한 라디오 방송과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정치적 새틀을 짜는데 중심에 선다는 것은 아무도 부인 못할 것”이라면서 “열린우리당은 뇌사상태이고 한나라당을 견제할 세력은 민주당 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의 다른 관계자도 “노 대통령과 함께 할 수 없다는 여당 내 중진 그룹, 수도권과 호남의원들을 두루 만날 계획”이라고 밝혀 민주당이 여당 흔들기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미쓰터 쓴소리’라는 애칭과 ‘탄핵의 주역’이라는 오명을 동시에 지닌 조 전 대표가 정계에서 물러난지 2년 3개월만에 국회로 돌아왔다. 단번에 김원기 전 국회의장과 같은 최다선 의원(6선)으로 올라섰고, ‘강북 대표 정치인’으로서의 입지도 재확인했다. 특히 한나라당 판세 속에서도 홀로 거둔 ‘단기필마’ 승리여서 여러 가지 정치적 해석을 가능케 한다.

우선 자신이 주도했던 대통령 탄핵과 그 후 정계무대에서 퇴장했던 그로서는 ‘명예회복’의 의미가 깊다. 또 소속 정당인 민주당으로서는 아직 한 석도 없는 수도권 내 교두보를 확보하는 동시에 정계 개편의 추동력을 얻게 됐다. 무엇보다 대선을 1년4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앞으로 태풍을 일으킬 예고편이라는 시각이 많다. 어떤 방식으로든 현 정당구도에 변화를 가져올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는 조 전 대표의 지난 시절에서 엿볼 수 있다. 조 전 대표는 서울대 법대 시절 “인간이 인간을 심판하는 것이 싫다”는 이유로 고시를 마다하고 졸업 후 친구들과 무역회사를 차렸으나 실패한 경험이 있다. 이후 친형인 조윤형 전 국회부의장의 지역구를 물려받아 정계에 입문(81년 11대 총선), 87년 대선 때 ‘YS-DJ’ 후보 단일화 운동을 주도했다가 실패하자 한겨레당을 창당했다. 국민의정부 시절에는 옷로비 의혹사건에 특검 도입, 사직동팀 해체 등을 대통령에게 요구하면서 ‘주류 속의 비주류’로 낙인찍히기도 했다.

이후 정부 핵심인사들은 그를 배제했고 ‘여당 속 야당’, ‘너무 바른말만 해서 재미없는 정치인’으로 통하기도 했다. 정치인 집안 출신(유석 조병옥 박사의 3남)답게 반골(反骨) 기질이 남다르다는 평이다. 조 전 대표는 골프도, 술도, 청탁도, 줄서기도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계파에도 속하지 않고, 다선 의원이면서도 ‘제 식구’를 만들지 않는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조 전 대표는 너무 맑아서 고기가 살 수 없는 우물 같다”면서 “올곧은 성격으로 중심부를 정면으로 들이받는 기질이 있다”고 말했다. 조 전 대표의 복귀는 정계 개편의 시발점이 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에 더욱 그의 행보가 주목된다.

김정욱 기자 ottawa1999@hanmail.net


- ‘박풍(朴風)’과 ‘이풍(李風)’ 시들
# 박근혜, 이명박 등 잇단 재보선 유세 지원 불구 성북을 ‘패’

한나라당의 7.26 국회의원 보궐선거 서울 성북 을 패배로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 등 당내 대선주자들이 적지 않은 충격에 빠졌다.
선거전 막판 홍문종 전 경기도당 위원장 등의 ‘수해지역 골프파문’과 이효선 광명시장의 ‘호남 비하’ 발언 등에 대한 여론의 비난이 거세지면서 각 선거구로부터 당 지지율 하락 보고가 올라오자 한나라당 지도부는 이들에게 ‘긴급SOS’를 보냈다.

박 전 대표의 경우 2004년 4월 탄핵역풍 속에서 한나라당의 구원투수로 나선이래 지난해 4.30, 10.26재보궐선거 그리고 올해 5.31지방선거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선거에서 ‘박풍’의 위력을 보여줬다. 이 전 시장 역시 최근 각종 대선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박 전 대표와 함께 수위를 다투며 대중적 인기를 누려왔다.

두 사람 모두 이번 재보선의 최대 격전지로 꼽힌 성북을 지역 지원 유세에 직접 나서 최수영 후보의 어깨에 힘을 실어줬지만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재임 기간 동안 한나라당의 ‘재보선 불패 신화’를 만들었던 박 전 대표는 성북 을 패배 등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일절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 전 시장은 “국민들이 한나라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나 자신을 포함해서 깊이 고민하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한나라당 일부 당직자들은 자당 후보들이 전체 4개 선거구 중 3개 지역에서 당선됐는데도 유독 언론들이 성북 을과 민주당, 그리고 조순형 전 대표에만 관심을 갖는데 대해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욱>




- 입다문 청와대

탄핵 주역인 조순형 전 민주당 대표의 화려한 컴백과 열린우리당의 재보선 연패에 대해 청와대는 “딱히 할 말이 없다”며 애써 태연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어떻게 선거에 관심이 없을 수 있겠느냐”고 노 대통령의 불편한 심사를 간접적으로 전했다.

정태호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7월 27일 일일 브리핑에서 “(재보궐 선거에 대한) 대통령의 말씀을 특별히 들은 바가 없다”면서 “대변인이 할 말도 없다”고 말했다.
여당 일각에서 ‘할 말은 해야 한다’는 식의 발언이 나오는 것과 관련해서 정 대변인은 “당의 의견은 충분히 잘 전달되고 있다”고 말했지만 “중요한 것은 대안이다”고 덧붙여 불편한 심기를 나타냈다.

이날 청와대의 고위 관계자 역시 “대통령께서 그에 대한 말씀은 없으셨다”면서도 “선거에 어떻게 신경을 안 쓸 수 있겠느냐. 다만 뭘 어떻게 한다고 해서 결과가 바뀌는 구조가 아니지 않냐”고 말했다. <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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