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사과 후 경영일선서 물러나…본격적인 2세 경영 예고

사진=한국콜마

[민주신문=허홍국 기자] 윤동한(71세) 한국콜마 회장이 ‘막말ㆍ여성비하 동영상’ 논란 3일 만에 전격 퇴진했다.

지난 9일 입장문을 통해 동영상 상영 취지를 설명했지만 논란으로 불거지는 역풍을 잠재우기에는 부족했다.

12일 화장품ㆍ제약 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일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이 서울 서초구 내곡동 신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영상 논란’ 물의에 사죄하며 회사 경영에서 물러났다.

그는 이 자리에서 “회사 내부 조회 시 참고자료로 활용했던 동영상으로 물의를 일으켜 국민께 사죄한다”며 “특히 여성분들께 진심을 다해 사과의 말씀 올린다”고 말했다. 이어 “깊이 반성하며 책임지고, 회사 경영에서 물러나고자 한다”고 밝혔다.

윤 회장은 기자회견 시작과 말미에 고개를 숙였다.

앞서 윤 회장은 지난 7일 직원 조회에서 임직원 700여명을 대상으로 극보수 성향의 유튜브 영상을 틀어 논란이 일었고, 공식 입장을 통해 “감정적 대응 대신 올바른 역사 인식을 갖자는 취지”로 해명하며 공식 사과했지만, 파문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윤 회장이 사퇴를 결심하게 된 것은 한국콜마 불매 운동이 번지면서 고객들이 돌아선 것이 결정적인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콜마 제품 리스트가 만들어지는 등 본격적인 불매운동 움직임을 보인 것이 사퇴를 결심하게 됐다는 후문이다. 물론 주가에도 악영향을 끼쳤다.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이  지난 11일  전격 퇴진했다. 사진=한국콜마

한국콜마홀딩스는 윤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남에 따라 김병묵 대표이사가 진두지휘할 예정이다. 이밖에 주요 계열사들은 전문 경영인 체제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윤 회장 외아들인 윤상현 한국콜마홀딩스 대표이사 사장이 일정기간이 지나 경영전면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본격적인 2세 경영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예상이다.

윤 대표는 지난해 CJ헬스케어를 인수를 진두지휘했고, 한국콜마홀딩스와 한국콜마의 지분을 각각 18.67%, 0.08%를 보유하고 있다.

K뷰티 숨은 주역 윤 회장

물러나는 윤 회장은 자수성가한 사업가이자 K뷰티의 숨은 주역으로 평가 받는다. 수학여행을 포기할 정도로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매출 1조원대 기업을 일궜다.

그는 영남대를 졸업하고 1970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했고, 4년 후 대웅제약에 입사해 최연소 부사장에 오를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윤 회장은 1990년 한국콜마를 창업,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화장품사업을 시작했고, 1993년에는 관련업계 최초로 제조업자개발생산(ODM) 방식을 도입한 바 있다.

이후 제약산업에도 진출해 한국콜마홀딩스 아래 화장품 ODM 및 제약 위탁생산(CMO) 업체 여러 곳을 거느린 중견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지난해에는 CJ헬스케어를 인수하면서 연결 기준 1조357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사진=민주신문DB

‘막말 동영상 논란’ 퇴진 아쉬움

윤 회장의 퇴진은 대내외적로 찐한 아쉬움을 남긴다. 대외적으로 화장품 OEMㆍODM업을 개척해 성장시켜왔던 선장을 잃었다는 점이고, 내부적으로는 리더를 떠나보낸다는 점에서 그렇다.

우선 윤 회장은 고희를 넘긴 고령이지만, 경영상 R&D투자에 돈을 아끼지 않았다. 한국콜마는 이를 바탕으로 지난 2013년 국내 업체 최초로 SUN제품 미 FDA인증을 받는 등 기초ㆍ기능성 화장품 분야에서 독보적인 역량을 갖췄다.

이 같은 경쟁력은 프랑스 로레알 파리스 등 유럽 명품 브랜드 화장품과 국내 유명 화장품 회사에 제품을 납품하는 등 기염을 토하게 했다. 한마디로 글로벌 OEMㆍODM 회사로 우뚝 성장시킨 장본인이다.

일본을 앞선 기초ㆍ기능성 화장품 품질. 그의 경영철학과 리더십에서 나온 것이라 할 수 있다.

관련업계 2위 업체인 코스맥스도 1위 업체인 한국콜마와 경쟁으로 일부분 성장에 속도를 낸 측면이 있다.

내부적으로는 아직 현역으로 뛰어도 남을 리더를 보내야 한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지난 10일 한국콜마 10년차 직원이 네이트판에 남긴 글은 이 같은 점을 상기시킨다.

이 직원은 “한국콜마는 친일기업이 아니다”라며 “한국콜마는 회사 설립 당시 부족한 국내 화장품 기술력과 어려운 자금 상황으로 일본콜마에 지원을 받았지만 매년 기술료를 지급하는 비즈니스 관계였고, 이미 일본콜마와 기술료 관계도 정리했다”고 전했다.

이어 ‘동영상 논란’에 대해서는 “시청하게 한건 분명 잘못이었다”면서도 “영상이 끝나자마자 윤동한 회장이 유투브 진행자에 표현이 너무 자극적이고 옳지 못하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여성 비하 언급 역시 없었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이 직원은 “저에게 한국콜마는 동료들과 고락을 함께하는 일터다. 한국콜마가 건강하게 성장하고 우리나라에 화장품 경쟁력이 더 강해지도록 응원해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글을 끝냈다.

이 글은 회사를 위해 윤 회장과 함께 동고동락한 한 직원이 윤 회장의 행보에 대한 안타까움과 이번 논란으로 부정적 이미지가 덫 씌워지는 것에 대해 소회를 밝힌 것으로 보인다.

이번 논란은 지난 8일 JTBC보도로 촉발됐고, 윤 회장은 비난 여론 3일 만에 전격적으로 경영에서 손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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