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앞둔 정치권, 재계 출신 인기 급상승 내막


 

▲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을 영입한 한나라당은 "강금실"에 맞설 카드로 유명 재계 인사들에게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재계 출신 인물들이 정치권의 비상한 주목을 받고 있다.

재계 출신 가운데 지방선거에서 가장 큰 ‘빛’을 본 인물은 단연 이명박 서울시장. 현대건설 CEO 출신인 그는 2002년 지방선거에서의 승리를 발판으로 현재 가장 경쟁력 있는 대권 주자로 떠올랐다.

한나라당은 최근 재계 거물급인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을 영입하는데 성공,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현 전회장은 5월 지방선거에서 제주도지사 ‘빅카드’로 쓰일 예정이다. 올초부터 한나라당 주변에서는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이름도 거론되기 시작했다. ‘서울시장 카드’란 점 때문에 논란이 예상되지만 일각에서는 “강금실을 이기려면 이 정도 카드는 돼야 한다”며 외부영입론 주장을 꺾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 주변인물들에 따르면, 현 전회장은 현재 서울시내 유명 호텔에 캠프를 차리고 선거에서 뛸 만한 전문요원들과 몇몇 현직 국회 관계자들을 구성해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의원직을 상실할 것으로 예상되는 한나라당 의원실의 보좌진들에게 ‘콜’을 보내기도 했다.

현 전회장의 한나라당 입당을 계기로 “내친김에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까지 끌어들이자”는 영입설을 주장하는 당내 인사들도 있다. 문제는 ‘서울시장감으로 모셔오자’는 데 있다.

정치권 소식통들에 따르면, 윤 부회장은 지난 설 연휴 전까지만 하더라도 당내 경선에 참여할 의사가 있었지만, 연휴가 지난 뒤 출마 의사를 완전히 접은 것으로 전해진다.

윤 부회장으로서는 자신이 경선에 뛰어든다 한들 정치 초년생으로서 맹형규 전의원과 홍준표·박계동·박진 의원 등 베테랑들과 각축에서 승산을 바라보기 힘들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익 계산에서만큼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 전형적인 ‘삼성맨’인 윤 부회장이 당선 보장이 확실하지 않은 경선에 뛰어들리 만무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한나라당 주변에서 윤 부회장의 이름이 자꾸 거론되는 이유는 강금실 전법무장관 때문. 현재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군 가운데 1·2위의 지지를 받고 있는 맹형규 전의원과 홍준표 의원이 각종 여론조사의 가상대결에서 강 전장관에 모두 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강 전장관을 꺾을만한 마땅한 대항마가 없기 때문에 ‘빅카드’가 필요하고, 그런 의미에서 윤 부회장이 안성맞춤이라는 계산이다.

윤 부회장의 영입이 성사되기 위해서는 박근혜 대표와 이명박 시장의 ‘인정’이 있어야 하고 경선에서의 승리가 보장돼야 한다는 매우 부담스러운 절차가 필요해 보인다.

하지만 서울시장에 모든 것을 ‘올인’한 맹 전의원과 ‘카랑카랑한’ 홍준표 의원이 윤 부회장에 대한 ‘당의 배려’를 그냥 두고 볼 리 만무. 윤 부회장의 영입 문제는 한나라당 경선 때까지 계속 회자될 것이란 전망이다.

윤 부회장의 영입을 달갑게 생각지 않은 쪽의 관계자는 “재계 출신의 입당 이면에는 나름대로의 특혜가 있을 것”이라면서 “이들이 본선에서 떨어지면 차기 국회의원 비례대표 상위 순번에 배정한다는 제안을 받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에서는 삼성전자 CEO 출신 진대제 정보통신부장관이 5월 지방선거와 관련 서울과 경기도 두 지역에서 동시에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 점이 한나라당으로 하여금 ‘삼성맨들’에게 러브콜을 보내게 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여권에서는 처음으로 서울시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이계안 의원이 관심 대상이다.
이 의원은 현대자동차 CEO 출신으로 17대 국회에 등원한 초선이지만 탄탄한 경영 경력을 바탕으로 안정감 있는 의정생활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의원은 최근 여의도 국회의사당 부근 모처에 비공식 사무실을 내고 서울시장 출마를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다.

이 의원은 정책개발 선거기획 등을 위해 386세대 선거참모들을 대거 영입했다.

또 최근에는 시장출마 배수의 진을 치기 위해 예비등록 후 의원직 사퇴를 고민하다 주위의 만류로 사퇴하지 않기로 결정하는 등 서울시장 선거에 남다른 애착을 보이고 있다는 전언도 있다.

한편 열린우리당에서는 강원지사 후보와 관련 MBC의 엄기영 앵커를 출마시키는 방안을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는 강원도지사 출마를 희망하고 있는 이광재 의원의 생각이며, 자신의 승리 가능성이 낮아 출마를 꺼려하고 있다는 것.

엄 앵커는 최문순 MBC 사장의 고등학교 선배로 여러 사정 상 머지 않은 시간에 거취를 결정해야 하는 입장이라는 점을 이광재 의원이 간파, 지방선거에 출마할 것을 권유한 것으로 전해진다.

엄 앵커는 지난 총선 때도 정치권의 콜을 받았지만 이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엔 지난 총선 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는 전언이다.

엄 앵커는 이 의원이 강원지사 출마를 한 뒤, 공석이 되는 태백·영월·평창·정선 보궐선거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엄 앵커는 강원도 춘천 출신이지만 영월 엄씨로 영월과 연고가 있다.

pen19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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