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남북정상회담 재현 가능성에 긴장하는 야권


 

▲ 정치권은 DJ의 4월 방북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김대중 전대통령(DJ)의 4월 방북이 점차 현실화하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DJ 효과’에 집중되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희망적인 분위기고, 한나라당은 바짝 긴장한 모습이다. 이는 DJ 방북이 5월 지방선거에서 열린우리당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난감한 입장이다. 2004년 17대 총선 이후 한나라당은 꾸준한 ‘서진정책’을 펴는 동시에, DJ를 ‘어른으로 모시며’ 상당한 공을 들였다. 이런 맥락이라면, 한나라당은 이번 DJ의 방북 계획에 대해서도 의미를 높이 평가하는 것이 지금까지의 분위기 상 어울린다.

하지만 DJ가 몰고 올 ‘춘풍’이 한나라당의 ‘질주’를 가로막을 것이란 전망 때문에 한나라당은 어정쩡한 자세로 DJ를 공격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져들고 있다.

한나라당은 DJ 방북이 가져올 정치적 파괴력을 가늠해가면서 지방선거를 준비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았다.

오는 4월 중·하순경 철도를 이용해 방북하겠다는 DJ의 구체적인 방북 의사가 북한에 전달된 것은 지난 1월이었다. 북측의 답변이 나오진 않았지만, 여러 정황 상 DJ의 방북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난해 8·15 민족대축전 당시 서울로 온 김기남 북측대표단장이 DJ를 방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초청의사를 전한 점은 DJ의 이번 방북 가능성을 높게 점치게 하는 이유다.

경의선 철도의 궤도부설 작업은 이미 마무리 된 상태고, 다음달 중으로 북측의 역사도 완공될 예정이기 때문에 DJ의 열차방북 계획은 시기적으로도 맞아떨어진다. 변수로 지적되는 것이 있다면 군사적인 조치 문제. 하지만 북측이 DJ의 방북을 인정할 경우 이 역시도 별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친노핵심’ 인사로 불리는 이철 철도공사 사장은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DJ의 방북과 관련 “사실 김 전대통령의 열차방북은 60년 동안 끊어진 민족의 대동맥을 잇겠다는 결단인 동시에 앞으로 철로를 통해 남북의 인적·물적 교류가 가능하다는 것을 몸소 실천하겠다는 것”이라며 DJ의 방북 의미를 강조했다.

이 사장의 이 같은 발언은 최근 월드컵열차의 북한 통과를 논의하기 위해 북한을 방문한 다음에 나온 것이어서 어느 때보다 현실성 있게 받아들여졌다.

이 사장은 또 열차방북의 상징성과 관련 “김 위원장의 답방이 철로로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의미를 지닌다”면서 김 위원장의 답방 가능성까지 언급, 정치적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한나라당으로선 뜨끔한 일이었다.

한나라당이 DJ의 방북 계획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결정적인 이유는 노 대통령 때문이기도 하다. 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아세안·3정상회’의 참석에 앞서 DJ에게 전화를 걸어 “건강이 허락되면 이전부터 얘기가 있었던 만큼 북한을 한번 다녀오시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제안한 바 있다. 때문에 DJ의 방북은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의 공동작품으로 이해될 수 있다.

DJ의 열차방북 하나의 사건으로도 ‘민족적 의미’의 상징성은 폭발적인데, 김 위원장의 답방까지 계획 선상에서 거론될 경우 이는 세계적인 이슈로 부각하면서 지협적인 정치문제는 단번에 묻히게 될 수도 있다.

DJ의 방북이 6자회담의 지체 문제를 해소하면서 한반도 평화 정착에 기여하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부각할 경우 한나라당은 가만히 앉아서 물먹는 꼴을 당할 수도 있다. 또 이 같은 분위기가 5월 지방선거에까지 고스란히 이어질 경우 한나라당은 DJ의 ‘포효’ 한 방에 공든 탑 무너뜨리며 나가떨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의 한 중진인사는 “큰 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이 가장 불편하게 여기는 시나리오는 DJ로 인해 호남세력이 재결집 하고 수도권과 충청권이 ‘개혁·민족·통일’의 기치로 엇비슷한 정서로 뭉치는 것인데, 현실적으로 이런 일은 어렵지 않겠느냐”며 DJ 효과를 애써 외면하는 말을 했다.

한나라당에선 독기 어린 반발이 나오기 시작했다. 홍준표 의원은 9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5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북풍이 세게 불고 있다”면서 “지방선거를 앞두고 북풍을 이용하려는 인상이 깊으면 오히려 역풍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간이 갈수록 당 의원들의 발언 강도는 DJ를 적대시하는 쪽으로 흘러가는 양상이다. 당 정보위원장인 김정훈 의원은 10일 주요당직자 회의에서 “김대중 전대통령은 지난번 남북 정상회담 때도 16대 총선 직전에 발표를 했는데, 지금도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방북을 할 것이라고 한다”며 긴장된 모습을 보였다.

이재오 원내대표는 DJ의 방북을 ‘열린우리당의 5·31 지방선거용 카드’로 규정하면서 쌍심지를 켰다. 이 원내대표는 “5월이 선거인데 4월에 대통령 전용열차편으로 방북하는 정부당직자들도 수행해 따라가게 될 것”이라며 “그 성과가 어떻든 간에 국내용으로 다시 만들어 정국의 반전을 꾀하게 될 것”이라고 비난성 발언을 했다.

이계진 대변인은 “지방선거가 다가오니까 또 다시 남북정상회담설이 흘러나오고 있다”며 “올 봄에는 한반도를 가로지르는 기압골의 영향으로 선거용 북풍 내지 북서풍이 5월 하순까지 심하게 불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한나라당에서 DJ에 대해 비난성 발언이 튀어나오는 것은 참여정부 들어서 처음 있는 일”이라면서 “그만큼 한나라당이 초조한 상태라는 증거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DJ 방북이 열린우리당이 기대하듯 지방선거에 큰 기여를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방북관련 의제·일정·북한의 태도·6자회담 진행과정 등을 좀더 지켜봐야 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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