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위 싸움 치열, 결선에서 막판 뒤집기 사활

<민주신문=강인범 기자>현재 지지율만 놓고 봤을 때 참여정부 공과(功過)를 비롯 정치 이력이 대선주자급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논란 탓에 상처를 입었지만 친노계를 대표하는 문재인 후보의 대세론이 일단 유지되고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나머지 세명의 후보들의 우열은 뚜껑을 열어봐야만 알 수 있을 정도로 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저마다 지지세가 공고한 지역이 엄연히 존재하고, 후보간 캐릭터가 차별화 되는 터라 당내 대의원들의 표심과 및 콘텐츠(공약)에 따라 언제든 순위가 요동칠 가능성도 높다. 

손학규 4선, 장관, 도지사, 당 대표 준비된 후보, ‘과거 인물’ 한계론   
김두관 예상보다 세확산 미비, “중앙정치 적응단계, 이제부터 시작” 
정세균, “DJ 노무현 정부 관통 적통성”…당 기반 비해 인지도 미약  

민주통합당 손학규 대선 경선 후보가 17일 故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3주기를 맞아 전남 신안 하의도 故 김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해 분향을 하고 있다.
손학규, 콘텐츠 겸비한
전통의 강자  

손학규 후보의 경우 저력이 경선과정에서 재평가되면서 캠프 자체분위기가 고무되고 있다. 지지하는 인사들의 수도 점차 늘고 있다. 손 후보는 지난 7월 31일 열린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전국중앙위원회에서 박준영 후보를 제외한 4명의 후보자 가운데 지지율 1위를 기록했다. 비록 재적인원 3분2의 지지를 받지 못해 단일 지지후보로 낙점받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고전을 예측했던 세간의 예상을 뛰넘는 선전을 기록한 셈이다.
손 후보의 이같은 성과는 민평련을 이끌었던 고(故) 김근태 민주당 고문과의 개인적 친분(서울대 동문)이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할 수 있지만 이것만이 전부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민평련 관계자들은 지지후보 결정을 위한 3차례의 모임을 벌인 결과 모두 손학규 후보의 콘텐츠에 높은 점수를 줬다.
민평련 관계자는 “대선주자 초청토론회에서 손학규 후보가 제시한 비전 등은 구체적이면서도 현실적이었다”며 “손학규 후보가 내놓은 저녁이 있는 삶이란 슬로건처럼 일목요연하면서도 잘 정리된 콘텐츠라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4선 의원에 보건복지부 장관, 경기도지사를 지낸 이력이 국정전반에 대한 이해와 문제진단, 현실적 대안제시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손 후보측은 이같은 긍정적 흐름이 본선에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고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손 후보의 강점은 극진보에 치우치지 않은 건전한 정치이념과 학식 및 안정적인 정치 경력, 그리고 열정 등이 좋은 평가를 낳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안철수 현상이 정치권 전반을 관통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찌보면 ‘과거 인물’이란 점이 핸디캡으로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있다. 게다가 대선 정국만 되면 동력이 떨어지는 사례도 적지 않다.  

민주통합당 대통령후보 예비경선에 나섰다가 탈락한 조경태 의원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김두관 대선경선 후보 지지 기자회견을 열기 위해 김 후보와 정론관에 들어서고 있다.
김두관, 영남권 기반
세확산은 주춤 

반면 당초 문재인 후보와 선두를 다툴 것으로 예상됐던 김두관 후보는 기세가 주춤하다. 여론조사 뿐만 아니라 당내 지지도에서 양강구도를 구축하겠다는 당초 의도는 현재로서는 먹혀들지 않고 있는 것이다. 자발적으로 생긴 지지그룹 중 일부는 이에 실망하고 철수하는 모습도 나타났다.
경남도지사직을 내놓고 대권도전에 나설 때만해도 김두관의 정치적 확장성에 대한 기대가 민주당 안팎에서 높았던 것이 사실이다. 김 후보는 이장부터 시작해 행정자치부 장관, 경남도지사에 오르기까지의 흥미로운 인생역정을 강점으로 대권도전을 선언했다.
게다가 같은 친노 출신임에도 문재인 후보에 비해 권력욕이라던가 정치적 과단성에서 앞선다는 호평도 강점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김 후보는 중앙정치무대에 교두보는 확보했지만 본격적인 ‘상륙’은 현재 진행형 이라는 것이 당 관계자와 정치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무엇보다 콘텐츠 부족에 대한 지적이 뼈아프다. 민평련 지지후보 결정투표에서 일찌감치 예선탈락한 것에 대해 민평련 안팎에서 준비성이 부족하지 않았느냐는 평이 꾸준히 흘러나온다. 이는 손학규 후보가 콘텐츠에 강점을 보이고 있는 것과 대비되면서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지역에 정치적 기반을 둔 김두관 후보가 자신이 갖고 있는 강점을 중앙정치무대에 펼치는 과정서 홍보 등에 기술적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적응과정을 지나면 충분히 경쟁력을 발휘할 것으로 전망하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 후보가 최근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징병제 폐지와 모병제 도입도 '양날의 칼'과 같은 상황이다. 분단 국가 상황에서 보수진영의 불안감을 야기 할 수 있는 것으로 득표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 후보도 이같은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그는 지난 8월 2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종북으로 몰리고 표가 떨어지더라도 국방개혁을 하겠다. 국민을 설득하겠다”며 공약 이행 의지를 드러냈다.
김 후보는 “임기 중에 모병제를 도입해 군 병력을 30만명으로 줄이는 선제적 감축조치를 취하겠다”며 “모병제는 전문성, 숙련도를 높여 강한 전투력을 가진 부대로 만들고 무기첨단화로 과학기술 기반의 강군(强軍)으로 만들어 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군에 가지 않는 청년들은 다른 방법으로 국가에 봉사하고 군에 자원하는 청년들은 군에서 자신의 꿈과 희망을 가꿀 수 있다”며 “억지로 끌려가는 사람도 없고 남녀평등 시비도 없고 병역관련 범죄도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정세균 민주통합당 대선경선후보가 8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금융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정세균-민주당 적통 후보, 경제통 강조

정세균 후보는 경제전문가 이자 민주당 적통 후보임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캠프 관계자는 “DJ 노무현 정부 모두를 관통하는 인물은 정세균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그는 ‘미스터 스마일’이라 불릴 정도로 화합에 적임자인 인물로 당이 어려울때면 항상 구원투수 역할을 도맡아 했다. 최근 서울 종로 지역에서 친박계 좌장으로 불리는 홍사덕 전 의원을 꺽고 5선 고지에 올랐으며 당 대표만 3번, 이 때 다져놓은 당내 지지기반도 상당하다. 김진표·이미경 의원이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전병헌, 최재성 의원과 박병석 국회부의장도 정 후보측을 돕고 있는 인물로 꼽힌다.
또한 정 후보는 산자부 장관 시절 업적도 뛰어나다는 평가와 더불어 정치권의 이렇다할 구설수에 오른 적이 없다는 점도 강점이다.  
정 후보는 8월 초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 기조발제문을 통해 “17년 동안 국내외에서 실물경제를 담당했고 정당과 국회 그리고 정부에서 능력을 발휘해왔다. 위기상황에서 당대표를 맡아 성공적으로 극복했다”며 “위기상황에서 지도자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저는 과거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다. 저는 과거로부터 사람으로부터 세력으로부터 어떤 빚도 없는 사람”이라며 “대통령 권력 주변의 어떤 비리와 부패도 용납하지 않는 깨끗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자신의 청렴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화려한 이력과 탄탄한 컨텐츠에도 불구 좀처럼 뜨지 않는 지지율은 정 후보의 최대 고민이다. 5%를 한번도 넘긴 적이 없는 것은 정 후보 입장에서는 뼈아픈 대목이다. 정 후보측 캠프 관계자는 “너무 바른 말만 하지 말고 ‘기름칠’ 좀 하시라고 조언했지만 ‘허황된 얘기를 할 순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고 전했다.

‘비문’ 진영 문제인 때리기

본격적인 경선레이스에 돌입한 가운데 1위 후보에 대한 견제심도 팽배하다. 이 부분에 있어선 '비문재인' 후보 진영의 느슨한 연대 기류도 엿보인다. 반면 문재인 캠프측 관계자는 “우리쪽에서는 네가티브전에 힘을 쏟을 생각이 없다”며 “결국 모두 안고 가야 할 분이다”면서  경선 1위 통과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했다.
지난 8월 23일 방송3사 공동주최로 열린 TV토론회에서 정책 대결은 뒷전으로 밀린 분위기속에 초반 승기 잡기를 위한 기싸움 양상이 첨예하게 이뤄졌다.  
정세균 후보는 “문 후보는 입당 경력도 일천하고 당에 기여한 바도 없다는 게 일반적 평가”라며 “출마 요청이 있을 때마다 외면하다 강력한 권력의지가 요구되는 대통령 후보로 출마했는데 문 후보에게 민주당은 어떤 존재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문 후보는 “참여정부가 제대로 하지 못해 이명박 정부를 불러들인 데 대한송구스러움과 책임감이 있다”면서 “참여정부가 정권재창출에 실패한 데 대한 책임감과 송구함을 견딜 수 없던 것이 (출마)결단을 이끌었다”고 답했다. 
문 후보는 이어 “민주당만으로는 정권교체가 쉽지 않을 것 같았다.”고 응수했다. 자신이 지지율이 가장 높다는 것을 은연중 강조한 대답이다.
손 후보는 문 후보에게 “나라가 어떻게 가야 되는지 고민을 했다는데, 정권교체를 왜 해야 하는지는 잘 안 들린다.”고 공격했으며  김두관 후보는 “문 후보가 친박연대 서청원 전 대표의 공천헌금 사태를 변호했다. 참여정부에서 임명한 대법관 4명이 있는 상고심이었다. 전관예우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문 후보는 “서 전 대표도 정치적 입장이나 노선과 상관없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다.”며 적극 반박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민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