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신문 공식 사과로 손학규 첨령성 확보


 

▲ 손학규 경기지사는 최근 들면서 당 체질 변화를 부쩍 강조하고 있다.

손학규 경기도지사가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대권 레이스’를 달릴 수 있게 됐다.

손 지사는 지난해 11월 한겨레신문으로부터 ‘뇌물수수 의혹’이라는 직격탄을 맞은 바 있다.

한겨레신문은 지난해 4일자에서 광주 오포읍 아파트 인허가 비리와 관련, 손 지사가 수억원의 뇌물 수수 혐의가 있다고 보도했었다. 손 지사는 이에 즉각 항의했지만, 의혹이 풀리기 전까진 적지 않은 이미지 상의 불이익을 감수해야 했다.

하지만 한겨레신문은 지난 2월 8일자에서 손 지사와 관련한 기사가 오보였음을 인정하고 사과기사를 내보냈다.

한겨레신문은 이날 1면에 ‘손학규 경기지사, 수뢰 없어 / 본지, 명예훼손에 대해 사과’란 제목의 기사를 내보내며 손 지사에게 공식 사과했다. 이로써 손 지사는 지난해 초부터 꾸준히 제기돼 온 뇌물 의혹이란 큰짐을 벗었다.

손 지사가 현재 진행중인 한나라당의 권력구조 변화 속에서 새로운 입지를 마련할지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겨레신문은 최근 기사에서 ‘한겨레는 2005년 11월 4일자 1면에 ‘손학규 경기지사 수억원 뇌물포착’이라는 제목으로 ‘경기도 공무원들의 아파트 인허가 관련 뇌물 비리를 수사하고 있는 대검중수부는 3일 손학규 경기도지사가 수억원을 받은 단서를 잡고 수사 중이다’라는 내용의 보도를 한 바 있습니다’며 ‘그러나 검찰은 지난해 12월 9일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손 지사가 이 사건에 연관됐다는 흔적을 찾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한겨레신문사는 위 보도로 인해 손 지사의 명예를 훼손한 점을 깊이 사과하고 정정보도 합니다’라고 전했다.

한겨레신문의 의혹 제기 보도가 나온 이후 손 지사는 신문사를 상대로 10억원의 명예훼손 소송을 내면서 관련 사실을 부인했지만, 결과 발표가 날 때까지 ‘엉뚱한 부담’을 안아야 했다.

하지만 한겨레신문이 보도한 ‘오포 비리 의혹’은 지난해 초부터 손 지사 주변을 심심찮게 나돌던 사안이었다. 이 때문에 손 지사 측에서는 “어차피 털고 가야 할 일인데 좋지 않은 소문을 달고 있는 것보다 깨끗하게 밝혀지는 것이 훨씬 낫다”는 말이 나왔다.

결국 한겨레신문의 사과로 사건의 해결은 손 지사 측의 ‘바람’대로 됐다. 손 지사 측에서는 “이 기회에 손학규의 청렴성이 증명됐다”며 대권주자의 입지를 새롭게 하는 계기로 삼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손 지사가 어떤 정치행보를 보일지 더욱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한나라당이 현재 심상찮은 ‘지각변동’을 겪고 있는 점 때문이다.

그 동안 비주류로 분류돼온 한나라당 인사들이 당의 전면에 나서고 있고, 이들은 이명박 서울시장을 중심으로 똘똘 뭉치고 있는 형국이다. ‘이명박 대세론’이란 표현이 보편적으로 쓰이고 있을 정도다.

반면 박근혜 대표를 중심으로 한 이른바 ‘주류’는 그 모양을 찾기 힘든 상황이 되고 있다. 이 때문에 당 안팎에서는 “당의 권력지형이 서서히 바뀌고 있다”는 말들이 쉽게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나라당 차기 대권주자 ‘빅3’ 가운데 한 명인 손학규 지사는 최근 당 노선의 변화를 주장하면서 당의 지형변화에 대한 ‘나침반’을 제시, 주목을 끌고 있다.

특히 지도부를 향해 “집권세력이 70∼80년대 사고방식을 못 벗는 과거세력”이라며 강도 높은 쓴 소리를 해 당의 지형변화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손 지사는 최근 자신의 미니홈페이지(www.cyworld.com/hqsohn)에 올린 글을 통해 “한나라당은 ‘냉전세력, 수구세력, 의회주의 파괴세력, 부자당’ 등 정략적인 낙인찍기 정치가 재연되고 있다”며 “한나라당은 국민의 바다로 나아가기 위한 자기 혁신을 일관되게 실천해야 한다”고 밝혔다. 당이 체질 변화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평소 소신을 강하게 피력한 것이다.

손 지사는 한나라당에 대한 여권의 공세에 대해서도 비난했다.

그는 “실정을 호도하기 위해 한나라당을 낡은 수구세력으로 몰아붙이는 현 집권세력이야말로 70∼80년대식 사고방식을 벗지 못한 과거세력”이라면서 “한나라당 역시 여당의 매도가 왜 일정하게 설득력을 갖는지 성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여권의 낙인찍기가 먹히는 이유는 아무리 새 피가 수혈돼도 당의 체질이 고리타분하기 때문”이라며 “당은 일사불란하고 절간처럼 조용해야 한다는 기존 관념이 아직 지배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당내 합리세력, 개혁세력을 자처하는 그룹도 미래지향적인 정치를 선도하고 당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얼마나 치열하게 노력했는지 스스로 되돌아보아야 한다”면서 “스스로 대세론에 물들어 가지는 않았는지 성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 지사 특히 “국민통합, 미래지향성, 실사구시적인 혁신, 노블리스 오블리주 등은 여당보다 더 분명하게 선도해 당의 중심노선이 분명하게 바뀌었음을 국민들에게 보여주어야 한다”면서 “기존 한국 보수의 혁신과 외연 확대를 위한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손 지사의 이 같은 주장과 노선은 한나라당의 대권 판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손 지사는 ‘도전자’로서의 색깔을 분명히 가져가겠다는 인상을 강하게 풍기고 있다.

이 시장과 박 대표에 비해 손 지사는 ‘뒤쫓아가는’ 입장이 분명하지만, 이런 자신의 정황을 십분 살려 당의 체질변화와 관련 가장 자유롭고 강하게 혁신을 주장하고 있다.

한나라당 ‘빅3’ 가운데 손 지사는 가장 낮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지만 대선 고지까지는 아직 많은 시간이 남은 만큼 변화 여지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와 관련 손 지사 측 관계자들은 “현재의 지지율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고, 결정적일 때의 응집력과 파괴력이 중요하다”며 “손학규의 미래지향적인 색깔을 꾸준히 갖고 갈 것”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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