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보복 후폭풍 노노재팬 일자 애국 마케팅 편승, 알고 보니 주요 일본 맥주 수입 유통사

오비맥주 대표 브랜드 맥주 카스. 사진=뉴시스

[민주신문=허홍국 기자] 국내 맥주업계 1위 오비맥주가 일본 맥주 ‘산토리(Suntory)’로 노심초사하고 있다. 일본 경제 후폭풍으로 부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 이른바 ‘노노재팬’으로 역풍이 불지 고심하는 까닭이다.

26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오비맥주가 최근 공식 SNS 계정을 통해 ‘국맥카스가 국민 모두를 응원합니다’라는 글귀와 함께 불매운동, 보이콧 재팬, 대한민국 대표맥주 등의 글귀로 애국 마케팅을 펼쳤다.

이를 두고 앞뒤가 다른 오비맥주 행보에 비판이 일고 있다. 알고 보니 일본 주요 맥주 브랜드 중 하나인 산토리 더 프리미엄 몰츠를 수입해 국내에서 공식 유통하는 회사이기 때문이다.

앞서 오비맥주는 지난달 말에도 산토리 뉴 크리미 서버를 이달부터 PK마켓을 통해 스페셜 패키지로 한정 선보인다고 밝힌 바도 있다.

산토리는 아사히와 기린, 삿포로 등과 함께 일본 주요 맥주 회사다. 산토리 맥주는 토리이 신지로가 1899년 일본산 와인 제조ㆍ판매를 위해 설립한 토리이 상회가 시초다.

‘산토리’라는 브랜드는 설립 당시 판매하던 포도주 ‘아카다마 포트 와인’ 상표명에서 ‘태양 SUN’을 창업자 ‘토리이’의 성과 합쳐지어졌다. 산토리 맥주는 산토리 홀딩스 자회사 중 하나다.

사진=뉴시스

곱지 못한 시각

오비맥주를 바라보는 주류업계의 시각도 곱지 못하다. 노노재팬운동이 일자 이에 편승해 마케팅을 펼치는 것이 마뜩찮다. 카스 브랜드로 국내 맥주시장 점유율 1위 업체는 맞지만, 외국계 회사인 탓이다.

오비맥주는 버드와이저로 유명한 벨기에 맥주회사인 AB인베브가 100% 지분을 가진 외국계 회사다. ABI인베는 전 세계 50개국에서 약 20만 명의 직원들이 맥주를 제조, 판매하는 기업이다.

이와 관련 주류업계 한 관계자는 민주신문과 통화에서 “오비맥주 카스는 국내 맥주 1위 브랜드가 맞다”면서도 “그렇다고 국내 회사는 아니다. 엄밀히 글로벌 맥주업계 1위인 AB인베브 회사다”고 말했다.

편의점 유통되는 일본 맥주들. 사진=허홍국 기자

창고 속 산토리

오비맥주가 유일하게 유통하는 일본 맥주인 산토리는 편의점에서 사라지고 있다. 편의점주들이 확산되는 일본 불매운동으로 매장 진열대에서 빼 창고에 쌓아 놓는 분위기다.

지난 25일 직접 만난 서울 영등포구 한 편의점 브랜드 경영주는 “일본 맥주들이 불매운동으로 인해 판매가 되지 않아 창고에 넣어 뒀다”며 “삿포로와 기린 이치방, 산토리 등 맥주는 진열대에서 뺐다”고 말했다.

CUㆍGS25ㆍ세븐일레븐ㆍ미니스톱ㆍ이마트24 등 편의점업계는 다음 달부터 수입 맥주 4+1 할인행사에서 일본 맥주를 제외시키기로 했다. GS25는 다음 달 행사를 앞두고 이미 제작된 수입 맥주 행사 홍보물에서 일본산 제품을 제외시켜 재배포하기도 했다.

대형마트 업계도 일본 맥주 신규 발주를 중단하는 등 들불처럼 번지는 일본 불매 운동에 자의반 타의반 가세한 형국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마트와 홈플러스는 이번 주 발주를 중단했고, 롯데마트는 가까운 시일 내에 중단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오비맥주는 한 언론사를 통해 일본 맥주 브랜드 산토리를 유통하고 있는 것을 밝히기도 했다.

발목 잡힌 출고가?

이런 가운데 오비맥주는 지난 24일부터 한달 간 여름 성수기를 맞아 맥주 대표 브랜드인 카스와 발포주 필굿의 출고가 인하를 전격 단행했다.

국산 맥주의 소비촉진과 판매 활성화라는 게 오비맥주 측의 설명이다. 인하 폭은 카스 맥주 출고가를 패키지별로 약 4~16%다.

하지만 전국주류도매업중앙회가 반기를 들고 나서 출고가 특별 할인은 발목 잡힐 처지에 놓였다. 중앙회 측은 상의없는 일방 통보식 한시적 할인은 재고관리 등에서 차질을 빚고, 거래선의 혼선만 불러일으킨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 오비맥주 측은 “원만히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언론 통해 내비쳤다.

한편, 오비맥주는 국내 맥주 수출 1위 기업으로 대표 맥주 브랜드인 카스와 전 세계 30개국, 30여종의 맥주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지난해 실적은 손익계산서 기준으로 매출 1조6981억원, 영업이익 5145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은 3806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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