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루에 초미니’ 예보보다 패션 경쟁(?)

▲ 주5일제 등으로 야외활동이 늘어나 날씨 정보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방송사 기상캐스터들의 인기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낮 방송 연장 덕에 기상 캐스터들의 TV 노출 빈도는 더 높아졌고, 그렇게 쌓인 친근한 이미지를 무기로 다른 분야 진출도 잇따르고 있다.
[민주신문=김미화 기자] 전국에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 방송 뉴스에서 가장 신경 쓰며 집중하는 부분이 ‘날씨 뉴스’다. 스마트폰 등 날씨 정보를 알려주는 최첨단 장치들이 많지만, 여전히 날씨 정보력과 신뢰도는 여성 기상캐스터가 전문적인 설명을 곁들여 전해주는 영상 날씨 정보가 으뜸이다. 여성 기상캐스터가 TV의 꽃으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어여쁜 얼굴에 날씬한 몸매, 매력적인 목소리로 날씨를 예보하면 ‘비가 와도 미소가 절로 나온다’는 시청자가 꽤 많을 정도다. 여성 아나운서에 이어 기상캐스터도 며느릿감으로 주가를 높인 지 오래다. 기상청 발표가 어긋나 욕도 많이 얻어먹지만 여전히 신뢰성을 유지하고 있는 방송사 기상캐스터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1990년까지 남성 전유물 금녀 벽 깬 여성 1호 이익선 시작으로 20년 여성 시대
현재 4개 방송사 32명 활약중 기자형-전문가형 등 차별화, 연예계 진출도 러시

기상예보가 시작된 때는 1965년. KBS 등 방송사들이 국립중앙관상대(현 기상청)에 직통 전화를 놓고 관상대 직원을 통해 날씨를 시청자에게 전한 게 최초다. 제1호 기상캐스터는 김동완. 김동완은 1970년대 관상대 직원 신분으로 TBC동양방송에서 날씨를 전하면서 통보관이란 직함을 얻은 후 언론 통폐합(1980년)으로 TBC가 문을 닫자 MBC를 대표하는 기상 캐스터가 됐다.

남성 전유물이던 기상캐스터계에 ‘금녀의 벽’을 허문 이는 이익선이다. 여성 기상 캐스터 1호인 이익선 기상 캐스터는 1991년 KBS에 입사해 깔끔한 외모와 조리 있는 해설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 기상캐스터 인기가 하늘을 찌르자 MBC와 SBS도 서둘러 여성 기상캐스터를 기용했다. MBC는 정은임 아나운서, SBS는 박순심 아나운서에게 일기예보를 맡겨 여성 기상캐스터 시대가 열렸다.

‘신뢰도’ 위한 차별화 전략

오랫동안 남성 전유물이었던 기상캐스터가 ‘여성 전성시대’로 바뀐 지 올해로 20년째. 현재 여성 기상캐스터가 활약하고 있는 방송사는 KBS(7명), MBC(6명), SBS(6명) 등 공중파 방송 3사와 케이블 채널 YTN(13명) 등 4곳이다. 이 중 남성 기상캐스터는 YTN의 김수현 캐스터가 유일하다. 한 방송사 기상팀 관계자는 여성 기상캐스터 전성시대에 대해 “1990년대 딱딱한 방송 뉴스에서 탈피하려는 시도가 날씨 뉴스에 적용된 셈”이라며 “이후 반응이 좋아 이 흐름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기상캐스터는 날씨방송을 통해 기상정보를 전달할 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건강, 방재의 의무를 갖고 날씨정보 그 이상을 전달해야 할 책임이 있다.

KBS는 기상캐스터에게 정확하고 적절한 용어 전달을 요구한다. 이를 위해 아나운서실 주관으로 기상캐스터들을 위한 우리말 교육을 1년에 4차례 실시한다. MBC 기상캐스터는 아나운서라기보다 기자에 더 가깝다. 날씨 뉴스에 대한 취재부터 원고 작성까지 모든 과정을 책임진다는 점이 특징. 지윤태 MBC 보도국 문화과학부 부장은 “자신이 방송할 원고 작성은 물론 인터넷 뉴스, 단신 뉴스 등에 들어갈 날씨 관련 모든 뉴스의 원고를 기상캐스터들이 직접 작성한다”고 말했다.

SBS는 기상 캐스터의 전문성을 중시한다. 공항진 SBS 과학기상팀 부장은 “기상캐스터들과 2달에 1번 이상씩 세미나를 개최하고 기상청 교육 과정에 적극 참여하는 등 시청자에게 친절하면서도 알기 쉬운 기상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많은 공부를 하도록 한다”고 밝혔다. YTN은 날씨 뉴스에 새로움을 추구하는 데 공을 들인다. 김지현 YTN 기상팀 차장은 “지금은 새로울 게 없어 보이지만 날씨 뉴스를 야외에서 진행하고 지도에 특수 효과를 넣는 등의 시도는 1990년대 중반 YTN에서 처음 시작한 것”이라고 전했다.

정확한 정보의 변수는 의상?

기상캐스터의 패션은 다음 날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에 오를 만큼 화제다. 박은지 전 MBC 기상캐스터는 연한 핑크색의 블라우스에 민소매 셔츠가 살짝 비치는 ‘시스루 의상’을, 김혜선 KBS 기상캐스터는 회색 원피스 가운데 큰 검은색 지퍼가 있는 ‘지퍼 의상’을 입고 나와 네티즌들의 눈길을 끌었다.

기상캐스터의 패션이 화제에 오르는 것은 의상 자체가 정보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또다른 방송사 기상팀 관계자는 “기상캐스터의 옷만으로도 그날 날씨를 알 수 있도록 하는 게 날씨 뉴스에서 의상이 가지는 중요한 역할”이라며 “기상캐스터가 의상을 기획하는 것이 정보 전달의 일부”라고 말했다.

그러나 기상캐스터의 의상에는 매뉴얼이 없다. 기상 캐스터 본인이 “기온 섭씨 30도 이상일 때 민소매 의상을, 화창한 날에는 연두색 블라우스를, 호우주의보 때는 우비를 입는다”는 등 나름의 원칙을 세워 놓을 뿐이다.

방송 시간대에 따라 의상이 달라지기도 한다. 아침 시간대 날씨 뉴스를 전하는 한 기상캐스터는 “노출이 심한 옷, 회색이나 검은색 계통의 옷은 되도록 피하려고 하는 편”이라며 “침체되기 쉬운 아침 분위기에 노출이 심한 옷은 너무 튀어 거부감을 줄 우려가 있고 어두운 색상의 옷은 가라앉은 분위기를 가중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의상의 규정은 없지만, 푸른색 계통의 옷은 무조건 피해야 한다. 지도와 기상도 등 가상 화면을 덧씌우는 블루 스크린을 뒤에 놓고 촬영(크로마키 촬영)하기 때문이다. 크로마키 촬영 기술에서 블루 스크린 앞 푸른색 계열 옷을 입은 기상캐스터는 투명 인간이 되기 십상이다.

의상 협찬은 KBS와 SBS의 경우 방송사가 고용한 코디네이터가 기상캐스터 1인당 두 벌 이상의 의상을 받아 오는 식으로 이뤄진다. MBC는 기상캐스터마다 개인 코디네이터를 둬 의상 선택의 폭이 타 방송사보다 넓은 편이다.

최근 연예·방송인 등용문 각광

날씨 예보를 통해 인기를 끈 기상캐스터는 연예인으로 변신하기도 한다. 여성 기상캐스터 1호인 이익선은 지적인 인상을 앞세워 KBS 2TV 연예가중계와 EBS 시네마 천국 등에서 진행자로 변신했다. 2002년에는 영화 ‘피아노 치는 대통령’에서 청와대 출입기자로 출연한 적도 있다. MBC 뉴스데스크에서 날씨를 맡았던 김혜은 기상캐스터는 2004년 MBC 드라마 ‘결혼하고 싶은 여자’에 출연하면서 배우의 꿈을 키웠다. 배우로 전향한 김혜은은 2006년 EBS 문화정보프로그램 ‘문화예술 36.5’를 진행해 방송진행자로도 활동했다.

김혜은의 MBC 후배 안혜경, 박은지도 연예계에 진출했다. 안혜경은 2006년부터 각종 예능 프로그램과 드라마에 출연하고 있다. KBS 김혜선 기상캐스터와 함께 쌍두마차로 불렸던 박은지는 올해 초 MBC에 사표를 제출하고 현재 전문 MC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기상캐스터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커지다 보니 노출 논란도 끊이질 않는다. 얼짱으로 소문난 박은지는 몸매가 드러나는 패션으로 인터넷 연예 매체에 화제를 몰고 다녔다. 야하다는 느낌이 드는 옷도 있지만 실제보다 부풀려진 소문도 꽤 많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엔 청순한 인상을 앞세운 기상캐스터가 눈에 띈다. MBC 뉴스데스크에 출연하는 정혜경 기상캐스터와 KBS 장주희, 유승연 기상캐스터는 긴 생머리와 청순한 외모가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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