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냄새 원인은 다양하다. 잇몸질환, 축농증, 비염, 위산역류, 변비, 위장질환, 간질환, 신장질환, 인후두염, 헬리코박터균 감염, 당뇨, 쇼그렌증후군 등이다. 구취 비율은 개인위생이 열악하던 시절에는 충치 등의 잇몸질환이 월등하게 높았다. 그러나 치과의 문턱이 낮아진 요즘에는 위산역류, 역류성식도염, 소화불량 등의 위장관계 질환 비율이 급증하고 있다. 또 후비루, 비염, 축농증, 목이물감, 편도결석 등 이비인후과 질환도 다수다. 따라서 입냄새 제거는 구강 등의 청결 유지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보다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야 한다.

구취 환자 상당수에서는 위열(胃熱)이 원인으로 진단된다. 주로 치과적 이상이 없음에도 구취가 1년 이상 장기화된 경우에 많이 보인다. 위열은 위에 열이 있는 병이다. 자극성 음식, 뜨거운 음식을 지나치게 섭취하거나 위에 열사(熱邪)가 침입해 생긴다. 복통, 가슴앓이, 심한 갈증, 명치 아랫부분의 불편함, 빈뇨, 대변 뭉침, 구내염, 홍색 혀, 황색 설태, 구취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동의보감에서는 구취자 위열야(口臭者 胃熱也)로 설명한다. 입냄새는 위의 열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위의 열작용을 구취일증(口臭一證) 내열기(乃熱氣) 온적흉격지간(蘊積胸膈之間) 협열이충(挾熱而衝) 발어구야(發於口也)로 표현했다. 가슴에 쌓인 열기에 다시 열이 누적되면 위로 치솟아 입냄새가 난다는 의미다.

위장 기능이 저하되면 소화력이 떨어진다. 음식물이 제 때 소화되지 못하고 오랜 기간 위에 머무는 부패가 진행되고, 열이 발생한다. 음식을 소화시키려고 과부하가 걸리기 때문이다. 근심과 걱정의 만성화도 장부에 열을 발생시킨다.

위의 기능 저하는 위염, 위궤양, 위암 등 다양한 질환에 노출될 수 있다. 또 위장 기능이 약하고, 위의 질환이 오래되면 부패가스가 위로 올라와 구취가 나게 된다. 한의학에서는 이를 열이 있고 습도가 높다는 의미인 위유습열(胃有濕熱) 또는 비위습열(脾胃濕熱)로 표현한다.

위와 장의 열기는 구강 염증 유발 가능성도 있다. 만약 구내염과 잇몸질환이 생기면 구취는 더 심해진다. 위에서 배출되는 열기와 구강 질환의 냄새가 더해지는 탓이다. 위열에 의한 구취는 근본적으로 위의 열을 내릴 때 해소된다.

인체의 각 장부는 긴밀한 연계 관계에 있다. 위는 입, 잇몸, 치아와 경락(經絡)으로 소통한다. 상큼한 매실을 생각하면 먹기도 전에 입에 침이 고이고, 위의 운동도 촉진된다. 구취가 있는 일부 사람은 뜨거운 입김을 의식한다. 이는 위에서 발생한 열기가 구강으로 배출되는 증상이다. 위와 장에 노폐물이 쌓이면 소화기간이 길어지고, 열이 발생한다. 과부하 상태에서는 더 많은 열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열은 필연적으로 냄새를 나게 한다. 발열작용과 염증 등으로 더 뜨거워진 위는 악취를 입으로 배출하게 된다.

만약 위와 장이 제 기능을 해 정상적인 발열작용만 일어나면 구취는 발생하지 않는다. 차가운 곳에는 부패 작용이 일어나지 않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찬 곳에서는 냄새가 거의 없다. 화장실의 악취를 없애기 위해 얼음을 수북이 쌓아놓는 이유다.

구취 치료의 주요한 원리 중 하나가 위의 열을 내리는 처방이다. 동의보감에서는 허화울열(虛火鬱熱) 온어흉중(蘊於胸中) 내작구취(乃作口臭) 의궁지고(宜芎芷膏)로 제시한다. 허(虛)하여 생긴 화(火)나 가슴에 쌓인 열로 기인한 입냄새에는 궁지고를 쓰라는 것이다. 또 위의 열을 내리는 처방으로는 가감감로음(加減甘露飮), 용뇌계소환(龍腦鷄蘇丸), 사위탕(瀉胃湯) 등을 들 수 있다.

위의 열이 원인이 된 구취도 양태는 다양하다. 따라서 정확한 진단이 우선돼야 한다. 휘발성황화합물(VSC) 농도 검사, 편도결석이나 후비루 여부 확인, 설태 검사, 이비인후과적 질환, 호흡기나 소화기 질환 검사, 설진, 맥진, 문진, 체질 확인 등을 통해 종합 판단을 하는 게 좋다. 원인을 정확히 알면 치료는 쉬운 편이다. 구취는 원인에 따른 처방을 하면 치료가 잘 되는 질환이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민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