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전국 24곳의 자사고 재지정 평가서 11곳 지정취소 통보...자사고 16개교, 외고 30개교, 국제고 6개교도 2020년까지 재지정 대상

9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브리핑실에서 박건호 서울시교육청 교육정책국장이 자율형사립고 재지정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서울 자사고 13곳 중 8곳을 재지정 취소했다. 사진=뉴시스

[민주신문=서종열기자] 24곳 중 11곳이 지정취소 통보!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걸었던 '고교 체제 개편'이 본격 시작됐다. 교육부가 지난 9일 전국 24곳의 자율형사립고의 재지정 평가에서 절반에서 가까운 11곳에 대해 지정취소 통보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지정취소 통보를 받은 11개 학교는 경희고, 배재고, 세화고, 숭문고, 중앙고, 이대부고, 한대부고, 해운대고, 안산동신고, 상산고 등이다. 

이에 지정취소 통보를 받게 된 자사고들과 재학중인 학생들, 그리고 학부모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내년에는 자사고 16곳, 외고 30곳, 국제고 6곳도 특수목적고 지위연장 심사를 받을 예정이어서 논란을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자사고, 더 줄어들까?

교육부에 따르면 이번 재지정 평가를 받은 24곳의 자사고 중 11곳의 자사고는 사실상 특목고에서 제외될 위기에 처했다. 교육부가 재지정 취소를 결정하게 되면 이들 고교들은 내년부터 일반고로 전환된다. 

교육계 안팎에서는 이번 재지정 평가와 관련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목고 지정 취소 이후 지역간 교육 격차가 심화될 수 있다고 보고 있어서다. 실제 서울시의 경우 서울시교육청이 지정을 취소하겠다고 밝힌 자사고 8곳들이 대부분 강북에 집중돼 있다. 반면 교육특구로 불리는 강남구와 양천구에 속한 자사고들은 모두 특목고 지위를 유지했다. 

당초 자사고 등 특목고를 도입한 것은 바로 이 같은 지역간 교육격차를 줄이기 위해서였다. 입시학원들이 밀집한 소위 교육특구(대치동·목동·중계동) 인근 학생들이 최상위권 대학에 진학하는 비중이 높아지면서 지역간 교육격차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재지정 결정을 보면 특목고 지위에서 취소된 학교들이 대부분 이들 교육특구 외 지역에 자리해 있다. 지역간 교육격차 논란을 비롯해 학원가 일대의 부동산 폭등 등 여러 후유증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교육부의 특목고 재지정 심사는 내년에도 예정돼 있다. 올해보다 내년에는 더 많은 특목고들이 심사대상에 올라있다. 내년에는 더 많은 특목고가 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11일 교육부에 따르면 내년에 특목고 재지정 심사를 받아야 할 곳은 자사고와 외고, 국제고를 포함해 모두 52개교에 달한다. 이중 자사고는 경문고, 대광고, 보인고, 선덕고, 양정고, 장훈고, 현대고, 휘문고, 세화여고, 대건고, 경일여고, 하늘고, 대성고, 용인외대부고, 남성고, 군산중앙고 등 16곳에 달한다. 외고는 대원, 대일, 명덕, 서울, 이화, 한영 등 전국 모든 외고가 대상이며, 국제고는 세종국제고를 제외한 전체가 평가 대상이다. 

이들 중 현재의 특수목적고 위치를 지킬 수 있는 학교는 소수에 불과할 것으로 교육계는 보고 있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중 14곳의 교육감들이 진보성향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교육감들은 선거 공약으로 대부분 '자사고·특목고 전환'을 내세웠다. 

여기에 최종 결정권한을 가진 교육부도 문재인 대통령의 선거공약이었던 고교 체제 개편에 동조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특수목적고의 위치를 상실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자립형사립고 재지정에 탈락한 경기 안산동산고 학부모들이 11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자사고 폐지 반대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교육계 "정치 논리로 보면 안돼"

교육계에서는 정부의 고교체계 개편 정책에 대해 우려스런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선거 과정에서 '자사고 폐지'에 가까운 공약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교육정책 로드맵에 따르면 먼저 자사고·특목고의 일반고 전환을 유도하고, 재지정 평가를 엄격하게 적용하며, 입시제도 변경을 추진한다. 이후 사회적 합의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는 '자사고 법적 근거 폐지'하는 것이 목표다. 

3단계로 구성된 로드맵 중 1단계에서는 고교 입시제도를 변경해 자사고·특목고에 대한 지원율을 낮추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와 관련 교육부는 2017년 자사고의 우수학생 선점을 방지하기 위해 '자사고 우선선발권'을 폐지하고, 수험생의 자사고·일반고 이중지원을 금지하도록 법을 개정했다. 하지만 지난 4월 헌법재판소가 이 개정안 중 '이중지원 금지'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2단계 과정에서는 자사고·특목고의 일반고 전환을 유도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와 관련 지정이 취소돼 일반고로 전환된 8곳의 학교에 5년간 총 20억원을 추가로 지원할 예정이다. 

마지막인 3단계에서는 '사회적 합의를 통한 고교 체계 개편'을 추구한다. 교육부는 정권 출범 초기 대통령 직속 교육자문기구인 '국가교육회의'에서 '자산고 법적 근거 폐지'를 논의하도록 대국민 의겸 수렴 과정을 거친다는 계획을 세운바 있다. 하지만 이 계획은 여야 간의 충돌로 국회가 공전되면서 실행 가능성이 어려워진 상태다. 

정부와 교육부의 이 같은 행보에 교육계 인사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내 최대 교원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하윤수 회장은 "최근 정치이념이 과도하게 교육에 관여하는 양상이 두드러진다"며 "정권의 이념과 성향에 따라 교육정책이 180도 바뀌면서 갈등과 사회적 비용이 소모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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