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어음발행과정서 뒷돈 받은 증권사 직원들 기소의견 송치...일각 '국부유출' 논란까지, 한화·이베스트 "검찰서소명하겠다"

서울경찰청은 지난 4일 중국 국저에너지화공집단(CERCG)의 자회사(CERCG캐피탈)이 발행한 1600억원대의 기업어음을 뒷돈을 받고 판 혐의로 한화증권 및 이베스트투자증권의 직원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사진=민주신문DB

[민주신문=서종열기자] 1600억원대 중국 CERCG캐피탈의 깡통어음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이 결국 관련자 전원을 기소의견을 검찰에 송치했다. 

4일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CERCG)의 역외 자회사인 CERCG캐피탈의 회사채를 기초자산으로 한 어음(ABCP) 약 1646억원을 국내 증권사들에게 판매하는 과정에서 뒷돈을 받은 혐의(특정경제처벌법상 사기 및 수재, 자본시장법 위반)로 한화증권 직원과 이베스트증권 직원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이 두 사람에게 모두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며, 이중 한화증권 직원은 결국 구속됐다. 

또한 경찰은 해당 사건과 관련 한화증권과 이베스트증권에도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직원관리에 엄격해야 할 증권사들이 관리태만이 결국 1600억원대의 깡통어음 사건으로 이어진 만큼 법인에도 엄격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검찰의 수사가 한화증권과 이베스트증권으로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에 따르면 한화·이베스트증권 소속 두 직원은 중국 CERCG로부터 52만5000달러(약 5억6000만원)의 뒷돈을 받고 CERCG캐피탈의 ABCP를 국내 증권사들에게 무리하게 판매했다. CERCG의 ABCP는 중국 외환국의 승인을 거친 본사의 지급보증이 있어야 했는데, 이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6곳의 국내 증권사들에게 판매했다는 것이다. 

주목할 점은 뒷돈을 받고 ABCP를 매각한 직원들 외에 한화증권과 이베스트증권도 "관리 의무 소홀'을 이유로 기소의견을 냈다는 점이다. 현행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금융사 직원이 자본시장법을 어겼을 경우 소속 법인에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양벌규정(448조)'이 존재한다. 경찰은 해당 규정을 근거로 두 증권사들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적용한 것이다. 

수사팀 관계자는 "법인은 직원이 법을 어기지 않도록 주의와 감독을 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면서 "이번 사건과 관련해 두 증권사들은 직원들에 관리·감독 의무를 제대로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수사 과정에서 권희백 한화증권 대표와  김원규 이베스트투자증권의 대표를 소환한 이유다. 

중국 깡통어음 사건과 관련 서울경찰청이 불법을 저지른 관련자 외에도 법인까지 모두 기소의견을 내자, 증권가는 긴장하는 분위기다. 이전까지 금융사에서 사건이 발생하면 1차 조사의 경우 사법당국이 맡기는 했지만, 법인에 책임을 묻는 것은 금융당국이 맡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경찰이 1차 수사단계에서부터 증권사의 대표이사들을 소환하는 등 강력한 모습을 보였고, 이례적으로 법인에도 혐의를 적용하면서 금융투자업체들은 향후 검찰의 수사를 긴장된 모습으로 지켜보고 있다. 

한화투자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이와 관련 "경찰 수사 과정에서 관리감독에 대한 부분을 충분히 설명했다"면서 "향후 검찰 조사 및 재판 과정에서 다시 한번 더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한화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을 믿고 기업어음을 사들였던 국내 증권사들과 이들 증권사들에 투자했던 소비자 및 개인투자자들은 두 증권사의 원론적인 대응에 분통을 터뜨렸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결과만 보면 두 증권사와 비리 직원들로 인해 1600억원에 달하는 국내 자본이 중국으로 유출된 결과가 초래됐다"면서 "어음 판매로 수수료이익만 취했을 텐데도 이번 사고에 대해 개인일탈만 강조하는 것은 신뢰를 생명으로 삼는 금융기관답지 못한 행태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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