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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사자'라던 법원·국세청도 '담합'에 당했다!법원 정보화사업 수사과정에서 국세청 담합 건도 드러나...검찰, 1900억원대 담합혐의로 공무원·업자 등 30명 기소
  • 서종열 기자
  • 승인 2019.07.02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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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지난달 30일 법원과 국세청을 상대로 1900억원대의 입찰 담합비리를 저지른 혐의로 34명을 기소했다. 사진=뉴시스

[민주신문=서종열기자] 법원과 국세청도 결국 담합에는 속수무책이었다. 

검찰은 법원과 국세청의 1900억원대 정보화사업에서 입찰 담합을 저지른 혐의로 전현직 공무원과 기업체 임직원 등 34명을 재판에 넘겼다고 30일 밝혔다. 이중 15명은 구속됐으며, 뇌물, 배임수재, 입찰방해, 변호사법 위반 등의 혐의가 적용됐다. 

강력한 권위를 자랑하는 법원과 국세청의 사업에서도 담합비리가 적발되면서 법조계에서는 공공기관 전반에 대한 입찰담합 비리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법부를 상징하는 법원과 행정부 내 강력한 사정기관인 국세청마저 담합에 휘둘린 만큼 입법-사법-행정 등 3부 산하 공공기관 전체에 대한 다각적인 조사가 필요하다는 관측이다. 

스펙추가·알박기로 입찰 정보 유출 

검찰이 이번 정보화사업 담합비리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배경은 500억원대 법원의 정보사화사업에 대한 입찰 비리 때문이었다.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전자법정 시스템 구축 등과 관련한 내부정보를 유출하고 관련사업을 수주하도록 도움을 준 뒤 7억5000만원대의 뇌물을 수수한 법원행정처 공무원 4명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뇌물), 공무상 비밀누설, 입찰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또한 법원 발주 사업의 수주를 도와준다며 금품을 받은 업계 관계자 5명에 대해서는 변호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법원 내 내부정보를 이용해 입찰에 참여하거나 '들러리'로 담합에 가담한 업체 관계자들 15명을 불구속기소했다. 

검찰 수사에 따르면 이들은 특정 업체에 일감을 몰아주기 위해 특정 스펙을 요구하는 맞춤형 입찰공고를 내는 등 경쟁업체들의 입찰을 방해했다. 가격이 저렴한 국산 실물화상기 대신 500만원대의 수입 제품만을 납품하도록 하는 특별한 요구사항을 공고 사항 내에 추가해 경쟁업체들의 입찰을 막았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이에 대한 대가로 행정처 직원들은 현금 및 상품권을 받거나, 법인카드를 직접 받아 생활비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또다른 담합도 밝혀냈다. 검찰, 경찰, 감사원과 함께 정부 4대 사정기관으로 불리는 국세청에서도 유사한 담합비리가 있었다는 사실을 수사결과 인지했기 때문이다. 

수사팀은 국세청의 홈텍스 시스템 등 1400억원대의 정보화사업 진행과정에서 전산장비 납품 과정에 특정업체를 끼워주는 대가로 14억원의 금품을 받은 대기업출신 K씨 등 6명을 배임수재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거래상대 업체에서 금품을 받은 납품업체 관계자 4명은 배임수재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이들은 국세청이 대규모 사업과정에서 세부원가를 일일이 검증하기 어렵다는 점을 악용해 입찰 전 단계부터 돈을 빼돌릴 업체와 금액을 반영해 원가를 과도하게 부풀리는 방식으로 담합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드러난 규모는 빙산의 일각?

법조계는 이번 담합비리 사건에 대해 경악하는 반응이다. 담합의 규모도 크지만, 4대 사정기관 중 하나와 3부 중 하나인 사법부를 대상으로 한 입찰비리를 저지렀다는 점에서 대규모 수사가 필요하다는 분위기다. 검찰 측 한 관계자는 "이번 수사를 통해 드러난 담합비리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것"이라며 "공공분야 및 공공기관 전반에 대한 수사가 필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현행 법에 따르면 검찰은 입찰 담합 수사를 개시할 수 없다. 전속고발권을 갖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이 있어야 수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여당이 입찰 담합이나 공소시효 1년 미만 사건에 대해 검찰이 수사를 할 수 있도록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마련했지만, 아직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상태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공정위로부터 입찰 담합으로 제재를 담은 사안은 30~40건에 달하는데 이중 절반정도만 검찰에 고발됐다"면서 "전속고발권 때문에 수사를 받지 못하는 담합 사건은 이보다 휠씬 많을 것으로 짐작된다"고 말했다. 

서종열 기자  snikers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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