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입찰 결과 가격차이로 결국 매각 무산된 듯....향후 재매각·본업 복귀·신사업 등 해석 다양

김정주(오른쪽) NXC 대표가 추진했던 국내 최대 게임업체 넥슨의 매각계획이 결국 불발됐다. 사진=뉴시스

[민주신문=서종열기자] 10조원 대어로 불렸던 국내 최대 게임사 넥슨의 매각이 결국 무산됐다. 

창업자인 김정주 NXC(넥슨의 지주사) 대표가 직접 매각을 주도했지만, 10조원+a라는 높은 가격이 결국 걸림돌이 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에 김 대표는 결국 NXC의 지분 매각 계획을 보류키로 결정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24~31일까지 진행된 넥슨 매각 본입찰에는 글로벌 사모펀드를 비롯해 국내 사모펀드들과 대형 게임업체들이 대거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 대표가 예상했던 매각가격을 써낸 곳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 및 넥슨 총수 일가들의 보유 중인 NXC 지분 98.64%의 매각을 보류키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에 김 대표의 향후 움직임이 주목받고 있다. 

매각 계획, 장기전 될까

게임업계에는 김 대표가 넥슨 매각에 다시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13년부터 넥슨을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시켰을 정도로 김 대표의 관심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미 한차례 매각 계획을 발표한 만큼 넥슨의 매각을 재추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매각 대상이 과거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 게임업계 보호를 위해 매각 대상을 주로 국내 업체로 선정한 것과 달리, 재매각 과정에서는 중국과 미국 등 해외 사모펀드들과 게임업체들에 매각 의사를 타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다. 

그러나 엄청난 몸값은 여전히 걸림돌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권에서는 넥슨의 매각 예상가격을 10조원대로 점치고 있는데 반해, 김 대표는 넥슨의 매각 예상가격을 15조원대로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금융권이 넥슨의 몸값을 10조원대로 잡고 있는 것은 현재 넥슨에 새로운 캐시카우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넥슨은 2005년 출시한 '던전앤파이터' 이후 새로운 히트상품은 없는 상태다. 넥슨의 자회사인 네오플이 개발한 '던전앤파이터'는 지난해 매출액만 1조원을 돌파할 정도로 인기게임이지만, 이미 국내에서는 인기가 시들한 상황이다. 실제 지난해 매출액 대부분도 중국에서 나왔다. 

이밖에 새롭게 선보인 '트리하' 등이 주목받고 있지만, 장수게임이 될지는 미지수다. 금융권이 넥슨의 몸값이 고평가됐다고 평가하는 이유다. 

본업으로 복귀할까?

일각에서는 넥슨 매각 불발에 따라 김 대표가 다시 본업에 집중할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장기간에 걸친 매각작업에 피로감을 느끼고 다시 게임업계 맹주로서의 용트림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다. 

국내 최대 대어로 손꼽였던 넥슨 매각 계획은 올해 초부터 거론되기 시작했지만, 업계에서는 이미 지난해부터 움직임이 있었다고 보고 있다. 1년이란 긴 시간동안 매각 작업에 몰두했지만, 결국 매각이 실패하면서 김 대표의 피로감 역시 높아질 것으로 여겨지는 이유다. 

실제 넥슨 매각 작업은 올해 초 공개됐다. 이전까지 비공개로 매각 작업이 진행됐을 수 있다는 의미다. 마땅한 인수자를 찾지 못한 김 대표가 공개 매각으로 전환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4월로 예정됐던 본입찰이 3차례에 걸쳐 연기됐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게임업체들과 문화체육관광부가 넥슨 매각전에 대한 의견을 언론을 통해 흘리면서 부담감도 올라갔다. 국내 최대 게임업체가 해외기업에 매각될 경우 국내 게임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컸기 때문이다. 

이런 피로감에도 결국 넥슨 매각은 불발됐다. 이에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김 대표가 다시 본연의 자리로 돌아가 넥슨의 가치상승에 매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넥슨이 잇따라 신작을 선보이고, 새로운 게임 개발에 나서는 것도 이와 관련된 행보라는 게 업계의 의견이다. 

게임 외에 新사업 나설 수도 

재계에서는 김 대표가 게임 외에 새로운 신사업에 나설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이미 흥미를 잃어 매각까지 진행했던 넥슨 대신 새로운 사업에 진출할 것이란 관측이다.

실제 김 대표는 넥슨 상장 이후 다양한 신사업에 관심을 보여왔다. 2013년 6월에는 레고 중개 플랫폼인 '브릭링크'를 사들였고, 같은 12월에는 유모차 브랜드 '스토케'를 인수했다. 2017년에는 이탈리아 사료업체인 '아그리스'를 759억원에 사들였고, 블록체인 거래 플랫폼 업체인 '코빗'도 매입했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넥슨 창업주인 김 대표는 게임 외에도 블록체인을 비롯해 다양한 신사업에 높은 관심을 보여왔다'면서 "넥슨 매각이 불발된 상황에서 눈을 돌려 아예 새로운 사업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여겨진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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