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잔여지분 3년에 걸쳐 매각 예정...대규모 대기매물 등장에 주가는 하락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이 지난 1월14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열린 우리금융지주 출범식에서 출범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주신문=서종열기자] 정부가 우리금융 민영화 계획을 발표했다. 향후 3년에 걸쳐 보유 중인 잔여 지분을 모두 매각키로 결정한 것. 이에 따라 1997년 외환위기로 인해 투입했던 공적자금을 24년만에 회수하게 됐다. 

정부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년부터 2006년까지 옛 한빛은행(우리은행의 전신) 등 5개 금융기관의 부실을 정리하기 위해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우리금융(당시 우리은행) 지분 100%를 취득하게 됐고, 이후 이 지분을 쪼개 매각했다.

특히 2016년에는 사모펀드와 증권사를 포함한 7개 과점주주들에게 지분을 매각하며 민영화를 위한 단초를 마련했다. 우리금융에 투입된 공적자금은 총 12조8000억원대로 알려졌으며, 이중 11조1404억원(약 87.3%)가 지난달 기준 회수됐다. 

25일 금융위원회 산하 공적자금관리위원회(공자위)는 우리금융지주 잔여지분 매각 방안(로드맵)을 확정했다. 정부가 보유 중인 잔여지분의 매각 방식 뿐 아니라 매각 일정까지 구체적으로 밝혔다. 사실상 우리금융을 민영화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금융위의 발표 이후 금융권에서는 우리금융 잔여 지분 매각방식과 일정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기존 주주들이 정부가 보유한 잔여지분을 매입할 경우 곧바로 우리금융의 최대주주로 올라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어서다.

반면 우리금융의 주가는 이날 소폭 하락했다. 정부가 대규모 보유지분을 매각하겠다는 발표가 있으면서 물량이 넘칠 것(오버행)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3년 내 잔여지분 전량 매각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의 최대주주는 현재 예금보험공사다. 정부는 예보를 통해 우리금융 지분 18.32%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어 국민연금이 8.37%를 보유 중이며, 우리사주조합도 6.39%를 갖고 있다. 과점주주들은 전체 지분의 25.90%를 보유 중이며, 소액주주들이 41.02%를 손에 쥐고 있다. 

금융위가 밝힌 로드맵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부터 2022년까지 3년에 걸쳐 최대 10%를 보유 지분을 매각한다. 국내 투자자들은 물론, 해외 자본도 이 지분을 사들일 수 있다. 또한 기존 과점주주들과 우리금융 경영진과 협의를 통해 새로운 투자자들에게 사외이사 추천권을 부여할 방침이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정부가 밝힌 주당 매각가격이다. 정부는 우리금융 주식을 주당 1만3800원 선에서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이 가격에서 우리금융 지분을 매각할 경우 그동안 투입됐던 공적자금을 모두 회수할 수 있다고 보고 있어서다.

물론 이보다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할 수 있었지만, 매각을 더 용이하게 진행하기 위해 주당 매각가를 잡았다는 게 금융권의 판단이다. 

게다가 이 가격을 고집하지 않고 매각 일정에 맞춰 유동적으로 가격을 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세훈 금융위 구조개선정책은 "민영화 3대 원칙 중 하나가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이지만, 민영화에 따른 금융시장 발전 등의 다른 편익도 있어 매각가격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대규모 물량에 주가는 소폭 하락

민영화 계획이 발표된 우리금융은 올해 초 지주사로 전환했다. 이후 소규모 M&A(인수합병)에 공격적으로 나서면서 금융그룹으로서의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 지난 24일에는 우리은행의 자회사였던 우리카드와 우리종금을 지주 자회사로 편입시켰고, 국제자산신탁도 인수키로 결정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우리금융 민영화 로드맵을 공개하자, 증권가는 기대 반, 우려 반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민영화를 통해 더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줄 경우 주가가 상승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정부가 내놓은 것을 포함해 우리금융의 주식이 대규모로 풀리면서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우리금융은 우리카드를 자회사로 편입하는 대신 대규모 신주를 발행해야 한다. 우리금융은 우리카드 지분 100%를 인수키 위해 우리은행에 우리금융 신주 4210만3000주와 현금 5984억원을 지급키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우리금융의 주식수는 향후 6.19% 증가하고 되고, 주가는 그만큼 희석될 것으로 보인다. 

더 큰 문제는 이 과정에서 발생되는 우리금융 신주다. 현행 지주사법에 따르면 은행은 금융지주사의 지분을 보유할 수 없다. 결국 우리은행은 우리카드 매각을 통해 받는 우리금융 주식을 6개월 내에 다시 매각해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예보를 통해 대규모 지분 매각에 나설 경우 주가는 다시 한번 휘청일 수 있다. 우리금융 지분이 대규모로 시장에 나오게 될 경우 오버행에 따른 물량부담으로 주가가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다. 

증권가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단기적으로 주가하락은 불가피해 보이지만, 우호적 투자자들을 확보할 가능성도 높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정부의 지분 매각과 우리카드 인수에 따른 신주 발행은 결국 시장에 대규모 물량을 유입시키면서 주가를 끌어내릴 수도 있지만, 반대로 은행을 소유하지 않은 금융그룹 입장에서는 이번 기회에 우리금융 인수에도 나설 수 있게 돼 누가 어떤 방식으로 우리금융 지분을 사들이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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