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탄생서 브렉시트까지 학문 경계 넘나들며 통찰한 결과, 역사는 반복
불평등, 포퓰리즘 정치, 지배시스템 위기는 로마제국 멸망 원인과 같아

▲ 김대식 ▲ 21세기북스 ▲ 2만2000원

[민주신문=장윤숙 기자] 21세기를 살아가는데 아직도 고대 로마를 이야기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오늘날 전 세계의 헤게모니는 누가, 언제 쟁취했는가? 그것은 바로 로마 제국이다. 입고 있는 옷을 비롯해 생활공간에서 기술과 정치체제까지, 일상을 둘러싼 대부분은 서양에서 기인했다. 로마 제국은 유럽 문화의 전신이자 오늘날까지 전 인류의 지배자로 군림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2000년 전 로마 제국이 재편한 전 세계의 패권이 아직까지 유지될 수 있었을까? 저자는 30만 년 전 지구에 등장한 호모 사피엔스의 뇌가 그동안 단 한 번도 리모델링되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고 진단한다. 인간이 역사 속에서 늘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로마 멸망 원인은 수없이 많지만 불평등의 심화, 포퓰리즘 정치, 지배 시스템의 위기 등이 꼽힌다. 저자는 이 원인들이 오늘날 세계의 모습과 놀랍도록 닮아 있다고 분석한다. 또 역사상 가장 높은 수준의 부와 과학적 혁신에 심취한 21세기, 현재 직면한 문제에 대한 답은 모두 로마에 있다고 본다.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돼 있고, 로마가 인류 문명의 기원이 된 족적을 좇는 것을 시작으로, 위대했던 제국이 멸망하면서 어떤 인사이트를 남겼는지, 그리고 로마의 흔적은 오늘날까지 어떻게 복원 됐는지, 마지막으로 어떤 유산을 남기는지를 살펴본다.

저자는 영국과 미국이 이어간 로마의 영광이 사그라든 뒤 4차 산업혁명을 바탕으로 팍스 시니카의 시대가 도래할 수 있다고 말한다. 물론 아무도 미래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전 세계의 패권이 요동치고 있는 지금,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역사를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로마는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았고 영원한 제국은 없다. 역사도 언제나 반복된다. 저자는 이것이 제국의 역사를 통해 미래를 대비해야 하는 이유라는 설명이다.

한 독자는 이 책을 읽고 “새로운 시각으로 읽는 로마사”라고 평가했다. 영원한 제국은 불가능하고 모든 제국은 언젠가는 과거의 제국일 수밖에 없지만, 제국을 경험한 자들은 제국의 달콤한 기억에서 깨어나기를 거부한다는 점에서 그렇게 봤다.

이 책은 한 권의 역사책이라기보다 인사이트북 같은 느낌이 든다. 역사적인 사실에 깊이 들어가기보다 역사를 통해 현재를 돌아보고, 거기서 인사이트를 던지기 때문. 특히 세계사 통사 책에서는 잘 볼 수 없는, 흥미로운 지식들이 책 곳곳에 숨어 있다. 저자는 과학과 철학, 예술, 건축을 오가며 역사의 흐름을 꿰뚫아 지적 체험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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