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유통기한 속여 전 국민 60%섭취 가능 봉지 완제품 홈쇼핑 채널 판매돼
다수 홈쇼핑업체 소비자 전달 역할…제2의 백수오 사태로 번질 가능성 농후

사진=뉴시스

[민주신문=허홍국 기자] 홈쇼핑업계가 최근 100억대 불법 견과류 제조업체 적발로 긴장하고 있다. 제2의 백수오 사태로 번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적발된 경기도 소재 한 중소기업이 유통기간 지난 원재료로 만들어진 견과류 봉지 완제품을 홈쇼핑 채널을 통해 판매했다는 것에 후폭풍이 예상된다.

14일 홈쇼핑업계와 경기도 특별사법경찰단,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에 따르면 최근 먹거리와 관련해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났다. 경기도 소재 한 견과류 제조 판매 중소기업이 3년간 유통기간 지난 견과류 제품을 홈쇼핑을 통해 판매해오다 적발됐다는 것. 유통량은 20g 견과류 봉지 완제품 기준으로 3055만봉. 국민 전체 60%가 동시에 섭취가 가능한 양이다.

이 업체가 2016년부터 3년간 유통기한이 지난 원료를 사용해 제품을 생산하거나 유통기한을 허위로 표시하는 등으로 제조한 물량은 623t 규모다. 이를 소매가격으로 환산하면 약 103억원에 이른다.

적발된 내용을 구체적으로 보면 유통기간 경과원료 사용 약 7.1t, 유통기한 변조ㆍ허위표시 약 286t, 원재료 함량 허위표시약 330t, 생산일지 및 원료수불서류 허위작성, 영업등록사항 변경 미신고 등이다.

특히 이 업체는 유통기한이 지난 블루베리를 사용해 견과류 제품을 생산했고, 약 5.5t가량의 블루베리를 아무런 가공 없이 유산균 가공 처리한 것처럼 속여 유통기한을 1년 가량 늘렸다.

또 블루베리가 아로니아보다 약 2배 가량 비싼 원재료인 점을 감안, 블루베리와 아로니아를 똑같이 5:5 비율로 넣는다는 제품에 블루베리를 적게 넣었다. 견과류 특성상 유통기한이 지나도 육안 상 큰 변화가 없는 점을 악용한 경우다.

경기도 특사경은 지난 11일 이 같은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이 업체를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수원지검 여주지청에 송치하고, 관할 자치단체에 행정처분을 의뢰했다.

사진=각사

홈쇼핑업계 초긴장

홈쇼핑업계는 초긴장하며 이 사안을 지켜보고 있다. 불법 제조한 견과류가 홈쇼핑이라는 채널로 유통된 까닭이다. 경기도 특사경은 이미 유통기간이 지난 견과류를 봉지 완제품에 사용한 것을 밝혀내는 동시에 수개의 홈쇼핑업체가 관련 제품을 유통시킨 점도 알아냈다.

관련업계는 이 때문에 ‘제2의 백수오’ 사태를 우려한다. 홈쇼핑 농수산 물론 가공 상품 판매는 MD가 선정하는데, 이 과정에서 품질 등의 자체 검수 과정을 거치게 마련이다. 홈쇼핑업체를 통해 판매되는 상품은 대부분 이 과정을 거쳐 선정되고, 판매된다. 이번 견과류 봉지 완제품도 이 과정을 거쳐 선정됐을 가능성이 높아 ‘백수오 사태와 같이 커질까’ 우려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세계 10대 푸드 중 하나인 블루베리를 포함해 만들어진 견과류 봉지 완제품이 인기를 얻고 있고, 히트 상품 중 하나라는 점에서 홈쇼핑업계에서 대부분 판매될 가능성이 크다. 홈쇼핑업계는 경쟁사에서 처음 판매된 상품이 히트 칠 경우, 일부 홈쇼핑업체를 제외하고 업계 전체적으로 판매되는 경향이 높다. 특히 요즘은 여름철을 앞두고 에어컨과 써클레이터 등 제품이 그렇다.

2015년 벌어진 가짜 백수오 사태도 따지고 보면 백수오가 이 당시 여성 갱년기에 효능이 있다는 입소문을 통해 인기 상품으로 떠오르자 홈쇼핑업계가 일제히 판매했다. 가짜 백수오를 판매했던 업체는 CJ오쇼핑과 GS홈쇼핑, 롯데홈쇼핑과 현대H몰, NS홈쇼핑과 홈앤쇼핑 등 6개 회사였다. 사실상 홈쇼핑업계 전부가 백수오를 유통시켰다.

이와 관련, 한국소비자원은 당시 6개 홈쇼핑사에 소비자 보상에 적극적인 입장을 취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밝혔지만, 홈쇼핑사들은 식약처 조사결과 이엽우피소 혼입이 확인된 원료로 제조된 제품만을 환불할 수 있다는 입장만을 견지했다.

소비자들도 가짜 백수오 사태로 제조사와 판매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지만, 1심과 2심은 제조 및 판매사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대규모 불법 제조된 견과류 유통 사건은 백수오 사태로 번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민주신문 취재결과 여러 홈쇼핑업체를 통해 유통된 것이 확인됐고, 밝혀진 유통량이 상당하다. 또 검찰 조사 결과에 따라 그 물량 역시 늘어날 가능성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블루베리 사진=뉴시스

햅썹 사후 관리 ‘구멍’

이번 적발은 내부 제보가 아니었으면 드러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햅썹(HACCP) 사후 관리에 구멍이 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햅썹은 식품의 유해 요소가 없이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식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식품의약품 안전처 산하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이 규격에 만족하는지 인증하는 제도다. 식품의 원재료부터 제조 가공, 유통 단계의 모든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해 요소를 분석 평가해 인증 여부를 결정한다. 식품안전관리인증원은 햅썹 적합 인정과 갱신 업무를 맡는다.

햅썹 인증 이후에는 식약처가 맡는다. 주무기관은 권역별로 있는 각 지방 식품의약품안전청이 햅썹 인증 이후 식품안전관리업무를 맡아 진행한다. 이 업무는 주로 식품안전관리 불시조사평가로 진행되며, 불시조사평가시 90점에서 95점을 받으면 이 조사 역시 1~2년간 면제된다. 햅썹 인증 취소는 선행요건 관리와 햅썹 관리 평가로 이뤄진다. 이 두 가지 평가 중 하나가 60점 미만이거나 두 번 부적합 평가를 받으면 인증이 취소된다.

문제는 햅썹 인증 때문에 감시의 눈을 피해왔다는 것에 있다. 불법 견과류를 제조한 업체는 햅썹 인증으로 현행법상 법정 의무 기록을 조작해 견과류 원료가 유통기간이 지났는지 알 수 없는 경우였다. 이 업체는 햅썹 인증으로 전용용기에 원재료를 담아 이동해 사업장에서 견과류 봉지 완제품을 제조했다. 이 때문에 견과류 제조 현장에서 불법 여부가 확인돼야 하는데 어려웠다는 게 경기도 특별사법경찰단 관계자의 전언이다. 2010년 적발 때는 사업장에 원재료 박스를 가지고 와 가공했고, 현장 점검을 통해 원료와 생산 제품의 유통기간 상이로 적발됐다고 한다.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제57조 별표 17에는 식품제조ㆍ가공업자 및 식품첨가물제조업자와 그 종업원은 생산 및 작업기록에 관한 서류와 원료의 입고ㆍ출고ㆍ사용에 대한 원료수불 관계서류, 제품 거래기록을 작성해 최종 기재일부터 3년간 보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 경기도 특별사법경찰단 관계자는 “내부 제보가 있었고, 압수수색 영장을 통해 실제적인 서류를 가져와 서류 분석 작업 2~3개월 만에 법정 의무 기록 조작을 알아냈다”며 “햅썹 제도를 악용한 경우로, 불법 제조된 견과류는 여러 홈쇼핑 업체를 통해 판매됐다”고 말했다.

유통량 더 늘어날 수도

현재 이 사안은 수원지검 여주지청으로 송치됐다. 불법 견과류 유통량은 검찰 수사 결과 더 많아 질수 있다. 법적으로 3년간 보관했던 서류로 적발된 양만 이 정도다. 법정 의무 기록 관련 서류가 더 남아 있다면 적발된 것보다 유통량은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경기도 특사경도 이점엔 동의하는 부분이다.

경기도 특사경은 보건범죄특별법 적용해 검찰에 사건을 넘기는 동시에 해당 지자체에도 관련 사안을 통보했다. 물론 불법 견과류를 제조한 업체의 대표 등 3명도 함께 넘겼다.

보건범죄특별법은 보건범죄의 가중처벌 등을 위해 제정한 법률로써 부정식품 및 첨가물, 부정의약품 및 화장품, 부정유독물의 제조나 무면허 의료행위 등의 범죄에 대해 가중처벌 등을 규정하고 있다. 이 법률은 유통기한이 경과한 원료를 사용해 소매가 5천만원 이상의 식품을 제조한 경우 무기 또는 최소 3년 이상 징역이 양형 기준이다.

해당 지자체는 아직까지 통보사항에 대해 공표하지 않은 상태다. 행정처분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지자체는 행정처분을 하게 되면 식품안전나라에 알려주게 돼 있다. 유통기간 지난 것을 보관할 경우 자진 신고 대상인 만큼 이 업체는 영업정지에 해당되는 행정처분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유통된 견과류가 회수 명령을 받을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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