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시신 없어 계획살인 입증 어려울수도...재혼 후 전남편 방문에 불안감 느꼇을 수도 

신상공개가 결정된 '전 남편 살해' 피의자 고유정(36·여)이 7일 오후 제주 동부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진술녹화실로 이동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고씨는 지난달 25일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전 남편인 강모(36)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주신문=서종열기자] "범행동기부터 살해수법가지 그야말로 미스터리하다."

세간을 경악시킨 '제주 전 남편 살해사건'을 지켜본 경찰은 그야말로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피의자 고유정이 남편을 살해하게 된 범행동기부터 살해한 수법 등이 모두 베일에 감춰져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지난 1일 고유정을 긴급체포한 후 지난 11일까지 열흘에 걸쳐 광범위한 수사에 나섰지만, 아직 범행동기와 살해 수법을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피의자인 고유정은 우발적 범행이라고 진술했지만, 수사를 통해 치밀한 계획살인이란 점만 밝혀냈을 뿐이다. 이에 수사를 마무리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도구부터 살해, 훼손까지 치밀한 계획

경찰에 따르면 피의자 고씨는 여전히 우발적 범행이란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고씨는 수사과정에서 "전 남편이 덮치려해 수박을 썰기 위해 들고 있던 흉기를 한두 차례 휘둘렀을 뿐"이라며 진술했다. 하지만 고씨가 살해한 전 남편의 시신은 훼손된채 아직 행방이 오리무중이다. 

살해된 남편의 시신 중 일부는 인천 서구의 한 재활용업체에서 발견됐다. 시신 전부가 아닌 일부로 보이며, 뼛조각 뿐이다. 고열로 소각된 상태인 만큼 시신인지도 아직 확실치 않은 상태다. 경찰은 현장에서 수거한 머리카락의 감정에만 1주일 이상이 소요되며, 뼛조각은 3주가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이 고씨의 범죄를 계획적인 살인이라고 보는 이유는 바로 고씨의 행적 때문이다. 고씨가 범행 전부터 살해방법, 시신 훼손, 흔적을 지우는 세정방법까지 치밀하게 준비했다고 판단하고 있어서다. 

먼저 고씨는 휴대전화로 수면제의 일종인 졸피뎀과 살인 도구의 종류, 시신 훼손 및 유기 방법 등을 검색했다. 이 부분은 경찰이 고씨의 휴대전화를 압수해 디지털포렌식을 거친 결과 드러났다. 

고씨의 행적 역시 수상했다. 지난달 17일 충북 청주의 한 병원에서 졸피뎀 성분의 수면제를 처방받아 인근 약국에서 구입했다. 경찰은 피해자 혈흔에서 졸피뎀 성분이 검출된 점을 감안해, 고씨가 범행에 해당 약물을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튿날인 지난달 18일 배편으로 본인의 차를 제주로 들여오는 과정에서 시신 훼손을 위한 흉기들을 미리 준비했다. 지난달 22일에는 제주시의 한 마트에서 칼과 표백제, 베이킹파우더, 고무장갑, 세제, 대야, 청소용품 등을 구입했다. 지난달 28일에는 여객선을 타고 제주를 떠나면서 새로운 시신훼손 도구들을 경기 김포 소재 가족들의 아파트로 배송시키기도 했다. 

경찰은 일단 완도항 여객선을 탔던 지난달 28일 선상에서 1차로 크기가 작은 시신들을 유기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후 김포시의 아파트로 이동해 남은 시선을 2차로 훼손하고 유기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또한 고씨가 차량을 청주에서 제주까지 가져와 시신을 싣고 되돌아간 점, 범행 현장을 깨끗이 청소한 점, 피해자의 시신을 훼손해 여러 장소에 유기한 점 등을 감안하면 고씨가 치밀한 계획 아래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범행동기·살해방법, 오리무중 

그렇다면 고씨는 왜 전 남편을 죽였을까. 현재 고씨는 범행동기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 경찰은 일부에서 제기된 정신질환 가능성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경찰 일각에서는 고씨가 재혼한 현 남편과 돈독한 사이였고, 완벽한 가정을 꿈꿨다는 점을 근거로 전 남편을 살해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전 남편이 가진 자녀들과의 면접교섭권으로 인해 고씨가 꿈꿨던 완벽한 결혼생활이 깨질 수 있다고 여긴 나머지 전 남편을 살해했을 것이란 추론이다. 

실제 고씨는 지난달 9일 전 남편과 자녀의 첫 면접교섭일이 지정된 후 본인 명의 휴대폰으로 졸피뎀과 니코틴 치사량 등 약·독물을 검색했고, 살해 도구와 시신 훼손 방법 등도 찾아본 것이 드러났다. 

그러나 고씨는 전 남편을 아들과 함께 간 펜션여행 과정에서 살해했다. 당시 아들은 범행이 발생했던 펜션 내에 다른 방에서 게임을 하고 있었다고 고씨는 진술했다. 

고씨가 전 남편을 살해한 방법도 미스터리다. 살해 피의자인 고씨는 160cm에 50kg의 작은 체구였지만, 피해자인 전 남편은 180cn에 뭄무게 80kg로 건장한 남성이었기 때문이다. 

경찰은 일단 피해자 혈은에서 수면제의 일종인 '졸피뎀' 성분이 검출됐다고 국과수의 회신을 받고, 고씨가 범행 전 약물을 사용해 피해자를 무력화시켰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사건 장소인 펜션 내의 비산 혈흔 형태도 이를 뒷받침한다. 펜션 내 혈흔의 행태가 150cn 높이에서 시작해 이후 낮아졌고, 피해자가 도망치는 행태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혈흔에서 공격흔이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며 피해자의 의식이 또렷하지 않았다는 점도 추측이 가능하다. 고씨가 주장했던 전 남편의 성폭행 시도로 인한 우발적 살인이란 진술이 허위로 읽혀지는 대목이다. 

경찰은 일단 사건을 검찰로 송치한 후 보강수사에 나설 계획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시신을 회수하지 못해 계획살인과 관련해서는 입증이 어려울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사건의 실마리는 인천에서 발견된 뻣조각의 감정결과가 나오는 3주 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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