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단협 중단ㆍ정부 소타 위험 주장 근거 미약 판단…파업 지속될 듯

양대 노총 타워크레인노조가 파업을 선언한 그 다음 날인 4일, 서울 용산역 앞 용산국제빌딩 제4구역 센트럴파크 해링턴스퀘어 건설 현장 타워크레인은 멈췄다. 이날 건설 현장에서는 지상 조업만 이뤄졌고, 공기를 좌우하는 골조 작업은 중단됐다. 사진=허홍국 기자

[민주신문=허홍국 기자] ‘우려가 현실로’ 양대 노총 타워크레인 노조 파업 돌입은 예상대로 전국 주요 건설현장을 스톱시켰다.

관련업계는 소형타워크레인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중재를 주문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입장차가 커 여의치 않은 분위기다. 한마디로 시계제로다.

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소속 전국 건설현장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이 지난 3일 오후 5시를 기해 고공농성에 돌입하면서 주요 아파트나 초고층빌딩 등 주요 건설현장 작업이 멈췄다.

타워크레인 골조 작업과 고층빌딩 외벽 작업이 건설 현장에서 중단되면서 공사기간 연장에 따른 비용은 천문학적으로 늘고 있는 추세다. 피해 규모는 공사 현장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하루 당 최소 수천만원 이상 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 더해 일용직 근로자와 주요 현장의 1, 2차 업체들도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현장 작업이 중단되면서 일용직 근로자는 쉬어야 하고, 레미콘 등 자재 납품지연에 따른 피해도 발생한다. 지난 4일 타워크레인이 멈춘 곳은 경찰 추산 558곳. 스톱된 대수는 건설노조 추산 2300대 가량이다.

양대 노총 동시 파업 왜?

이처럼 양대 노총 타워크레인 노조가 처음으로 동시 파업에 나선 주된 이유는 증가하는 소형크레인들 때문. 관련업계가 최근 불법 개조한 소형 크레인들을 현자에 도입하면서 공사장 안전은 물론 대형크레인 기사의 생존권까지 위협받게 됐다는 것이다.

양대 노총은 대형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고, 소형타워크레인 자체 안전성도 떨어진다고 본다. 우선 건설노조가 최근 4년간 산재 발생 건수를 집계한 결과, 총 30건사고 중 7건이 소형타워크레인에 발생했다는 점과 소형타워크레인 구조상 사고 위험성이 크다는 점이 그 이유다.

특히 소형타워크레인 지브는 수 톤인데 반해, 전체 균형을 잡는 웨이트발란스는 10여톤에 불과해 자칫하면 무거운 것을 들어 올리려다 균형을 잃으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이 같은 우려는 서울 도심 등 전국 고층 건물 건설현장이면 볼 수 있는 소형타워크레인 때문에 제기되는 부분이다. 현재 무인(無人) 소형타워크레인은 1808대가 등록된 있는 상황이다.

또 다른 측면에서는 소형타워크레인이 조종석 없이 20시간 교육만 받으면 누구나 조종할 수 있고, 명확한 건설기계 등록 제원 조건도 없다는 점도 사고 위험성을 높인다는 주장이다.

(주)서브원이 시공하는 엘에스케이플러스용산 오피스 신축 공사 현장 타워크레인도 4일 스톱됐다. 이 오피스 공사는 골조가 완성되고 외벽 공사만 남았지만, 오는 8월 23일 공사 만료 시점까지 공사를 끝낼지는 미지수다. 사진=허홍국 기자

업계 피해 확산 우려

관련업계는 양대 노총 타워크레인노조 파업 여파로 피해가 확산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공사 현장 원청 작업이 중단돼 협력업체로 피해가 도미노로 확산되는 상황이 연출될 것이란 예측이다.

피해 규모는 파업이 길어질수록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민주노총 산하 타워크레인노조의 전국 현장만 살펴봐도 이를 짐작하고도 남는다.

파업에 동참하고 있는 주요 공사장을 보면 서울에서는 개포 시영 재건축 삼성물산 현장과 개포 8단지 디에치자이개포 현대건설 현장, 서초무지개 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 GS건설 현장과 고덕 강일 공공주택지구 7단지 화성산업 현장, 장위 7구역 꿈의 숲 아이파크 현대산업개발 현장과 공덕 SK리더뷰 SK건설 현장, 여의도 포스코 현장과 광명 주공 4단지 철산센트럴 푸르지오 재개발 대우건설 현장, 용산국제빌딩 제4구역 센트럴파크 해링턴스퀘어 효성 현장과 마곡지구 9단지 한신공영 현장 등을 꼽을 수 있다.

수도권에서는 주안역 센트레빌 동부건설 현장과 송도타임스페이스 CJ건설 현장, 산곡동 제이타워 3차 지식산업센터 태영건설 현장과 검단 금호어울림 센트럴 금호건설 현장, 시흥 대야동 두산건설 현장과 과천 갈현동지식정보타운 대우건설 현장, 성남 신흥지구 현대산업개발 현장과 평택 고덕 코오롱건설 현장, 안성 공도 스타필드 신세계건설 현장과 화성 송산 그린시티 대방건설 현장, 안양 소곡지구 GS건설 현장과 화성 송산 모아미래도 현장 등이 꼽힌다.

지방에서는 전주 평화동 골드클래스 2, 3차 현장과 전주 에코시티 3블럭 데시앙 태영건설 현장, 군산 역세권 풍경채 제일건설 현장과 광주 동구 계림동 호반건설 현장, 전남 화순 현대엔지니어링 현장과 광주 서구 차평동 유탑건설 현장, 나주 혁신도시 부영아파트 신축공사 현장과 전남 목포 용해동 광신종합건설 현장, 대구 북구 연경동 대광건영 현장과 경북 구미 삼호건설 현장, 대구 북구 연경동 쌍용건설 현장과 달서 봉덕동 영무건설 현장, 경북 경산 중산동 코오롱건설 현장과 대구 달성 구지 3차 영무산업개발 현장, 부산 서구 대신 푸르지오 2차 대우건설 현장과 울산 송정 A-28블럭 삼환기업 현장 등이 타워크레인 파업에 참여 중이다.

엘에스케이플러스용산 오피스 신축 공사 현장. 사진=허홍국 기자

빠른 조정 기대하지만…

관련업계는 속앓이 하면서도 빠른 조정이 이뤄지기를 바라고 있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민주신문과 전화통화에서 “정부가 빨리 조정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런 발언은 팽팽히 맞선 상태가 지속될수록 원청은 물론 협력업체 피해도 증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타워크레인 노사는 올해 임단협에서 임금인상, 고용 안정, 하계 휴가, 휴게실 설치 등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어 파업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한국타워크레인임대협동조합은 임금 동결 입장이면서 노조 요구사항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어 현재로선 빠른 조정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에 앞서 중앙노동위는 지난달 한국노총 산하 한국타워크레인조종사노동조합 갑신렌탈(주) 등 98개사와 민주노총 산하 한국건설노동조합 산하 (주) 가교기업 등 100개사의 노동쟁의 조정신청에 노사 간 입장 차가 커 조정 실패를 선언했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타워크레인분과위원회는 ‘2019 총파업 쟁의행위를 찬반 투표에 부쳐 재적조합원 대비 59.63% 찬성으로 가결시켰고, 지난 3일 늦은 오후부터 총파업에 돌입한 상태다.

여기에 양대 노총 타워크레인노조 요구 조건인 소형타워크레인 규제도 위험하다는 주장의 근거가 없어 받아들이기 어려운 분위기다.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소형 타워크레인 퇴출은 현실적으로 어렵고, 강화된 안전 대책을 이달 말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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