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 대응 천명 대리인 선임 완료…기술 빼가기 의혹 법정공방 불가피

사진=민주신문DB

[민주신문=허홍국 기자]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자동차 배터리 기술 영업비밀 침해 소송’ 제기에 손해배상 소(訴)로 맞대응하기로 가닥을 잡으면서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이번 반격은 지난 4월 말 LG화학 측이 미 ITC와 현지 법원에 인력 빼가기를 통한 기술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제기한 지 한 달여 만이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자동차 배터리시장 점유율 1위 LG화학과 10위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기술 유출 의혹을 놓고 정면충돌로 치닫고 있다.

지난 2일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의 인력과 기술 유출 의혹 제기에 ‘참을만큼 참았다’며 손해배상 소송에 나서기로 공식적인 입장을 정리한 것.

소송은 명예훼손과 사업 지연 등에 따른 손해배상으로, 국내 법원에 관련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현재 미국에서는 로펌 코빙턴앤드벌링을, 국내에서는 법무법인 화우를 선임한 상태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4월 말 LG화학 측이 미 현지 법원 등에 소송을 제기할 당시 경력자 채용은 정당하고 공정하게 했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LG화학 기술 유출 입장 확고

LG화학 입장은 확고하다. 최근 2년간 자동차배터리 등 전지사업본부 연구개발, 생산, 품질관리, 구매, 영업 등 전 분야에서 76명의 인력을 빼가면서 관련 기술도 함께 유출해 갔다는 주장이다.

특히 이직 인력 중에서는 LG화학이 특정 자동차업체와 진행 중인 차세대 전기차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직원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LG화학은 지난 4월 29일(현지시간)ITC와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을 ‘영업비밀 침해’로 전격 제소했다.

ITC에는 SK이노베이션의 셀, 팩, 샘플 등의 미국 내 수입 전면 금지를, SK이노베이션 미 현지 법인 소재지인 델라웨어 지방법원엔 영업비밀침해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각각 제기했다.

SK이노베이션 “근거없는 발목잡기”

그 동안 말을 아꼈던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 측에 강력 대응을 천명하고 본격적인 소송 전에 돌입한 모습이다.

SK이노베이션은 최근 “경쟁사(LG화학)의 근거 없는 발목 잡기가 계속된다면 고객, 구성원, 사업가치, 생태계 발전과 국익 보호 등 5대 영업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수차례 강조해왔다”며 “여기에는 법적인 조치도 당연히 포함돼 있다”고 밝혀 법적 대응을 내비쳤다.

다만,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며 경쟁사 측에 비난을 멈추기를 당부했다. 이미 SK이노베이션은 국내외에서 이번 사안 법적 소송을 대리할 로펌을 선임해 놓은 상황이다.

사진=LG화학

제기된 의혹 법정공방 불가피

제기된 의혹은 법정공방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양측 견해가 상반된 입장으로 확고한 만큼 전기차 배터리 핵심 기술인 2차 전지 관련 기술 유출 여부는 미 법정에서 가려질 공산이 크다.

일각에서는 국내 대기업 간 분쟁으로 지난해 글로벌 배터리 시장 점유율 1위 중국 배터리 기업 CATL와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 BYD, 일본 파나소닉 등에게 좋은 일만 시키는 일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편, ‘제2의 반도체’ ‘친환경차의 쌀’로 불리는 전기차 배터리 산업은 글로벌 친환경 정책에 따라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SNE 리서치가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EV, PHEV, HEV) 탑재 배터리 사용량을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세계 10위권 내 한국 기업은 LG화학과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3곳이다.

LG화학은 14.5% 시장점유율로 세계 4위, 삼성 SDI는 7.6%로 세계 6위, SK이노베이션은 1.1%로 세계 10위에 각각 랭크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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