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섹슈얼 부상


 

대한민국 남자들이 예뻐지고 있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화려하게 치장한 남자들이 거리를 활보하고, 영화와 TV에서는 ‘여자보다 더 예쁜’ 남자 연예인들이 종횡무진 인기 가도를 달리고 있다.

이들은 패션과 외모에 관심이 많아 자신을 가꾸던 ‘메트로섹슈얼’을 넘어 아예 여성들의 의상이나 머리스타일, 액세서리 등을 하나의 패션 코드쯤으로 생각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추세를 ‘크로스섹슈얼’이라고 일컬었으며, 이러한 ‘여성화’ 현상은 일반인에게까지 전이돼 ‘여성 패션’ 열풍을 몰고 왔다.

2006년 새로운 남성 패션 트렌드로 급부상한 ‘크로스섹슈얼’에 대해 알아본다.

2006년 남성들의 코드는 ‘미스터 뷰티’다. 패션과 외모에 관심을 가지고 자신을 가꾸는 남자 ‘메트로섹슈얼(2004)’, 거친 듯하면서도 부드러운 남자 ‘위버섹슈얼(2005)’에 이어 2006년 새로운 남성 패션 트렌드로 자리잡은 것은 ‘크로스섹슈얼’이다.

크로스섹슈얼이란 단순한 외모 가꾸기를 넘어 여성들의 전유물이었던 액세서리, 의상, 헤어스타일, 화장까지 하는 남성들을 일컫는다. 이들의 특징은 말투와 행동은 남성답지만 외모에 있어서는 여성스러운 취향을 숨기지 않는 것이다.

‘여성’을 입는다

영화 ‘왕의 남자’에서 여장 광대 ‘공길’ 역을 맡은 신인 배우 이준기(24), 콘서트장에서 이효리의 복장을 하고 나왔던 가수 장우혁(28), 12인조 댄스그룹 슈퍼주니어의 멤버 김희철(23) 등이 대표적인 크로스섹슈얼로 꼽힌다.

과거 영화, 드라마, 뮤직비디오 등에 간간이 모습을 비췄던 이준기는 그다지 눈에 ‘확’ 띄는 배우는 아니었다. 하지만 영화 ‘왕의 남자’에서 고운 선이 돋보이는 얼굴, 크진 않지만 섬세한 눈, 비단보다 고운 머릿결 등 여성스러움이 돋보인 공길 역 이후 일약 스타로 발돋움했다.

또 지난해 12월 말 콘서트를 가진 가수 장우혁에게는 새해 벽두부터 ‘장효리’라는 별명이 붙었다. 그가 콘서트 도중 이효리 복장을 하고 등장해 ‘10 Minutes’를 섹시한 춤과 함께 멋들어지게 불렀기 때문이다.

이날 장우혁은 “평소 남성적인 이미지가 강해 여성적인 모습으로 변신해 보고 싶었다”며 “과거와 달리 ‘여성스럽다’는 표현이 남성에게 나쁜 것이 아니”라고 말해 요즘 추세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김희철 또한 겉으로 봐선 여성인지 남성인지 구별할 수 없는 빼어난 외모를 자랑한다.
그는 종종 방송에서 “나는 꽃무늬 바지와 분홍색을 사랑한다”면서 “신데렐라로 불러달라”고 요구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때문에 그의 대표 팬카페 이름은 ‘신데렐라 김희철’이다.

남자야? 여자야?

이러한 스타들의 ‘여성화’ 현상은 일반 남성들에게까지 전이돼 ‘예쁜 남자’로 만들어 주는 상품이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서울 연세대학교 앞 S미용실에 근무하는 이정미(26)씨는 “최근 미용실을 찾는 남자 손님들은 단발형 머리에 숱을 많이 쳐 가볍게 세팅파마를 하거나 부드러움이 돋보이는 헤어스타일을 선호한다”며 “모 대학 남학생은 매일 아침 미용실을 찾아와 드라이를 하고 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크로스섹슈얼의 영향으로 패션에 눈뜬 남자들을 잡기 위한 노력은 속옷업체들도 예외는 아니다.

러닝 삼각팬티 트렁크 등이 주를 이루던 남성속옷에 일명 ‘남성용 거들’이라고 불리는 드로즈(몸에 착 달라붙는 사각팬티), T팬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의 속옷이 등장했다.
색상도 기존의 하양·검정·회색·남색에서 파랑·분홍·빨강 등으로 다양해졌고, 여기에 망사·자수·큐빅 등으로 화려하게 디자인을 마무리했다.

이 밖에 남성 전용 주름개선제·모공관리제·미백제와 노화 방지 제품, 파운데이션 효과를 내는 로션에 이르기까지 화장품 업계들도 발빠르게 움직여 외모에 신경 쓰는 남자들 ‘덕’을 톡톡히 봤다.

화장품 직매장을 운영하는 이선희(34)씨는 “하루에 200여명의 손님들이 매장을 찾는데 그 중 25%가량은 젊은 남성분들”이라며 “여자친구의 손에 이끌려 오는 손님도 있지만 혼자서 당당하게 들어오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피부관리를 받는 남자도 꾸준히 늘고 있다. 요즘 스킨케어숍을 찾는 손님 5명 중 1명이 남자들이라는 게 관련업계의 분석이다. 이곳을 찾은 남자는 주름개선과 각질제거 등 예뻐지기 위해 1~2시간 꼼짝없이 누워 갑갑함을 견뎌낸다.

대학에서 사회과학을 전공하는 배모(27)씨는 아침마다 분주하다. 머리 모양내기와 옷 고르기, 화장하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 때문이다.

아침에 일어나 샤워를 마치면 그는 스킨, 로션, 에센스, 아이크림 등 무려 5가지를 발라야 화장이 끝난다. 잠들기 전에는 2가지가 더 추가된다는 것이 배씨의 설명이다. 또 간간이 눈썹을 다듬어 주는 것도 잊지 않는다.

배씨의 헤어스타일은 단발형에 가까운 긴 생 머리로 자칫 무거워 보일 수 있으나 머리카락 끝 부분을 숱 쳐 문제점을 커버했다. 그는 매일 아침 스타일링기구로 머리를 말아 올린 뒤 왁스를 발라주거나 헤어스프레이를 가볍게 뿌려 스타일을 고정시켜준다.

옷 고르기에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는 배씨는 “하루는 급히 나오는 바람에 옷과 신발이 어울리지 않아 신경이 많이 쓰였다”며 “지하철을 타고 약속 장소로 가는 시간 내내 옷과 어울리지 않는 신발이 눈에 거슬려 결국은 집으로 돌아가 신발을 갈아 신고 택시를 타고 약속 장소로 갔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장에 대해 문화평론가들은 ▲성의 욕망 표출이 자연스럽게 허용되는 사회 분위기 ▲불투명한 미래에 직면한 청년들의 반감 표출 ▲터프하지 않고 아름다운 이미지를 지향하는 새로운 형태의 고급 소비 트렌드 등과 관련 있다고 분석했다.
박지영 기자
pjy0925@naver.com

성인남성 10명 중 8명 “외모관리 받고 싶다”

성인 남성 10명 중 8명은 외모관리를 받아 보고 싶어하는 것으로 조사돼 이목이 집중된다. 구체적으로 이들은 옷차림 등 패션 쪽에 큰 관심을 보였다.

온라인 취업사이트 사람인과 전문 헤드헌팅업체 스카우트코리아가 지난 1월 23일 성인 남성 667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외모관리를 받아 본 경험이 있는 남성이 전체의 24.3%를 차지했다. 경험이 없는 사람 중 ‘외모관리를 받고 싶다’고 답한 응답자 또한 80.2%나 됐다.

가장 받고 싶은 관리로는 ‘옷차림, 매너, 표정 등 스타일 관리’가 32.3%로 1위를 차지했으며, ‘마사지, 팩, 각질제거 등 피부 관리’가 26.4%로 뒤를 이었다. ‘다이어트, 근육강화 등 체형 관리’ 또한 21.2%로 많은 성인 남성들이 ‘몸짱’이 되길 원했다.

외모관리를 받아 보고 싶은 이유로는 ‘자신감 회복(39%)’, ‘자기만족(38.8%)’, ‘건강을 위해(10.4%)’, ‘취업을 위해(5.8%)’ 순이었다.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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