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만 회장 소유 라이크기획에 매년 약100억 지급...KB자산 등 행동주의 펀드 요구에 황급히 '배당검토' 나서

2000년 상장 이후 20여년 동안 단 한번도 배당을 하지 않았던 SM엔터테인먼트가 지난달 30일 행동주의 펀드들의 지배구조 개선 요구에 황급히 '주주환원 정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사진=다음거리뷰

[민주신문=서종열기자] SM엔터테인먼트가 정말로 배당을 할까?

2000년 상장 이후 약 20여년 동안 단 한번도 배당에 나서지 않았던 SM엔터가 주주환원 정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KB자산운용 등 행동주의 펀드들이 SM엔터에 지배구조 개선 및 기업가치 증대를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행동주의 펀드들이 문제로 삼은 것은 바로 SM엔터의 관계사인 라이크기획이다. SM엔터는 이수만 회장이 소유하고 있는 라이크기획에 매년 100억원 상당의 비용을 자문료 형식으로 지급하고 있다. 이에 행동주의 펀드들은 해당 회사를 흡수합병하거나, 자문료 지급 배경을 설명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상당한 지분을 보유한 행동주의 펀드들이 액션을 취하자 SM엔터는 당혹해하는 반응이다. 곧바로 주주환원 정책에 나서겠다고 배당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의 중심 '라이크기획'

SM엔터는 매년 창업자인 이수만 회장의 라이크기획에 자문료 명목으로 이익의 상당부분을 지급해왔다. 지난 10년간 SM엔터가 라이크기획에 지급한 자문료만 무려 816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SM엔터는 단 한번도 주주들에게 배당을 한 적이 없다. 

공격의 포문은 행동주의 펀드로 잘 알려진 KB자산운용이 맡았다. KB자산운용은 SM엔터에 라이크기획에 지급하는 자문료에 대한 소명과 개선을 요구하는 공개 주주서한을 보낼 계획이라고 밝힌 것. 현재 KB자산운용은 SM엔터 지분 6.59%를 보유하고 있는 주요 주주다. 과거 KB자산운용는 광주신세계 등 다른 대기업들에게도 공개 주주서한을 보내 배당확대 및 경영개선을 요구해 관철시킨 바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SM엔터의 또다른 주요주주인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5.06%)도 KB자산운용과 뜻을 같이 하기로 결정했다. 

SM엔터에 투자한 주요주주들이 대거 KB자산운용의 움직임에 합류하자 SM엔터는 곧바로 지난달 30일 공식입장을 발표했다. "주주가치 증대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수립하겠다"고 밝힌 것. 증권가에서는 SM엔터가 배당과 자사주매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M엔터를 창업한 이수만 회장. 이 회장이 소유한 라이크기획은 SM엔터로부터 매년 수십억원대의 자문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뉴시스

그러나 논란의 발단이 된 '라이크기획'에 대해서는 아무런 답도 내놓지 않았다. SM엔터는 "라이크기획과의 계약을 '일감 몰아주기'에 해당되지 않으며 법률적인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법적인 문제는 없지만...

증권가에서는 주주환원 정책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SM엔터가 라이크기획에 대해서는 완강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과 관련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투자사 관계자는 "SM엔터가 라이크기획에 굳이 매년 수십억원의 자문료를 지불해야 할 상황이라면 아예 흡수합병하거나 비용구조를 공개하면 된다"며 "내부거래로 의심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굳이 거래를 지속하겠다는 뉘앙스를 밝히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법조계에서는 SM엔터의 이 같은 자신감이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피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SM엔터가 일감몰아주기 규제가 적용되는 대기업집단이 아니기 때문에 사익편취 규제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의 직권조사를 통해 공정경쟁법을 적용할 경우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증권사들은 일단 SM엔터의 주가를 상향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SM엔터가 '주주환원정책 검토'에 나서겠다고 밝힌 이후 배당 및 자사주 매입에 나설 수 있다고 보고 있어서다. 기관투자자들 역시 SM엔터 지분을 사들이면서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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