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웅할거’ 육룡이 나르샤..여권 차기 대선판 뒤 흔든다

18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고 노무현 대통령 서거 10주기 시민문화제에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토크콘서트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유시민 정치 복귀 손사래 칠수록 몸값 상종가, 양정철 등 친문 핵심도 ‘군불떼기’
전통 강자 박원순, 종로 1번지 승부수 임종석, 불모지서 외연 확대 김부겸도 주목
무죄 판결 이재명 “큰 길 가겠다”, 친노 적자 김경수 법원 판결 따라 운신 폭 갈려    

[민주신문=강인범 기자] 정치의 궁극적 목표는 민심을 얻어 정권 재창출 하는 데 있다. 2017년 5월 9일 대한민국의 19대 대통령으로 선출된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는 이제 2년을 지난 3년차에 접어든 상황이다.  
시기상조일 수 있지만 여권의 차기 대선 구도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다. 20대 대선은 2022년 3월로 예정돼 있다. 지난 대선에서 진보진영은 '문재인'이라는 압도적 지지율을 보인 인물이 있었지만 차기 구도는 총선 결과 등 정치 일정 등을 감안하더라도 현재로서는 시계제로다.
다만 다양한 스펙트럼들의 주자들이 대거 무대에 올라 선의의 경쟁을 벌이는 그림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현재 야권의 유력주자로 꼽히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대항마가 누가 될지 관심이 모아지는 가운데 이낙연 이재명 유시민 박원순 김부겸 임종석 김경수 등 여권의 차기 대권 잠룡으로 불리는 인물들의 기상도를 짚어봤다.

23일 경남 진해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사저에서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이낙연 국무총리와 인사하고 있다. (사진=노무현재단 제공)

여권의 대권잠룡 구도는 한마디로 ‘군웅할거’다. 1강 구도를 놓고 ‘도전자’로 불리는 인사들이 즐비한 것이 아니라 각기 저마다의 강점과 색깔을 가지고 대권레이스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꾸준히 상위권에 랭크돼 있는 상황이지만 대중성 및 그간의 정치활동 향후 정치적 보폭 확대로 주목받는 인사도 다수인 상태.  

이 총리의 가장 큰 장점은 안정감이다. 행정부의 2인자인 총리직을 수행하면서 정치적 무게감은 더욱 높아진 모습이다. 대정부질문 등에게 야권의 파상공세를 허를 찌르는 달변으로 선방하면서 존재감을 굳히고 있다. 새해 들어 강화된 민생·경제 살리기 행보도 공을 들이고 있다. 이 총리는 지난달 인천신항,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LG생활건강 청주사업장, 현대차 기술연구소 등 산업 현장을 찾았다. 서민경제 시찰을 위한 전통시장 방문 및 경제계 인사와의 회동도 계속 이어가고 있다.
여권에 대한 쓴소리를 통해 내각 군기반장으로 통하는 이 총리는 최근 당·청에도 쓴 소리를 하고 있다. 이 총리는 손혜원 의원 투기 의혹과 관련해 "잘못이 있다면 법적 대처를 해야 한다"고 말했고, 청와대 특별감찰반 민간인 사찰 의혹 및 군 인사자료 분실 사건에 대해서는 "그런 일들 자체가 더 긴장해야 된다는 경종"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당·청에 대한 실망은 총리에 대한 평가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는 점은 숙명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부분으로 핸디캡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선수 보다 인기 많은 응원단장”

올해 초만 해도 차기 유력주자로 꼽힌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력 사건을 비롯 이재명 경기지사는 친형 강제 입원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 김경수 경남지사는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으로 수렁에 빠지면서 '잠룡 잔혹사'가 정치권에 회자됐다. 한동안 뚜렷한 '인물'이 없다는 볼멘소리가 나왔지만, 최근 들어 다양한 스펙트럼의 후보들이 속속 존재감을 키워가는 모습이다.
가장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는 이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다. 본인은 “선거에 나설 일도 공직을 맡을 일도 없다’며 정치 참여에 손사래를 치고 있지만 최근 정치권으로 복귀한 친문실세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을 비롯해 진보개혁벨트의 정권 재창출을 위해 유 이사장의 역할론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이지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친문 핵심의 이런 발언들을 두고 유 이사장의 정치복귀를 ‘바람’ 차원이 아닌 ‘수순’으로 이해하는 기류도 다분하다.
정치 9단으로 불리는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유 이사장이 최근 대통령 안 나온다고 했는데 나오면 어쩌냐? 그러면 욕해라! 이렇게 말하더니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의 ‘노무현 정부에서 벼슬(장관)을 했으니 헌신하라’는 질문에는 ‘자기 머리는 자기가 못 깎는 거다’고 답했다. 그 발언이 정치를 하는 쪽으로, 대통령 후보가 되는 쪽으로 진전시키고 있다”고도 진단했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유 이사장의 대선 출마 가능성에 대해 "본인은 안 나간다고 이야기하고 응원단장의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고 하지만, 응원단장이 너무 인기가 많다"며 "선수로 뛸 건지, 응원단장으로 남을 건지는 좀 더 지켜봐야 된다”고 전망했다.
여기에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행정을 책임지는 서울시장에서 3선 고지에 성공한 박원순 서울시장도 '유력 주자'로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박 시장은 최근 CBS 라디오에서 '좌파는 돈 한번 제대로 벌어본 적 없다'는 황 대표의 최근 발언에 대해 "좌파, 우파 이렇게 싸움을 거는 것조차도 옛날 해방 직후에나 있었던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황 대표가 나보다 약간 후배이기는 하지만 경기고를 같이 나왔고, 검사도 했기 때문에 출발은 비슷했다고 볼 수 있다"며 "그 후의 삶은 완전히 정반대였다"고 차별화 했다.
박 시장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다른 대권 주자들보다 자신의 지지율이 낮게 나타나는 데 대해선 "연예인들의 인기투표 같은 것은 아니지 않나. 국민이 다 잘 알고 계신다고 생각한다.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는 말로 대권을 향한 ‘꿈’이 현재진행형 임을 시사했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최근 종로로 거주지를 옮기겠다는 의사를 밝혀, 내년 총선에서 노무현 이명박 두명의 대통령을 배출한 '정치 1번지'에 도전장을 던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지역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출마 가능성 까지 거론되면서 야권의 유력 주자와의 승패 여하에 따라 정치적 무게감 또한 레벨 업 될 수 있는 기회로 자리잡고 있다.
여권의 불모지로 꼽히는 대구 지역 총선에서 승리한 김부겸 의원은 행정안전부 장관 임기를 마치고 당으로 돌아와 여의도와 대구를 오가며 보폭을 넓히고 있다. 다만 임종석 전 실장과 김부겸 장관의 경우 ‘체급을 더 올려 차차기를 노릴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직권남용·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경기지사가 16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서 열린 선고 공판을 마치고 지지자들을 바라보고 있다. 이날 1심 재판부는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사진=뉴시스

이재명, 무죄 판결로 기사회생

김경수 경남지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을 넘어 당내 최대 계파인 '친문의 적자'라는 이미지를 굳혔다. 초선 의원이지만 전국구급 인지도를 확보,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드루킹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한국당의 김태호 후보를 이기고 경남지사 자리를 차지헀다.  
김 지사는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으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항소심 재판 도중 재판부의 보석 허가로 잠시 풀려나 있기는 하지만 상급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지 않을 경우 지사직이 박탈될 위기에 처해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도 기사회생한 형국이다. 직권남용과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던 이 경기지사는 검찰이 지사직 상실 형량을 구형하면서 코너에 몰리는 듯 했지만 법원이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리면서 시련을 극복해 나가는 인물로 재평가 되는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상황.
이 지사는 지난 16일 1심 선고공판이 끝난 뒤 "지금까지 먼 길 함께 해주신 우리 동지들, 지지자 여러분 앞으로도 서로 함께 손잡고 큰 길로 계속 함께 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지자들에게 '큰 길'을 언급한 것을 두고 대선가도에 뛰어들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됐다.
이 지사는 소년공 출신 기초단체장이라는 '자수성가' 스토리에 무상급식과 청년수당 등 진보적인 시정 운영 등이 더해지면서 지지도가 급상승, 대권주자의 반열에 오른 인물이다. 이른바 '여배우 스캔들'과 '혜경궁 김씨 트위터 의혹', '조폭 연루설' 등으로 연이어 악재를 만나기도 했다.
지난달 22~26일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51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야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 ±2.0%p·응답률 6.0%·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이 지사는 7.2%의 지지율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22.2%), 이낙연 국무총리(19.1%),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11.0%)에 이은 4위에 올라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민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