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위, 장자연 리스트는 규명은 결국 실패...조선일보 외압은 확인됐지만 재수사는 어려워

배우였던 故장자연씨의 생전 모습. 사진=뉴시스

[민주신문=서종열기자] 의혹과 외압은 확인했지만, 재수사 권고는 어렵다?

13개월을 끌어왔던 故장자연 사건에 대한 법무부 과거사위원회의 진상조사단이 지난 20일 결국 반쪽자리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핵심 사안이었던 '리스트'의 존재 여부와 의혹은 결국 해소되지 못해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다. 

20일 법무부 산하 과거사위는 회의를 열고 故장자연 사건의 최종심의 결과를 발표했다. 故장자연씨는 2009년 3월 기업인과 유력 언론사 관계자, 연예계 관계자 등에게 성접대를 강요받고 이를 폭로한 문건을 남긴 후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이후 그녀가 남긴 이른바 '장자연리스트'가 존재한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이에 법무부 산하 과거사위는 10년 전의 사건을 다시 재조사했고, 20일 최종 결과를 공개했다. 

13개월의 조사, 반쪽짜리 결론

해당 사건은 2018년 6월 서울중앙지검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하면서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수사 초기만 해도 10여년이 다된 사건이지만, 여러 의혹이 난무했던 만큼 사건이 잘 해결되리라는 기대감도 높았다.

특히 故장자연씨의 동료배우였던 윤지오씨가 자신의 얼굴과 실명을 공개하면서 직접 증언에 나서 세간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그러나 13개월간에 걸친 수사 결과는 결국 반쪽짜리였다. 진상조사단은 故장자연씨가 친필로 쓴 자신의 피해사례 문서를 대체로 사실로 인정하면서도 의혹이 집중됐던 '리스트'의 존재에 대해서는 진상 규명이 불가능하다고 결론 냈다. 의혹은 있지만 재수사권고는 할 수 없다는 결과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소득이 아예 없던 것은 아니다. 진상조사단은 모 언론사의 외압과 수사방해 행위가 있었다는 정황을 밝혀냈다. 과거사위는 수사 과정에서 모 언론사 대표와 사주 일가의 대한 수사과정에서 '봐주기' 특혜가 있었고, 언론사 소속 기자들과 간부들이 경찰 수뇌부를 상대로 압력을 행사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반면 신변 위협에도 증인으로 나섰던 동료배우 윤지오씨의 추가 증언은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논란이 일었다. 리스트의 존재에 대해 윤지오씨를 제외한 다른 인물들이 모두 "리스트는 없다"고 진술하면서 증언의 신빙성 논란이 일었기 때문이다. 

결국 과거사위는 공소시효가 남아 처벌이 가능이 특수강간이나 강간치상 혐의에 대해서는 "수사에 즉각 착수할 정도로 충분한 사실과 증거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다만 장씨의 소속사 대표였던 김모씨가 과거 이종걸 의원의 명예훼손 사건에서 위증한 혐의에 대해서만 수사를 개시하라고 권고했다. 

故장자연씨씨의 자살사건과 관련 의혹이 제기되면서 검찰은 과거사위원회를 열고, 해당 사건을 재수사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동료였던 배우 윤지오씨가 해외에서 귀국해 증언을 쏟아냈지만, 결국 재수사는 무산됐다. 사진-뉴시스

최종결과 발표 이후 불거진 내부갈등 

과거사위의 故장자연 사건 재수사는 오히려 새로운 갈등도 낳았다. 진상조사단 내부에서 발표된 최종결과를 놓고 이견이 있었다는 발언이 나왔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진상조사단에서 총괄팀장을 맡았던 김영희 변호사다. 김 변호사는 SNS를 통해 "너무도 참담하고 비통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20일 출연한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서는 "故장자연 사건 조사팀의 조사 결과에서 소수 의견에 불과했던 검사들의 의견을 위원회가 이례적으로 대부분 결론으로 채택했다"면서 "다수 의견은 묵살되는 결과가 나왔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김 변호사는 "과거사 조사단은 독립성과 공정성이 우선이기 때문에 외부단원이 중심이고, 내부단원인 검사들은 보조역할이었다"고 덧붙였다. 특히 다른 프로그램에서는 "일부 검사들이 조사단의 활동을 방해하고, 결과를 축소하는데 많은 역할을 했다고 보고 있다"며 폭탄발언을 하기도 했다. 

함께 조사단에 참여했던 조기영 전북대 법학대 교수 역시 라디오에 출연해 "조사단의 조사방식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수사기관이 조사를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다수였다"고 거들었다. 

그러나 김 변호사의 주장을 반박하는 의견도 있다. 김학의 전 차관의 '별장 성범죄' 사건 의혹을 조사했던 박준영 변호사는 SNS를 통해 "외부단원들이 내부 단원인 검사들을 비판하고 있다"면서 "내부 사정을 감안하면 무책임한 비판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외부단원들은 상근 근무자가 아니다. 본업을 하면서 조사단 업무를 병행하고 있다"면서 "외부단원 다수가 동조한 의견이라고 해서 객관적이고 합리적이라고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과정이 어찌됐던 故장자연씨 사건은 다시 의혹만을 남기게 됐다. 과거사위의 조사결과가 결국 의혹은 있지만, 재수사를 권고할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와 관련 21일 열린 제20회 국무회의에서 이례적으로 "검찰과 경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걸려 있었지만 신뢰를 회복하는데 성공하지 못했거나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몸시 안타깝다"고 쓴소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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