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전 경찰청장 구속에 현 서울청장 내사...경찰, 김수남 전 검찰총장에 강제수사로 맞불

검경 수사권 조정을 놓고 검찰과 경찰이 날쌘 대립각을 펴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왼쪽은 문무일 검찰총장, 오른쪽은 민갑룡 경찰청장 사진=뉴시스

[민주신문=서종열기자] 수사권 조정을 놓고 검찰과 경찰의 샅바싸움이 점입가경이다. 

양대 수사기관인 두 기관이 서로 전현직 지휘부를 수사대상에 올리면서 이제는 수사권조정이 아닌 자존심 대결로 치닫고 있다. 이에 사법기관 내부에서도조차 진흙탕 싸움이 되고 있다는 자조섞인 비판이 나올 정도다. 

검찰과 경찰의 '맞불 수사'가 시작된 것은 지난 10일부터다. 검찰이 박근혜 정부 시절 정보경찰을 활용해 '친박' 진영에 맞춤형 선거 정보를 수집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로 강신명·이철성 전 경찰청장 등에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 이중 강 전 청장은 결국 구속됐다.

이에 경찰은 김수남 전 검찰총장에 대한 강제수사를 예고하며 맞물을 놓았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법적 절차는 헌법에 의거 차별없이 집행돼야 한다"며 김 전 총장에 대한 강제수사를 예고했다. 

전현직 수뇌부 노리는 검찰과 경찰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정보경찰을 활용한 불법 사찰·선거 개입 혐의로 강신명 전 경찰청장을 구속한 데 이어, 이번에는 현직 수뇌부를 겨냥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동부지검은 전날인 21일 `함바(건설현장 식당) 비리` 사건 주범인 유상봉씨가 원경환 현 서울지방경찰청장(당시 경동경찰서장)에게 뇌물을 건넸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접수해 내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유씨는 지난 2010년 함바집 운영권을 확보하는 데 도움을 달라는 청탁과 함께 금품을 제공, 강희락 전 경찰청장 등 정·관계 유력인사들이 줄줄이 구속된 사건의 주인공이다.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강 전 청장은 유씨에게 1억9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징역 3년6월을 선고 받았다. 장수만 전 방위사업청장과 최영 전 강원랜드 사장, 배건기 전 청와대 감찰팀장 등도 줄줄이 재판에 넘겨졌다. 

진정서를 제출한 유씨는 원 서울청장이 지난 2009년 서울 강동서장으로 재직할 당시 뇌물을 건넸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씨는 현재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상태다. 

원 서울청장은 입장문을 내고 “금품수수 등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유씨에 대해 무고죄로 법적 대응을 할 것”이라며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검찰이 전·현직 경찰 고위 간부를 직접 겨냥하자, 경찰도 김수남 전 검찰총장과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 거론되는 황철규 부산고검장을 수사 선상에 올리며 맞불을 놓기 시작했다. 이들은 2016년 당시 부산지검 소속 A 검사가 민원인이 제출한 고소장을 잃어버린 뒤 예전 고소장을 복사해 바꿔치기 한 사실을 알고도 제대로 대응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임은정 부장검사는 지난달 이 사건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았다며 이들을 경찰에 고발했다.

여기에다 민 청장은 21일 김 전 총장 등이 경찰수사에 협조적이지 않다면 강제수사로 전환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법적 절차는 공평하게 헌법 정신에 기초해 누구에게든지 차별 없이 (적용)해야 하는 것"이라며 "임의적인 방법으로 안 되는 것은 강제수사 절차가 있다. 법적 절차에 따라 처리할 것이다"고 경고했다.

검찰의 망신주기에 불만 쌓이는 경찰

일련의 사태에 대해 경찰 내부에선 검찰에 대한 불만이 쌓여가고 있다. 경찰 전현직 수뇌부를 구속시키고 내사에 착수한 검찰의 행위는 사실상 경찰 망신주기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직 수장들의 구속영장 청구와 버닝썬 사건 수사 결과 발표 날에 공교롭게 서울청 등 압수수색에 나선 것은 경찰 흡집내기 차원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경찰 내 한 관계자는 “진정이 있었다면 법에 따라 수사를 할 일”이라며 “정확히 확인되지 않은 데 사안을 공개부터 하는 것은 수사 공개 원칙에 비춰봤을 때 적절했는지는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버닝썬게이트와 관련된 의혹에 대해서도 경찰의 불만이 높은 상태다. 해당 사안은 민갑룡 경찰청장이 버닝썬사건에 연루된 윤모 총경과 만남 시도가 있었다는 의혹이다. 이에 대해 경찰 측 관계자들은 “수사 본질과는 관련 없는 개인적 사안”이라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민 청장 역시 이에 대해 “수사과정을 통해 확보된 자료들, 그것도 수사사항과 직접 관련 없는 것들이 공론화 되는 것은 프라이버시 침해나 인권 문제가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수사의 금도가 잘 지켜져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검찰은 검찰대로 경찰에 대한 불신이 깊어가고 있다. 경찰이 후배 검사 비위를 알고도 별다른 징계를 하지 않은 혐의로 김수남 전 검찰총장 등 전·현직 고위 간부 4명을 입건한 일을 두고도 뒷말이 나왔기 때문이다. 특히 직무유기 혐의로 이들을 고발한 임은정 충주지청 부장검사에 대한 조사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입건 사실부터 발표한 것은 경찰이 검찰을 망신주기 위한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고 있다. 

양측의 갈등이 첨혜해지면서 당초 목적이던 수사권 조정은 이미 목적에서 멀어지는 모습이다. 한 수사기관 관계자는 "경찰과 검찰이 대립이 본격화되면서 수사권 조정이 아닌 자존심 대결이 펼쳐지는 모습"이라며 "공명정대해야 할 수사기관들이 지금처럼 조직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수사기관에 대한 불신이 더욱 깊어질까 우려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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