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가동 중 원자로 열출력 18%까지 급증…운영기술 지침 미숙달이 위험 상황 연출
원안위 한빛 1호기 사용정지 조치 내리고 특별조사 착수…“특단의 대책 마련”

정재훈 한수원 사장. 사진=한수원 홈페이지 캡처.

[민주신문=허홍국 기자] “상식 이하의 이야기”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장이 최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손석희 사장과 인터뷰에서 시험 가동 중 원자로 열 출력이 기준치를 넘어 수동 정지된 한국수력원자력 한빛 1호기 사태를 평가한 코멘트다.

이에 대해 한수원 측은 안전장비가 정상적으로 작동돼 문제가 없다고 반박하는 모양새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사용정지’라는 칼을 빼들었지만, 정작 한국판 체르노빌 사태를 초래할 뻔한 우려를 낳은 한수원 정재훈 호(號)는 안전에 자신감을 비치며 마이웨이 행보를 걷는 중이다.

23일 에너지업계와 원안위 등에 따르면 지난 10일 오전 10시 30분께 한수원 한빛원자력 사업소 한빛 1호기가 제어봉 제어능력 측정시험 중 원자로 열출력 운영기술 지침서 제한치인 5%를 넘어 18%까지 급증하는 이상 사태가 벌어졌다. 한수원은 같은 날 오후 10시 2분께 원자로를 수동 정지했다. 이상 상황이 발생한 지 12시간 가까이 가동됐다. 한빛 1호기는 현재 계획예방정지로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엄재식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13일 영구정지된 고리1호기의 원자로 건물 및 사용후핵연료 저장조 건물을 방문해 안전성을 점검하고, 한수원으로부터 해체 준비 현황을 보고 받고 있다. 사진=원안위

칼 빼든 원안위

이 사안과 관련해 원자력 안전규제를 독립적으로 담당하는 원안위는 지난 16일부터 착수한 특별 점검과정에서 한수원의 안전조치 부족 및 원자력안전법을 위반한 정황을 확인한 뒤 한빛 1호기 발전소를 사용 정지시키고 특별사법경찰관을 투입해 특별조사를 진행키로 했다.

문제로 삼은 것은 한수원이 제어봉 제어능력 측정시험 과정에서 원자로 열출력이 제한치를 초과했는데도 불구하고 원자로를 즉시 정지하지 않았다는 점과 이상 사태 때 면허 비보유자가 제어봉을 조작 정황이 확인돼 원자로조종감독자 면허소지자의 지시ㆍ감독 여부다. 이는 사실상 관리감독기관이 칼을 뽑아 든 것이다.

이 같은 문제는 현행 원자력안전법상 열 출력이 제한치를 넘을 때 원자로를 즉시 멈춰야 하고 제어봉 조작은 원자로조종감독자면허 또는 원자로조종사면허를 취득한 운전원이 직접해야 한다는 규정에서 제기된 것이다.

물론 원자로조종감독자면허 소지자의 지도ㆍ감독 하에 면허를 소지하지 않은 직원도 제어봉 조작이 가능하다. 원안위는 한빛1호기 정비원이 원자로조종감독자인 발전팀장의 지시ㆍ감독 하에 제어봉을 인출했는지 조사 중이다.

한빛본부 전경. 사진=한수원 홈페이지 캡처

전문가 위험 경고

전문가들은 한수원 한빛 1호기 시험 가동 중 이상 사태는 한국판 체르노빌 사태가 재현될 가능성이 있는 위험한 행태라는 지적이다. 체르노빌 사고가 시험 가동으로 저출력 상태에서 대규모 원자로 폭발로 이어져 같은 위험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이 근거다.

한빛 1호기가 원자로 출력 25%에서 원자로가 자동으로 정지되도록 설계돼 있다 하더라도 수동으로 시험가동 중 시작 출력이 제로에서 18%까지 급속히 뛰어 핵분열 제어봉으로 출력을 잡은 것이 폭발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이 위험이라는 것은 저출력 때 핵반응 재료가 널려 있어 한번 반응하기 시작하면 대규모 폭발로 이어질 있는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제기되는 부분이다.

25% 원자로 출력 자동정지기능이 한빛 1호기에 있지만 원자로 출력 18%에서 안전성을 저해하는 사태가 벌어지면 자동정지기능의 불확실성이 존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같은 지적은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장 등 원자력 전문가들이 쏟아내고 있다. 특히 안전 관점에서 보면 시험가동 중 원자력 출력이 5%면 일단 가동을 멈춰야 하는 게 옳다는 소리다.

더구나 시험 가동 중 원자로 출력이 5%에 이르면 중단해야 하는 규정을 한빛 1호기 운전원이 알지 못했다는 것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이다.

반박하는 한수원

한수원은 설명 자료를 통해 한빛 1호기는 제어봉 인출이 계속됐더라도 원자로 출력 25%에서 원자로가 자동으로 정지되도록 설계돼 있어 더 이상의 출력 증가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이는 일각에서 제기하는 한국판 체르노빌 원전 사고 우려에 대한 반박이기도 하다.

체르노빌 원전의 경우 안전설비가 작동하지 않도록 차단한 상태에서 시험을 무리하게 강행하다가 출력 폭주가 발생해 사고로 이어졌지만, 한빛 1호기는 시험 가동 시 모든 안전설비가 정상상태를 유지해 출력 폭주는 일어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사진=원안위 원자력안전정보센터 캡처

사고 예방 가능?

이처럼 한수원은 한빛 1호기 이상 사태에 확실한 사고 예방이 가능하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만 총 9건 사건 사고가 보고됐고, 이 가운데는 예사롭게 넘기지 말아야 할 사안도 분명 존재한다.

올해 들어 현재까지 발생한 대표적인 원전 사건 사고로는 올해 1월 한빛 2호기 증기발생기 저-저수위에 의한 원자로 가동 정지와 월성 3호기 냉각재펌프 전동기 상부 제동장치 분진 및 스파크 발생, 2월 고리 원자력 4호기 제어봉 낙하에 따른 출력 감소와 3월 한빛 원자력 1호기 원자로냉각재 보온재에서 연기 및 불꽃 발생 등을 꼽을 수 있다.

방사능 유출이라는 중대한 사고는 없었지만 작은 사고가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은 배제하기 어렵다. 일종의 나비효과가 있을 수 있기 때문. ‘작은 사건 하나에서 엄청난 결과가 나온다’는 것처럼 작은 사고가 연이어 터지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핵분열 연쇄 반응을 통해 발생한 에너지로 물을 끓여 발생시킨 수증기로 터빈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원자력 발전에서는 작은 것 하나라도 그냥 넘겨서는 안 될 일이다.

사진=한수원 홈페이지 캡처.

안전 슬로건 무색

‘안전에 안심을 더하다’ 이 슬로건은 안전을 강조하며 한수원이 홈페이지에 내세운 구호다. 하지만 시험가동 중 원자력 출력이 5%면 일단 가동을 멈춰야 하는 규정을 알지 못한 직원이 한빛 1호기에 근무했다는 점에서 무색하다.

이런 측면에서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고 우려를 제기하는 것이 과도한 것도 아니다. 체르노빌 참사는 1986년 4월 26일 우크라이나 키예프 북쪽 104km에 있는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제4호 원자로에서 방사능이 누출됐던 세계 최대의 원자력 사고다.

이 참사도 전원 공급 상실 상황, 즉 정지 또는 저출력 상황에서 부하 검사 중 일어났다. 아직도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주위는 체르노빌 참사가 발생한지 30년이 훌쩍 넘었지만 아직도 반경 30㎞는 높은 방사능으로 특별관리지역이다.

이번 사안과 관련해 한수원은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민주신문과 전화통화에서 “이번 사건을 매우 엄중하게 바라보고 있다”며 “향후 원안위 조사를 성실히 받을 예정이며, 특별감사 결과 및 자체감사를 통해 사실을 정확히 규명한 후 한빛 1발전소 안전문화 및 특별진단, 자체 절차 주누 및 인적 오류 예방을 위한 특별교육 등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 시행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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