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쾌한 주행감성에 SUV 특유의 개방감 더해...개성 강한 외모에 럭셔리한 인테리어로 무장

마세라티 르반떼 주행모습. 사진=FMK 제공

[민주신문=서종열기자] 역시 클래스가 달랐다. 마세라티의 전략 SUV '르반떼'에 대한 평가다. 

마세라티는 이탈리아의 슈퍼카 브랜드다. 주력 모델은 콰트로포르테로 불리는 4인승 세단으로 이탈리아 대통령의 관용차로 사용되기도 했다. 세단이 주력이지만 이탈리아 브랜드 특유의 슈퍼카 아이덴티티는 그대로다. 최고급 스포츠카 브랜드로 잘 알려진 페라리나 람보르기니와 함께 도로위를 달려도 밀리지 않는 고성능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마세라티가 2015년 이후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나섰다. 바로 SUV 시장이다. 이를 위해 선보인 첫번째 모델이 바로 '르반떼'다. 

마세라티에 따르면 차량명인 르반떼는 '지중해의 바람'을 의미한다. 조용한 미풍이었다가 일순간 강풍으로 변하는 지중해 특유의 바람처럼 르반떼 역시 SUV 특유의 안정감 있는 주행모드에서 일순간 스포츠카처럼 치고 나가는 특징을 갖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바다를 맘껏 휘저었던 포세이돈(로마명 넵튭)의 삼지창을 엠블럼을 삼고 있는 마세라티의 진짜 삼지창 '르반떼'를 만나봤다. 

바다 속 최강자 '상어'를 닮았다

르반떼의 첫인상은 바다를 연상케한다. 커다란 라디에이터그릴과 쭉 찢어진 헤드램프를 통해 상어의 얼굴을 떠올리기 하기 때문이다. 

사실 르반떼는 마세라티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는 '알피에리 컨셉트카'에서 차용됐다. 트라이던트 엠블럼을 기준으로 각각 4개의 기둥을 세운 그릴 디자인이 중심을 잡고 있으며, 그릴과 이어지는 주간주행등과 첨단 헤드램프를 통해 강인하면서도 날렵한 이미지를 완성했다. 

차체는 그리 크지 않다. 낮은 전고로 인해 큰 덩치를 감춰주는 효과를 봤다. SUV 중에서는 미드사이즈 급에 해당된다. 그렇다고 사이즈가 작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동급모델 중 가장 큰 덩치를 자랑하는 모하비보다 전장이 더 길다. 차체는 낮추고, 길고 만들어 우아함과 주행성능, 그리고 실내공간 확보에 집중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테리어 디자인에서는 화려함이 눈에 띈다. 이탈리아의 명품 브랜드 '에르메네질도 제냐'와의 협업을 통해 실내를 고상하게 꾸몄다. 여기에 12방향으로 조작이 가능한 컴포트 시트와 하만카돈 사운드 시스템을 장착했다. 다양한 편의사양도 당연히 탑재됐다. 

아쉬운 부분은 이탈리아 특유의 감성이 조금 부족해 보인다는 점이다. 실내 인테리어 구성에서 마세라티 특유의 아날로그 감성보다는 크라이슬러의 손길이 더욱 느껴지기 때문이다. 특히 센터페시아와 운전자의 시선이 집중되는 계기판이 무난한 디자인으로만 구성돼 마세라티 특유의 감성이 잘 느껴지지 않는 점이 아쉬운 대목이다. 

아쉬운 연비 vs 폭발적인 주행성능 

마세라티 르반떼를 국내에서 판매 중인 FMK는 현재 그란루소와 그란스포츠 두 종의 르반떼를 국내에 선보였다. 이중 기자가 시승한 모델은 좀 더 대중적인 모델에 가까운 그란루소다. 

그란루소는 3.0L V6엔진을 심장으로 사용한다. 마세라티 만의 트윈터보기술을 적용해 독특한 배기음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이 엔진은 최대 출력이 430마력(르반떼S)에 달하며,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단 5.2초면 충분하다. 최고속도 역시 264km/h까지 발휘한다. 

마세라티 르반떼 인테리어 모습. 사진=FMK

마세라티는 이처럼 강력한 심장에 8단 자동변속기와 상시 4륜구동(Q4) 시스템을 장착했다. 다양한 주행모드를 선택할 수 있으며, 도로상황에 따른 주행모드도 선택이 가능하다. 낮은 차체를 갖고 있는 만큼 차량 하부에 발생할 수 있는 충격을 피하기 위한 차체의 높낮이도 조정이 가능하다. 

이처럼 멋진 SUV를 타고 도로로 나서봤다. 먼저 시동을 켜자 3.0L 트윈터보 엔진의 경쾌한 배기음이 귀를 간지럽했다. 하지만 이 배기음은 콧소리처럼 멀리 들릴 뿐, 마세라티가 자랑하는 시그니처는 아니다. 마세라티의 제대로된 배기음을 감상하기 위해서는 차량모드를 '노멀'에서 '스포츠'로 전환해야 한다. 귀를 후벼파는 들리는 배기음이 진정한 마세라티의 숨소리다. 

중후하면서도 웅장한 배기음과 함께 도로 위에 나서자, 주행본능이 꿈틀거렸다. 시승코스는 서울-용인 고속도로 구간과 수원-과천간 고속도로를 이용했다. 교통체증으로 인해 힘겹게 고속도로로 합류한 후 곧바로 고속주행에 나섰다.

80km/h 정도로 정주행하다 전방이 트이면 가속페달을 조금 더 깊게 밟았다. 심장을 달구는 배기음보다 먼저 차가 반응한다. 10시 방향을 가르키던 속도계의 바늘은 곧바로 12시를 넘을 정도로 폭발적인 가속력을 보여준다. 동시에 스티어링휠은 조금 더 단단해진다. 스포츠카 특유의 가속성능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는 수원-과천간 고속도로를 거쳤다. 이동차량이 많은 만큼 제한속도까지 달릴 순 없었지만, SUV 특유의 넓은 개방감과 안정적인 주행이 인상적이었다. 스포츠카의 주행성능과 SUV의 편안함을 모두 추구했다는 마세라티의 자신감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모든 것이 좋았지만, 주행 이후 계기판의 연료게이지가 아쉬웠다. 고성능을 추구한 만큼 효율성이 낮았기 때문이다. 마세라티 르반떼의 복합연비는 6.4km/L(도심 5.6 / 고속도로 7.8) 수준으로 거의 스포츠카와 비슷한 정도다. 효율성을 추구하는 SUV의 특성상 낮은 연비는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억단위의 가격도 부담이 된다. 르반떼의 가격은 기본형이 1억2820만원에 달한다. 시승했던 그란루쏘는 1억3800만원이며, 그란스포츠 트림은 1억3710만원이다. 고급형인 르반떼S의 경우 기본형이 1억5780만원이며, 그란루쏘는 1억6170만원, 그란스포츠는 1억6470만원이다. 

지난 3월 서울모터쇼에서 선보인 르반떼 트로페오는 페라리의 3.8L V8엔진을 탑재하며서 가격이 2억2700만원에 달했다. 트로페오는 국내에 단 10대만 한정판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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