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신환·유성엽 등 투사形 원내대표들, 대거 선출...총선 앞두고 패스트트랙 개정 여부 놓고 진검승부 

여야 원내대표들이 지난주 대거 교체됐다. 왼쪽부터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유성엽 민주평화당 원내대표 순. 사진=뉴시스

[민주신문=김병건 기자] ‘싸움꾼들 전성시대?’

여의도에 지난주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야당3당이 모두 원내대표를 새롭게 교체하면 진용을 재편했기 때문이다. 

정계에서는 신임 원내대표들의 면면을 감안하면 진짜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새로 선출된 원내대표들이 이른바 투자형의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추경예상·패스트트랙 등 각종 현안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여의도의 향방이 한층 더 복잡해질 것이란 관측이다. 

여야 4당의 원내를 책임지게 된 신임 원내대표들의 면면을 살펴봤다. 

이기는 싸움만 한다! 바른미래당 오신환 

오신환 바른미래당 신임 원내대표는 일반인들에게 인물 좋은 정치인으로 각인되고 있다. 실제로 오신환 원내대표를 ‘투쟁’의 아이콘으로 알고 있는 사람은 별로 없다. 

우선 오신환 의원의 국회 입성 과정을 살펴보자. 2015년 당시 통합진보당이 해산됨에 따라 이상규 전 의원이 의석을 잃자, 재보궐이 실시됐다. 이 때 그는 첫 국회의원 당선 당시 정태호 현 청와대 일자리 수석비서관과 정동영 현 민주평화당 당대표를 이기면서 국회에 입성했다. 

오신환 의원의 당선은 당시 큰 관심을 받았다. 1988년 소선거 제도가 도입된 이후 ‘관악 을’ 지역에서 최초로 보수성향의 국회의원이 당선됐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당시 강남 지역까지 민주당에 내주고, 심지어 정당 득표를 30% 정도 받던 선거에서 ‘관악 을’은 ‘양천 을’, ‘강북 갑’과 함께 자유한국당 ‘3대 대첩 승리’라고 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20대 총선 과정에서 새누리당은 제 6공화국 이후 치러진 총선들 중 득표율이 최저치를 기록했다. 원래 180석 이상을 목표로 잡았던 새누리당은 여론조사 예측과 달리 국회 과반수는 물론 제1당 자리까지 잃게 되자 총선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했다. 

이 과정에서 오신환 의원은 다시 한번 주목을 받았다. 국회 입성 후 총선에 책임이 있는 원유철 원내대표 중심의 비대위는 안된다며 투쟁에 나섰고, 이를 결국 관철시켰기 때문이다. 

이후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에 찬성했고, 탄핵 심판에는 새누리당 측 소추위원으로 나서면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이끌기도 했다. 

원내대표 선출 과정도 드라마틱했다. 당직자들 사이에서 당선은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지만, 이를 뒤 업고 바른미래당의 제3대 원내대표가 된 것. 이어 원내대표 취임과 동시에 거목인 ‘손학규’ 대표의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소위 20대 동물 국회라는 오명을 듣게 된 패스트 트랙에 담긴 법안을 다시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전설의 싸움꾼,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바뀐 것은 오직 ‘각목’에서 ‘표’ 일뿐.”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말이다. 20대 시절의 투쟁과 지금의 투쟁에서 목표는 언제나 명확하다. 투쟁의 도구만 바꿨다는 설명인 셈이다. 

실제 이인영 원내대표는 과거 “내가 추구해야 할 가치는 버릴 수 없다. 그걸 버리면 정치를 왜 하나? 나보고 이라크 파병을, 한미 FTA를 찬성하라는 건가?”라고 말할 정도로 명징하다. 

1987년 6월 항쟁에서 고려대학교 총학생회장으로서 직선제 개헌운동을 주도하다가 경찰에 구속되어 구류형을 살았고, 석방 이후 전국 대학생 대표자협의회 1기 의장, 전국 민족민주운동연합 간사, 《전대협 동우회》 초대 회장을 거친 이력을 보듯이 그냥 386 정치인의 대표 얼굴이다. 

19대 국회에서는 대기업의 많은 사내유보금에 대해서 세금을 징수하는 ‘적정 초과 사내유보금에 법인세 부과 법안’과 상습적으로 세금을 내지 않은 사람을 위한 ‘고액·상습 체납자 정보공개 확대 법안’ 등을 내며 주목받았다. 

20대에 들어와서는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최저임금법’ ‘생명안전업무 종사자의 직접고용 등에 관한 법률안’ 등 최저 임금 노동자 등 노동문제에 집중했다. 

화려한 전력을 가진 만큼 이인영 원내대표는 투사 이미지가 강하다. 하지만 이인영 원내대표는 최근 얼굴을 풀었다. 원내대표 당선 직후 나경원 자유 한국당 원내대표를 만나 ‘밥 잘 사 주는 이쁜 언니’ 이야기까지 나온 것이다.

처음 이해찬·이인영 조합의 탄생을 바라본 많은 사람들은 ‘야당 같은 여당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예상을 했지만, 지금까지 이인영 원내대표 행보를 보면 부드러운 협상가로의 변신이 진행 중인 것으로 평가된다. 

검객처럼 단숨에 벤다! 평화민주당 유성엽 

유성엽 민주평화당 원내대표는 성우를 연상할 만큼의 중저음의 톤으로 상대방을 설득 시킨다.당에서 공천을 안주면 무소속으로 출마해 국회의원에 2번이나 당선될 만큼 지역 내 지지기반도 확실하다.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이라는 좌우명처럼 자기 소리를 분명히 한다. 

미래당 시절에는 당대표로 출마하는 안철수 의원에게 “대선에서 패배 한 다음 바로 당대표 출마하는 것은 안된다”고 직언을 했다. 에둘러 돌아가는 법도 없다. 호남 출신이고 야당 의원이지만, 이재용 삼성 그룹 부회장의 구속을 반대하기도 했을 만큼 자신의 소신은 뚜렷하다. 

게다가 ‘사립학교 개정 법률안’을 통과시킬 만큼 뚝심도 있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유 원내대표가 내년 총선이후 대권도전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작은 이익을 위해서 물러서지는 않는 강경한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보고 있다. 

싸움의 시작, 결국 목적지는 ‘총선’

정계에서는 신임 원내대표들이 이제 진검승부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원내대표들이 내년 치러질 총선을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본격적인 대결은 유성엽 원내대표가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 원내대표는 당선 직후 일성으로 '완전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위해 세비 50%를 감축'하는 조건으로 국회의원정수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식물 국회를 넘어 동물 국회라는 소리를 듣고 나아가 수·십여 명이 고소·고발되고 폭력사태까지 가면서 어렵게 패스트랙에 태운 ‘선거제 개편안’을 다시 손보자고 하는 것이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지역 의원은 늘리고 전체 의원 숫자를 10% 줄이자고 주장하고 있다. 황교안 대표는 지난 16일 “의원 숫자 늘리자고 하는 의원을 국민이 심판하실 것”이라며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이런 와중에 오신환 원내대표는 자유 한국당의 의견까지 반영하는 선거법이 되어야 한다고 발언을 했다. 의원 정수 확대를 반대하고 사표(死票)를 방지하기 위해 연동형을 주장하는 민주당의 입장으로는 어느 것 하나 선뜻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여기에 오신환 원내대표는 공수처 법안도 반대하고 있다. 이미 사·보임 과정에서 드러났지만 원내대표 경선 당시 "제가 왜 패스트트랙에 반대했는지 잘 아실 것"이라면서 "수사권과 기소권이 분리되지 않은 기형적인 공수처에 반대한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 법안 역시 검찰 측의 조직적 반발, 패스트트랙의 한축이었던 바른미래당의 반대 입장으로 인해서 통과될 것이라고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인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여의도 정가에서는 결국은 ‘선거법’과 ‘공수처 법’까지 본회의에서 부결될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법안이 통과하지 못한다면 그 뒷일은 야당에게는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들이 무성하다.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되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번 개헌안에 이어서 공약 파기를 선언하고 “국회의 도움을 받지 못해서 개혁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했다”라고 대국민 사과를 하게 될 것이다. 

문제는 이 경우 야당이 개혁을 반대하는 사람들이라는 프레임에 휘말릴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18대 총선처럼 ‘야당 심판론’이 작동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다른 일각에서는 경제가 어려운데 무슨 개혁이냐면서 ‘경제를 망친 정권 심판론’을 내세울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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