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저축은행들, 잇따라 매물로 등장...성장세 꺽이면서 주인찾기 어려움 겪기도 

일본 오릭스그룹이 업계 8위 OSB저축은행을 매물로 내놨다. 사진=민주신문DB

[민주신문=서종열기자] 저축은행 업계에 M&A 바람이 불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일본 오릭스코퍼레이션이 소유한 OSB저축은행이 새주인 찾기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릭스는 삼성증권을 주간사로 선정하며 매각절차를 공식화했다. 이에 앞서 애큐온저축은행도 현재 매각이 진행 중이다. 애큐온저축은행은 모기업인 애큐온캐피탈과 함께 미국계사모펀드와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저축은행들이 잇달아 매물로 등장하는 것은 성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2011년 저축은행 사태 이후 저축은행 간 인수합병이 전무해지면서 성장동력을 잃었다는 평가다. 

9년만에 매각되는 OSB저축은행

10일 일본 오릭스코퍼레이션은 OSB저축은행 매각 절차를 위해 삼성증권을 매각주관사로 선정했다. 금융권에서는 오릭스가 OSB저축은행의 매각가를 2500억원대로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릭스는 2010년 푸른2저축은행을 1300억원에 인수해 OSB로 사명을 변경했다. 2013년에는 스마일저축은행을 인수하면서 자산규모를 3배로 늘렸다. 오릭스는 이번 매각에서 보유 중인 지분 76.77%와 미국계사모펀드 올림푸스캐피탈 지분 23%를 전부 매각할 것으로 알려졌다. 

OSB저축은행은 현재 서울 강남을 비롯해 전국에 20개의 지점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 말 기준 자산규모는 2조1648억원이며, 자본은 1713억원이다. 영업이익은 292억원을 기록했으며 당기순이익도 240억원에 달했다. 

OSB저축은행에 이어 업계 9위로 알려진 애큐온저축은행도 현재 매각이 진행 중이다. 이 저축은행의 대주주인 미국계사모펀드 JC플라워는 홍콩계 사모펀드인 베어링PEA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현재 매각조건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JC플라워는 애큐온저축은행과 애큐온캐피탈을 포함해 최대 6000억원 정도에 매각할 것으로 알려졌다. 

낮아진 성장세, 매각가격 낮아질까

금융권에서는 OSB저축은행의 인수후보로 우리금융그룹 등을 거론하고 있다. 우리금융그룹이 올해 지주사로 전환한 후 덩치불리기에 나서고 있어서다. 

우리금융은 그러나 인수를 추진 중인 아주캐피탈을 통해 아주저축은행을 인수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은 2017년 사모펀드 '웰투시제3호투자목적회사'의 지분 50%를 1000억원에 인수했는데, 이 펀드가 아주캐피탈과 100% 자회사인 아주저축은행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애큐온저축은행 인수를 추진 중인 베어링PEA에 공동투자자로 참여하고 있어 OSB저축은행 인수에는 나서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주목할 점은 우리금융 외에 저축은행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금융사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롯데손보·카드 등 인수합병 시장에 금융사가 매물로 등장하면 높은 관심을 받았던 것과 달리, 저축은행들은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각종 규제를 받고 있는 저축은행의 특성상 인수해도 큰 시너지를 내기가 어렵지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저축은행 업계는 2011년 저축은행 사태를 겪은 이후부터 업체간 인수합병이 거의 전무한 상태다. 저축은행 사태 당시 호된 경험을 치른 금융당국이 저축은행들의 덩치불리기를 막고 있기 때문이란 관측이 나온다. 

게다가 매물로 등장하는 저축은행들의 중견사임에도 덩치가 작고 점유율도 낮다는 점이 매각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인수에 나서도 별다른 시너지를 내기 어려운 상황에서 성장세도 줄어들고 있는 저축은행을 인수할 필요성이 낮다는 게 금융권의 지적이다. 

아직 시장에 등장하지 않았지만, 매각될 것으로 보이는 저축은행들이 많다는 점도 저축은행 인수합병시장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산분리 원칙을 규정한 공정거래법상 태광그룹 등 상당수 대기업들이 보유한 저축은행들이 향후 매물로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성장세가 줄었고, 규제도 그대로며, 차후 더 알짠 매물이 나올 것으로 예상돼 인수후보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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