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하고 노골적인’ 연예계 심장 끄집어내다

▲ 영화 ‘은교’보다 야하고 ‘도가니’ 보다 더욱 센 소설 ‘매니지먼트’. 이 소설은 2009년 한 여자 연예인의 성로비와 자살 사건, 얼마 전 유명 매니지먼트 대표의 연습생들 성폭생 사건과 매우 닮아 충격적이다. 특히 연예계 성상납이나 스폰서, 거대 기획사의 횡포 등 민감한 부분까지 파헤쳐 눈길을 끌고 있다.
[민주신문=김미화 기자] 영화 <카리스마 탈출기>를 연출했던 권남기 감독(42)이 화려하게 포장된 연예계의 추악한 이면을 파헤친 소설 <매니지먼트>(전 2권·각 1만3천원·도모북스)를 출간했다. <매니지먼트>는 가수이자 여배우인 톱스타의 위험한 뒷거래를 다루고 있다. 스폰서·성접대·거대 기획사의 횡포 등 연예계의 스캔들을 적나라하게 담았다. 권남기 감독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20년 이상 일하면서 느끼고 경험한 것들을 글로 써야겠다고 마음먹은 후 지난 1년 간의 준비를 거쳐 2권의 소설로 펴냈다. 2009년 한 여자 연예인의 성로비와 자살 사건, 얼마 전 유명 매니지먼트 대표의 연습생 성폭행 사건과 매우 닮아있어 이번 소설에 대한 관심도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화제와 논란을 낳고 있는 <매니지먼트>의 저자 권남기 감독을 지난 6월 27일 오후 2시 홍대에 위치한 출판사 도모북스에서 만났다.

고 장자연 사건 모티브로 한 현직 영화감독의 연예계 충격 리포트 화제와 논란
스폰서·성접대·기획사 횡포 등 화려하게 포장된 추악한 이면 신랄 묘사 충격
“연예지망생 200만 시대, 지금도 또 다른 장자연이 밀실로 들어가고 있을 것”


<매니지먼트>는 이제 갓 스무살이 넘은 톱가수 겸 여배우 오유경이 기자회견장에서 자살을 시도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스트립댄서로 살아온 엄마의 모습이 싫어 스타가 되고 싶었지만 그녀에게 스타란 자리는 너무 멀고 요원하기만 했다. 그러다 고급 회원제 클럽 ‘비너스’에서 싹수엔터테인먼트 대표 강석환과 운명적 만남을 갖게 되면서 유경을 스타로 만들기 위한 트레이닝이 시작된다. 소설은 자신의 과거를 감추기 위해, 성공하기 위해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성접대의 유혹’을 사실적으로 그려내면서 희생자만 있고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은 현실을 꼬집고 있다.

‘처음엔 동경과 희망으로 시작하지만 그건 아주 짧은 순간이다. 매번 오디션에 떨어지고, 선택에서 밀려나게 되면 희망은 절망으로 바뀐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연예인이란 타이틀을 포기하지만 몇몇은 악마와 거래를 한다. 그들은 단 한 순간의 거래로 모든 것을 이룰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악마는 그렇게 허술하지 않다. 단 한 번의 거래는 영원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소설의 사실적인 묘사와 간결한 문체는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빠른 스피드와 생동감을 전달하며, 연예계의 생리를 가까이서 체험했던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사실인지 아닌지 분별하기 힘든 생명력을 담고 있다. 다음은 권남기 감독과의 일문일답.

▲ 저자 권남기 감독은 서울 예술 전문대학에서 연출을 전공하고, 서강대 영상 대학원에서 영상 시나리오를 공부했다. 영화 연출 작업과 함께 글쓰기를 좋아하여, 다수의 시나리오 각본 및 각색 작업을 병행해 왔다. 현재 영화 <외계인들> 연출과 소설 <죽어줘, 제발> <정선아리랑>을 준비하고 있다.
‘충격 실상’ 출간 2주만에 19금 판정

-영화 <카리스마 탈출기> 이후 6년만이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멜로 영화를 준비하다 2006년 <카리스마 탈출기>의 각색과 연출을 맡았는데 성적이 좋지 않았다. 당시로서는 흥행작이 없는 신인 감독에게 작품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멜로를 찍고 싶었지만 영화를 찍느냐 나가느냐였다. 영화사도 열악했다. 아쉬운 것은 영화 촬영과 편집을 끝내고도 배급에 밀려 개봉을 뒤늦게 하게 됐다는 사실이다. 설상가상 학원물 <방과후 옥상>이 이미 개봉한 뒤였다. 같은 장르의 영화가 연달아 개봉되다보니 그 여파도 조금 있었던 것 같다. 그 뒤로 차기작을 계속 준비했는데 이야기가 오가다 두세 번 작품이 엎어지다 보니 어느 새 4, 5년이 후딱 지나간 것 같다.”

-그런데 영화가 아닌 소설 <매니지먼트>를 출간했다. 이 책은 연예계 성상납이나 스폰서, 거대 기획사의 횡포 등 연예계의 민감함 부분을 소재로 하고 있다. 언제부터 이 소재를 글로 쓰려 기획했으며 기획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장자연 사건이 터지고 나서 신인 연기자 죽음 이면에 어떤 이야기가 숨겨져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소설화한다면 어떨까 관심을 가지고 관련 자료를 취합하다보니 나도 모르게 녹아 들어갔던 것 같다. 20년 넘게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일을 하다보니 자연히 지인 대부분이 감독, 매니저, 배우, 작곡가 등 연예계 관계자들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 같은 소재를 소설화하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 책을 통해 경종을 울리고 싶었다. 요즘 어린 학생들의 장래 희망 1위가 연예인이라고 한다. 과거에는 대통령, 의사, 변호사, 간호원, 공무원 등 직업군이 각양각색이었던 것 같은데 놀라웠다. 그동안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연예계라는 곳이 대중에게 알려지고 많은 사람들이 연예인을 동경하고 꿈꾸게 됐다. 여기에 최근 지상파는 물론 케이블 채널까지 오디션 프로그램이 열풍이다 보니 더욱 연예인이라는 직업에 환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매체에서 그려진 연예계라는 곳은 너무 막연하고 미화돼 있다. 드라마만 보면 누구나 열정과 꿈만 있으면 스타가 될 수 있다. 현실은 다른데, 그래서 아무도 말하지 않은 현실을 말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스타가 되기 위한 과정이 얼마나 험난한 것인지 알려줄 사람이 있어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니지먼트>가 다루고 있는 소재가 영화에서 다루기에도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업이 영화감독인데 소설로 표현한 이유는.
“영화는 막대한 자본이 투입되는 하나의 사업이다. 당연히 제약도 많을 수밖에 없다. 소재 자체가 민감하다보니 아무래도 걸리는 게 많았다. 성접대 장면 등의 수위도 그렇고 러닝타임 문제도 있고. 반면 소설은 자유롭다. 분량의 한계가 없으니 내가 하고 싶은 얘기를 마음껏 할 수 있다. 처음에는 <매니지먼트>도 한 권으로 기획됐지만 연예계 전반의 이야기를 써내려 가다보니 두 권 분량이 나왔다. 만약 소설의 반응이 좋다면 향후 영화화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매니지먼트> 출간 채 한 달도 되기 전에 19금 유해 간행물 판정을 받았다. 실제로 소설 속 성 묘사가 구체적이고 사실적이다.
“그 부분에 대해 부담이 컸던 것도 사실이고, 책을 출간하기에 앞서 출판사 측과 수위조절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오갔다. 그러나 그 모든 우려를 안고도 적나라하게 묘사했던 의도는 경고였다. 겉으로 보기에 화려하고 멋있기만 한 연예계가 이렇게 무서운 곳으로 변신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지금 생각하면 루비(소설 속 등장인물)가 그렇게 만들도록 한 것 같다. 사실 구성 단계에서 루비는 비중이 큰 인물이 아니었다. 하지만 루비는 내가 경고하고 싶은 모든 것을 포함하고 있는 결정체였다. 자연히 루비를 통해 하고 싶은 말이 많아졌고 쓰다 보니 어느 새 루비가 오유경(소설 속 여자주인공) 못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루비를 통해 연예지망생들이 경각심을 가졌으면 하는 것이 바람이다. 여기에 한 가지 덧붙이자면 소설이 야하다고 세다고 해서 재미있는 것은 아니다. 유명 포털사이트 등에 올라온 <매니지먼트> 서평을 보면 섹스신에 대한 이야기는 하나도 없다. 적시적소에 들어가 있다보니 오히려 대부분 ‘연예계가 이런 곳이었느냐’, ‘연예인이 되겠다는 아이들을 앞으로 어떻게 키워야 하느냐’는 이야기가 더 많다. 간행물윤리위원회의 심의 결과 역시 억울한 부분이 있다. 다른 출판사의 경우 단순히 술집에서 몸을 파는 이야기, 남녀 관계의 섹스이야기, 아이들을 과외 시키기 위해 몸 파는 이야기 등의 책들도 19금 판정을 받지 않았는데 왜 이 책만 유독 이런 판정을 받은 것인지 상당히 아쉬움이 남는다. 현재 출판사 쪽에서 재 심의를 넣고 결과를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

 
‘소설 속 이야기’ 픽션일까 논픽션일까

-현직 영화감독의 소설이라는 점에서 파급력이 상당하다고 생각한다. 픽션일까 논픽션일까 궁금증을 자아낸다.
“서울예대 영화과에서 연출을 전공했다. 89학번 동기들이 영화 ‘오직 그대만’ 송일곤 감독, ‘품행제로’ 조근식 감독, ‘동감’ 김정권 감독 등이다. 이쪽에서 일을 오래 하다보니 이들 외에도 친구들 대다수가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들이다. 그들은 현직 매니저이기도 하고 연예기획사 대표이기도 하고 작곡가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술 한잔이라도 하게 되면 듣는 게 죄다 연예계 이면에 관한 이야기이다. 실생활에 녹아있는 이 같은 내용들을 드라마틱하게 픽션으로 구성했지만 주인공들의 일상적인 대화나 현장에서 일어난 에피소드들은 논픽션에 가깝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이 작품은 픽션 논픽션 여부를 떠나서 스타가 되기 위해서 음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노력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하시고 그냥 재미있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더불어 우리가 알지 못하는 한국 연예계 실정에 대해 직시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연예인을 지망하는 청소년들도 물론 읽어야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들을 책임지고 이끌어 줘야하는 어른들이 이 책을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이 소설을 본 연예인들이나 연예 관계자들이 있나? 그들의 반응이 궁금하다.
“<매니지먼트>를 읽은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들은 일정 부분 공감한다고 말했다. ‘많이 야해’라며 책을 전해주곤 했는데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가 됐다’는 얘기들을 많이 한다. ‘등장인물 속 누군가가 마치 자기 자신 같다’는 전화도 많이 받았다. 그리고 책 발간 1, 2주 됐을 때 영화 ‘실락원’, ‘도쿄타워’ 등으로 유명한 일본의 톱스타 구로키 히토미(51·구로키 히토미는 배우로도 활약했지만, 일본에서는 대중 문화 평론가로도 잘 알려져 있다)를 지인의 소개로 우연히 만났는데 내 소설에 깊은 관심을 드러냈다. 당시 ‘한국 매니지먼트에 대한 내용’이라고 소개했더니 만약 일본어로 번역돼 출간된다면 적극적으로 홍보하겠다며 연락처를 남겼다.”

-책 제목을 <매니지먼트>라고 지은 이유가 있다면.
“스타가 되는 과정, 그것이 매니지먼트고 매니지먼트라는 단어 속에 연예계의 모든 내용이 포함돼 있다. 소설 속 매니저인 강석환은 자기가 담당하는 스타를 철저하게 구속하고 관리한다. 그런 방식이 올바르다고 할 수 없으나 적어도 강석환은 인성이 있다. 그래서 소속 연예인에게 성상납 같은 일은 절대로 시키지 않는다. 강석환이란 인물을 통해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매니저에게 인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점점 연예계에 데뷔하는 연령이 낮아지고 있는데 사회적으로 미숙한 인격체인 이들을 관리하는 건 매니저이다. 그럼 그 매니저가 높은 도덕성과 인성을 가지고 있어야만 아이들이 다치지 않고 건강하게 매니지먼트를 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 연예계에는 그런 점이 부족하기 때문에 음성 문화가 사라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소설의 도입부가 매우 인상적이다. 특히 사람이 죽거나 말거나 카메라부터 들이대는 기자들의 모습이 아주 시사적이었다.
“소설의 도입부와 끝맺음이 오유경의 자살로 귀결된다. 여기서 내가 물어보고 싶었던 것은 ‘오유경의 죽음에 우리의 책임은 없나?’하는 것이다. 여가수와 여배우의 섹스 비디오 스캔들이 터졌을 때 우리의 반응은 어땠나? 아침 인사가 ‘그거 봤어?’였다. 연예인의 아주 사적인 부분이 대 국민적 관심사가 되어 버렸고 온 국민이 관음증 환자처럼 그 비디오에 매달렸다. 피해자인 연예인은 가해자의 위치에 올라서 버렸고. 단지 공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말이다. 소설 속 오유경의 죽음도 마찬가지다. 사람이 죽었지만 그 죽음에 대한 책임은 아무도 지지 않는다. 도입부의 자살은 관심을 끌어당기는 역할을 하지만 종결부의 자살은 사람들에게 씁쓸한 죄책감을 남길 것이다. 그 여자를 한 입씩 깨물어 죽게 만드는데 나도 일조했다는.”

-연예인의 사생활은 보호되어야 한다는 입장에도 소설 속에 파파라치가 등장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연예계에도 음과 양이 있다. 내가 천착한 부분은 음이고 파파라치도 음에 해당된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파파라치를 만들어낸 건 사람들의 관심이라고 생각한다. 수요가 있으니 공급이 계속되고 있는 것 아닌가. 성접대, 성상납 또한 마찬가지다. 필요로 하는 세력이 있는 한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좀 더 건강한 스타 메이커 시스템이 안착되지 않는다면 악순환은 계속될 것이다.”

 
두 번째 영화 그리고 두 번째 소설…

-첫 장편의 소재가 특이성을 갖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다음 작품의 소재가 궁금해지는데 구상한 다음 작품이 있는지, 소재가 무엇인지 말해줄 수 있나.
“현재 영화도 그렇고 소설도 차기작 구상 중이다. 영화는 <외계인들>(가제)이라고 SF 휴먼 코미디물이다. 새로운 장르인데다 시나리오에 대한 반응도 괜찮아서 영화사와 계속 얘기 중에 있다. 소설은 두 작품 정도 준비하고 있는데 하나는 <죽어줘, 제발>(가제)이라고 여자 2명이 한 남자를 죽이려고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그린 블랙코미디물이다. 또 하나는 <정선아리랑>(가제)이라고 <매니지먼트> 작품 속 등장인물 파파라치 영섭을 위해 스케치하러 정선카지노에 갔다가 정선카지노의 화려한 이면을 그리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어 기획하게 됐다. 원래 사람 냄새나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정선카지노에는 한때는 수백억대 자산가였던 앵벌이, 몸 파는 아줌마, 전당포, 찜질방을 전전하는 사람들 등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존재한다. 사연도 가지각색이다. 재미있는 스토리가 나올 것 같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이 책은 얼마 전 교보문고 MD추천 도서로 선정되기도 했다. MD추천 도서로 뽑힌 데에는 분명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단순한 재미와 오락성이 아닌 시사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무대 앞의 화려함만 보지 말고 무대 뒤의 고통을 직접 보라고, 순간을 보고 판단하지 말고 기다림의 오랜 과정을 지켜보라고, 당신이 보고 있는 TV 속의 화려한 무대 위의 연예인들은 대한민국에서 연예인이라는 직업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들 중 단 1%에 해당되는 사람이라고, 그들은 당신이 생각하는 허황된 꿈보다, 수많은 기다림의 시간과 땀과 노력을 다한 끝에 이 자리에 있는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예인이라는 직업을 꿈꾸는 당신은, 혹은 당신의 동생은, 아들, 딸들은 그 누구보다도 더욱 단단한 각오와 충분한 준비가 되어 있느냐고 되묻고 싶다.”

글=김미화 기자 pink2040@hanmail.net
사진=김현수 기자 dada245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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