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아시아나 인수후보로 SK·애경·한화 등 주목...후보 지목된 대기업들, 인수에 부정적 의견 내비쳐

19일 재계에 따르면 매각이 추진될 것으로 보이는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후보로 SK그룹과 한화그룹 등이 거론되는 가운데, 정작 해당 대기업들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관심이 없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관심 없다!"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후보로 거론되는 상당수 대기업들이 인수 여부에 대해 고개를 저었다. 금융권에서는 SK그룹을 비롯해 다양한 대기업들을 인수후보로 거론하고 있지만, 정작 해당 기업들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계획조차 고려하지 않는 분위기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박삼구 회장의 퇴진 결정에 이어 산업은행이 곧바로아시아나항공의  매각의사를 내비쳤지만,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대기업은 없는 상태다. 금융권에서는 SK그룹과 애경그룹, CJ그룹, 신세계그룹 등을 강력한 인수후부로 보고 있지만 이들 기업들은 "인수 계획 없다"고 밝혔다.

대기업들이 아시아나항공에 무관심한 모습을 보이면서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과 금융권은 의아해 하는 모습이다. 금융권 한 관게자는 "매각이 결정된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인수의사를 표현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며 "조금 더 시간이 흐르면 인수후보들이 하나 둘씩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매각예상 가격만 5000~2조원까지

금융권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의 몸값을 최소 5000억원대에서 최대 2조원까지 폭넓게 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뿐 아니라 자회사들까지 통매각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상당히 몸값을 자랑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렇다면 아시아나항공의 몸값은 정확히 얼마나 될까. KTB투자증권에 따르면 아시안항공이 EV/EBITDA(기업 시장가치/상각전영업이익) 6.5배 수준에서 매각될 경우 매각금액은 1조원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먼저 아시아나항공 지분 33.47%를 가진 금호산업에 약 5840억원을 지급해야 한다. 구주매출에 5000억원대의 유상증자까지 하면 총 금액은 1조원을 넘길 것이란 분석이다. 해외 사례의 경우 인수합병(M&A) 과정에서 밸류에이션의 11배까지 지급한 전례를 적용하면 아시아나항공의 몸값은 2조원를 넘길 수도 있다.

이뿐 아니다.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려면 추가적인 금융비용도 고려해야 한다. 아시아나항공은 현재 단기차입금(1년 내 갚아야 할 부채)만 1조3000억원이며, 총 차입금은 3조4400원에 달한다. 유상증자를 통해 차입금 규모를 줄일 수 있지만, 추가로 부채탕감에 나서야 할 상황인 셈이다.

여기에 글로벌항공사와의 경쟁을 위해 새로운 투자도 진행돼야 한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에만 최소 1조원대의 금액을 지불한 뒤, 추가로 투자에 나서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자금여유가 있는 대기업들도 쉽사리 인수의사를 내비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해 제대로된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는 조단위 인수금액에 이어 막대한 투자가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며 "산업은행 등 금융사들이 자금여유가 있는 대기업들을 인수후보로 거론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전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사람 없을 수도?

그렇다면 인수후보로 일컬어지는 대기업들의 상황은 어떨까. 가장 먼저 인수후부로 거론된 SK그룹의 지주사인 (주)SK는 현금성자산만 현재 6조7830억원을 보유 중이다. 여기에 그룹 내 상장사들 역시 7조원대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쥐고 있다. 막대한 자금을 보유하고 있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도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SK그룹 내부 상황을 살펴보면 사정이 다르다. SK그룹은 주력계열사로 우뚝 선 SK하이닉스를 필두로 경기도 용인에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 작업에 올인한 상태다. 대규모 부지 매입에 토지조성공사, 그리고 생산설비까지 갖추기 위해서는 향후 조단위 이상의 자금이 소요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14조원대의 현금을 쥐고 있지만, 미래먹거리로 선택한 반도체분야에 먼저 투자해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한화그룹은 어떨까? 금융권에 따르면 한화그룹 역시 자금여유가 있는 편이다. 지난해 말 기준 한화그룹의 지주사인 (주)한화는 3조원 수준의 현금성자산을 보유 중이다. 계열사들 역시 자금여력이 넉넉한 형편이다. 여기에 한화에어로스페이사가 항공엔진부품사업을 맡고 있으며, LCC(저비용항공사)에 대한 투자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한화그룹 내부에서는 태양광 사업 등 그룹의 미래먹거리에 대한 투자가 더 시급하다는 분위기다. 여기에 김승연 회장에 이어 후계구도 준비와 지배구조 개편, 추진 중인 M&A 등을 감안하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눈을 돌리기는 어려울 것이란 반응이다.

이미 제주항공을 통해 항공사를 보유하고 있는 애경그룹은 자금여력이 넉넉한 편이 아니다. 아시아나항공이 매력적인 가격에 나오면 도전을 고려해볼만 하지만, 그룹 현금보유량이 1조원에 못 미쳐 최대 2조원의 인수금액에 추가투자에도 나서야 하는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인수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공격적인 인수합병으로 재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신세계그룹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유통업과 면세점, 호텔 등과의 시너지가 기대되지만, 아시아나항공의 덩치가 너무 커 적극적으로 인수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란 게 재계의 판단이다.

이밖에도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금호산업 인수전에 참여했던 호반건설도 주택경기가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지갑열기가 어려워진 상태다. STX팬오션을 인수한 하림그룹과 미래에셋그룹, 부영그룹 등 호남출신 기업인들의 대기업들도 아시아나항공 인수에는 관심이 없는 상태다.

즉각 매각 어렵지만, 구조조정 뒤라면

상황이 이렇게 되자 증권가에서는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대한 기대감을 낮추고, 냉정하게 바라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매력적인 매물인 것은 맞지만, 몸값이 너무 높고, 추가적인 투자비용이 예상되는 만큼 일단 산업은행 및 채권단의 경영체제에서 군살빼기를 거친 뒤 매물로 다시 등장할 것이란 관측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한때 8~10조원가지 거론되던 대우조선해양도 10여년이 넘는 기간 동안 구조조정을 거쳐 결국 1조6000억원에 현대중공업에 인수를 추진 중"이라며 "신규 LCC들이 출연을 준비 중이고, 기존 항공사들과의 경쟁력도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조단위 자금을 쏟아붓기에는 아시아나항공의 매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금융권은 여전히 낙관적인 모습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채권단에 속한 한 금융사 관게자는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준비 중인 기업들이 속마음을 공개하는 순간, 아시아나항공의 몸값은 지금보다 더 올라갈 것"이라며 "지금은 확실한 인수전략을 세우고 있기 때문에 관망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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